묘연기#4 아직 못다한 보들이 이야기
페이지 정보
본문
7년 전에 펫샵에 버려졌다 저와 함께 살게 된 푸들 숙녀(이름이 숙녀랍니다) 언니를 엄마 삼아 잘 지냈습니다.
고양이 엄마가 되어준 강아지였죠. 아마 순조로운 합사는 천사 숙녀 덕분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이 지나 몇 주가 지나면서 보들이의 구토가 심해졌습니다.
병원도 다녀보고 이유식도 만들어줘보고, 그러다 조금 더 큰 병원에서의 진단 결과는 선천적으로 심장의 일부 근육이 식도를 잡고 있어서 자랄수록 식도가 막히는 병이라고요.
일주일 밖에 살수 없을 것 같고. 간신히 넘기는 것은 물 조금일꺼라는 이야기를요.
그래서 보들이는 항상 배고파 했고, 먹으면 토할 수 밖에 없었어요.
가장 영양가 높은 캔을 사서. 믹서기에 갈고 거즈로 짜서 주사기로 국물 몇방울 먹이고 안아서 토닥 토닥
그렇게 하루 하루를 넘기면서 여러 병원을 다녀봤지만, 수술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고 그마저도 너무 작은 아이라 안된다고.
그러던 중에 건너 건너 보들이 소식을 들으신 분 중에 서울 모처에 동일한 증상의 고양이를 고친적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당장 보들이 안고 달려갔었습니다.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배고파 죽는건 너무 불쌍하잖아요. 제발 좀 고쳐주세요.'
수술은 힘들고, 목을 통해 식도에 작은 관을 삽입해서 그리고 급여를 하고 자라면서 식도가 커지길 바라는 방법이 있는데 케어하기 힘들지만, 아마 이게 마지막 방법일꺼라고요.
정말 어렵게 식도관 삽입이 되었고, 다시 잘 깨어나 주어서 이틀만에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답니다.
매일 매일 아빠가 목 뒤로 주는 밥을 먹으며 입맛을 다셨고, 다행이 일주일 밖에 못산 다는 보들이는 잘 자라주었죠.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식도관이 조금 헐거워진 느낌에 다시 병원을 찾아, 관을 빼도 사료를 삼킬 수 있는지 보자고 하셨죠. 관이 빠지고 잘게 부셔준 사료를 먹고 삼키는데 앉아서 펑펑 울었습니다. 참 아저씨가 주책맞죠. ㅎㅎㅎ
하지만, 너무 어릴때부터 아프고 제대로 못먹어서 인지, 그만 그 당시에는 고칠 수 없던 복막염으로 너무 빨리 고양이 별로 보냈네요. 항상 배에 달라 붙어서 저러고 멀뚱히 아빠를 쳐다보던 첫 고양이 보들이 생각을 하면 ... ㅎㅎㅎ 그렇네요.
보들이를 보내고 나서 시간이 흐르고, 다시는 내 인생에 고양이는 없을 줄 알았던 제게
산들이와 해들이가 오게 되었고,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성묘가 된 보들이의 모습을 씩씩하게 자라는 산들이에게서 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픈 이야기라 잘 안하게 되는데 산들이와 해들이 사진은 올리는데 보들이 사진이 없는 걸 물어보시는 분이 계셔서요.
우리 보들이 너어무 이쁘죠.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풍운의개발자님의 댓글의 댓글
미풍냥구님의 댓글
읽다가 고양이를 어린이로 읽었습니다.
찰나의 인연이었지만 가슴속 깊이 새긴 묘연이네요.
풍운의개발자님의 댓글의 댓글
그르릉님의 댓글
몰랐네요.
집사님도 보들이도 참 고생이 많았네요 ㅠㅠ
울컥합니다.
보들이가 집사님께 해들. 산들이 데려다 준거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보들이가 고양이별에서도 행복하길 바랍니다.
보들이 미모는 역시 보들보들하네요 ㅎㅎ
풍운의개발자님의 댓글의 댓글
베니와준님의 댓글
정말 맘아프셨겠어요 ㅜ 예쁜 아가가 고생하다가 갔네요
풍운의개발자님의 댓글의 댓글
아기고양이님의 댓글
숙녀는 너그럽고 자상하게 동생들을 잘 받아주나봐요. 오래오래 건강히 집사님과 동생들과 행복하기만 하길 바라요.
민탱굴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