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의 일본 환율관찰대상국 지정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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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는 반기마다 발표하는 "환율보고서"를 통해 환율조작 감시대상 국가를 공표하고 있는데요.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2024년 상반기 보고서에서 일본이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추가됐습니다. 최근 엔/달러 환율이 155엔을 상향 돌파하면서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점증하는 상황인데, 아주 오묘한 시기에 재무부 보고서가 공표되면서 시장에서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환율관찰대상국 지정은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국 통화가치의 인위적인 하락을 유도하는, 또는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국가들에 대해 이뤄집니다. 지정 기준은 세 가지인데요. 1) 대미 무역흑자 150억불 이상, 2) GDP 대비 3% 이상의 무역흑자, 3) 최근 12개월 중 8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GDP 2% 이상 달러 순매수입니다. 이 중 두 가지를 충족하면 환율관찰대상국이 되고, 세 가지 모두 충족하면 환율심층분석국으로 레벨업(??)이 이뤄집니다.
이번 일본의 관찰대상국 편입이 흥미로운 점은, 일본이 엔화가치 방어를 시도할 수 있는 시점에 미 재무부의 경고가 들어왔다는 겁니다. 아래 표에서 보시다시피, 지난 3년간 엔화는 주요 통화 중 가치가 가장 크게 떨어진(환율 상승) 통화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통화가치 하락은 수출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만, 너무 큰 폭으로 하락하면 수입물가 상승을 촉발해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킵니다.
일본의 경우 사실 외환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절하를 방조한 측면이 약간 있어 보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정도가 지나쳐 보이긴 했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미 재무부의 관찰대상국 지정은 엔화가치가 너무 많이 하락했으니 빨리 개입해서 끌어올리라는 뜻으로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해석해 버리면 통화가치가 급락했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는 왜 아무 신호도 주지 않느냐는 의문에 답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사실 저는 미 재무부가 일본 정부에 이와 정반대의 경고를 준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자제해라"라는 거죠. 두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첫째, 과거와 달리 지금은 달러가치 상승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연말에 대선을 앞두고 있고, 물가상승 지속 여부가 대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부상 중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당분간 무역적자를 감수하고 달러강세를 유도해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둘째, 엔화 절상을 위한 일본의 달러자산 매도가 미 국채 투매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보유한 달러자산을 매도해서 엔화자산을 매입해야겠죠.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재정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국채 발행량을 크게 늘렸다는 게 문제입니다. 미 국채 공급이 급증한 상황에서 국채시장의 가장 큰 손 중 하나인 일본이 달러자산을 매도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자칫 잘못하면 투매 도미노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 생각이 맞는다면, 일본 정부는 통화절상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엔화 가치는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떨어질 수도 있겠지요. 다른 한편으로, 엔화가 강해지기 어렵다면 비슷한 입장인 한국 원화 역시 강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가능성 때문에 엔화자산 바닥 잡기는 아직 시기상조이고, 달러자산 투자에 대한 환헤지 역시 당분간은 필요성이 적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 기준금리 차 때문에 현재 환헤지 비용이 연 3% 가까이 발생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상입니다. 편안한 퇴근길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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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캣님의 댓글의 댓글
yaseo님의 댓글
그러면 미국채를 무제한으로 발행하여 돈풀기를 시전 중이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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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Buff님의 댓글
미정부가 물가 상승 억제에 진심이라는 점을 봤을 때 첫 번째로 드신 근거는 상당히 타당성이 있어 보이네요.
블루캣님의 댓글의 댓글
가사라님의 댓글
일본은 금리를 올리지도 못하고 내리지도 못하고 미국채를 던지지도 못하고 나락으로 끌려가는 중이죠.
하지만, 우리나라라고 나을 건 없다는게 문제네요.
우리나라에서 미국 주식시장에 1년 동안 150조원이 빠져나갔습니다.
달러원환율이 안올라가는게 더 이상한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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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토님의 댓글
블루캣님의 댓글의 댓글
Shoot님의 댓글
이런 프로세스도 있죠.
그래서 일본이 미국국채 다량방출 못하게 경고하는 면도 꽤 큽니다.
근데 이 모든것의 시작은 미국정부가 돈 무지하게 풀고 금리를 올려서 그런건데..
동맹국이고 뭐고 자시고 미국이 똥싸고 그 피해는 한.일등 친미국가들이 죽어라고 보고있죠. ㅡㅡ#
블루캣님의 댓글의 댓글
운하영웅전설A님의 댓글
시장은 만능일 수도 없고, 사람은 교묘하기까지 합니다.
그나저나 미국채는 정말 애매하군요. 중국과 일본에게 목 매야 하네요.
존스노우님의 댓글
일본 정부(BOJ?)가 가용한 달러 현찰은 얼마 없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