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면서 느낀 점_44_인간 관계에 집착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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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kdocok 175.♡.35.11
작성일 2024.06.2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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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doctor_runner/223491581643


강원도 출장이다보니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났습니다.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을 읽기 시작하고 부터는 내용을 음미하고 내면화 하기 위해서 달릴때 이어폰을 꼽지 않고 있습니다. 내면화 되지 않은 내용을 내면화 시키기 위함 입니다. 불교의 선(p.166~167)에 관하여 설명을 보면 '곧바로 가리킨다'는 기법이라는 방법을 저는 달리기에서 계속 주문을 외우듯이 아침에 읽었던 내용을 한바퀴, 두바퀴 돌리면서 계속 반복을 해보려 합니다.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를 듣는 것보다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오로지 현재에 집중하는 달리기, 두걸음에 두번 내쉬고 두걸음에 두번 들이마시되 숨이 차지 않는 정도로 달렸습니다. 팔치기는 뒤로 강하고 빠르게 치면서 경쾌한 리듬을 유지하면서 약 4km를 뛰었습니다.

출장 검진으로 강원도 홍천까지 왔습니다. 검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근처 카페를 찾았습니다. 지도앱에 여는 열 기대안하고 영업중 카페를 치니까 바리깡스타라는 카페가 있는 겁니다. 궁금한 마음에 들렀습니다. 역시나 6시 50분 정도에 주차를 하고 닫혀 있는 카페문으로 다가갔습니다. 정확히 7시였습니다. 갑자기 카페 사장님이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대부분 아침일찍 여는 스타벅스는 정확히 열려있는게 신기하지도 않고 놀랄일도 아니지만 백숙집과 찰옥수수 파는 원두막 사이로 뜬금없는 카페 사장님이 깔끔하게 차려입고 어서오세요라고 인사를 하며 정시에 문을 열었다는 것에 저는 놀랐습니다. 계산대 아래에 6월25일 글귀가 눈에 띄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간헐적 단식을 하려고 차를 시키고 싶었지만 커피에 관하여 진심인 메뉴판을 보고 따뜻한 커피를 시키고 밖이 보이는 테라스에 앉았습니다.

사실 다른 내용을 쓰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저 오늘은 느낀점을 간단히 적어보려고 합니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라는 문구에 충실하기 위해 현재 느낌을 기술합니다.

유리나 코팅없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원목 책상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가끔 수검자가 의사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며 하는 말에 대해서 가시가 돋혀 있는 경우가 하루에 1~2명 정도 있습니다. 처음 부터 끝까지 싸우기 위하여 상담을 하시는 분입니다. 신기한건 그런 분은 다음 번에도 비슷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분을 논리로 설득하고 좋은 방향으로 말씀드리려 노력을 했습니다. 지금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예수나 석가모니가 하는 것이고 저는 업무를 보는 사람이고 저의 인지기능을 그런 분에게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1초도 없습니다. 특정 생활습관을 끊어야 한다는 말에 온갖 이유를 갖다 붙여서 그 분의 분노를 일으키기 보다는 당신 말이 맞습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긍정적인 상담자들에게 쏟아부을 시간과 인지기능도 모자르고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것도 모자란 마당에 순간의 오기와 객기로 후회할 일을 하고 싶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경험이 많아지면서 의사들은 환자와 잘 싸우지 않습니다. 그저 환자분 말이 모두 맞고 내 능력이 부족하니 다른 의사를 소개 시켜주겠다고 말씀드리고 의뢰서를 써서 보내드립니다.

처음 의사를 할 때에는 간호사 한명이 나가고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심경의 변화를 많이 느꼈지만 요즘에는 연이 되면 다시 만나고 아니면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으로 흘러갑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도 어느 순간 맞지 않는 부분들이 보여서 의견 충돌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술도 안마시고 목적없는 친목모임에 시간을 내는 것의 의미가 줄어드는 40대가 되다보니 그저 만나면 편한 것일 뿐 그 이상의 가치를 두지 않으니 오히려 싸울일도 없습니다.

