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면서 느낀 점_66_백일해 예방접종과 할머니/성형외과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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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kdocok 175.♡.35.27
작성일 2024.07.1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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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doctor_runner/223516668098


5