검진을 하다보면 2~30대는 초/중/고등/대학교/직장동료 문화에 섞이기 위해서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술을 마시고 유행을 따라가기도 하면서 마음 방랑상황에 빠진 분을 자주 봅니다. 심지어 5~60대에도 그런 분이 꽤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집요하게 들여다 보는 시간이 부족한건지 다양한 미디어로 인하여 시간이 부족한건지 절대적근무시간이 너무 길고 일상생활에 묻혀버려서 정말 시간이 없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현재에만 집중하는 생활의 달인은 누구라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서/운동/명상이 가장 빠르지만 반복작업을 하면서도 명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 무술 영화를 보면 사부님 밑에서 온갖 허드레일을 하면서 도를 알아가듯이 말이죠.

아직 제가 수양이 부족하지만 10년~20년이 되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겠죠. 그래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놓으면 미래의 제가 이 글을 읽고 웃을 날이 있을 겁니다. 모국어를 습득할 수 있는 나이는 5살이 한계입니다. 하지만 그외 기능은 죽을 때까지 발달합니다.

파블로 카잘스는 세계적인 첼로 연주자입니다. 90세가 넘는 나이에도 하루에 6시간씩 연습을 하였습니다.

95세가 되던 어느날 영국 BBC에서 특집방송을 위해 기자가 방문하여 물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세계 최고의 첼리스트입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연습을 그렇게 하십니까?"

"지금도 연습하면 할수록 내 실력이 늘어."

오늘 강원도 외딴 카페에서 정각 7시에 깨끗한 작업복을 입고 문을 열어주신 카페 사장님은 저에게 감동을 주셨습니다. 파블로 카잘스와 카페 사장님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두분처럼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덧, 글 게시 직전 화장실에 갔는데 어마어마하게 깨끗한 화장실에 심지어 물내려갈 때 파란 세제까지 내려가고 깨끗한 종이타월까지 감동입니다.

https://blog.naver.com/doctor_runner/223491581643

댓글 10 / 1 페이지

rabbit222님의 댓글

작성자 rabbit222 (211.♡.203.125)
작성일 06.26 08:32
좋은 글 감사합니다.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175.♡.35.11)
작성일 06.26 08:42
@rabbit222님에게 답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은비령님의 댓글

작성자 은비령 (106.♡.64.57)
작성일 06.26 08:38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하게 하는 글 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175.♡.35.11)
작성일 06.26 08:43
@은비령님에게 답글 카페사장님이 주신 기분좋은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한 것 뿐이죠^^

그저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그저 (112.♡.175.168)
작성일 06.26 08:53
아래층 동갑내기 여인네가 있습니다
인사가 아픈겁니다
오늘은 어디가아파침맞고 왔다

허리가 아파서
목이 아파서
손목이 아파서

원인안잡히는 통증들은 운동으로 거의 잡히더라 말해주면
본인 아픈건 다르답니다
ㅎㅎ그친구 거동소리 들리면 화분 정리하던 손길멈추고
얼른 현관으로 들어옵니다
맥빠지는 소리 반복듣다보면 으  ㅡㅡㅡ
싶거든요

오늘도 선추천 후댓글 입니다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175.♡.35.11)
작성일 06.26 09:05
@그저님에게 답글 검진하다보면 대부분 그렇습니다. 자신의 껍질을 만들고 들어가 계시죠. 기존 해왔고 편하고 생각없이 할 수 있는 행동으로 채워지고 어제와 같은 오늘이 있고 오늘 같은 내일이 있는 분입니다. 그래서 망치의 철학자 니체가 아니라 망치의 검진의사인 제가 말이 많아져요.^^

저라고 특별한 것도 아닙니다. 저도 이제 거의 10만명을 보다보니 직관적 느낌이 안좋아서 생활습관을 점점 변경하고 나중에 논문찾아서 근거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직관과 경험이 먼저고 동기는 나중에 형성됩니다.

2082님의 댓글

작성자 2082 (121.♡.149.247)
작성일 06.26 10:28
군을 홍천에서 나와서 전역 후에는 한번도 간 적 없는데
언급하신 바리깡스타 는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저렇게 정성을 다하시는 곳은 멀어도 한 번 가보고 싶게 되네요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175.♡.35.11)
작성일 06.26 10:39
@2082님에게 답글 한번 방문해 주시면 되죠. 모든 곳에는 잘 안 보이는 영웅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분에게 매출이 높은 것은 좀 특별하고 기분좋은 결과일 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결과겠죠.

이게말이야방구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이게말이야방구 (121.♡.160.1)
작성일 06.26 13:48
좋은 글 감사합니다.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180.♡.182.76)
작성일 06.26 19:55
@이게말이야방구님에게 답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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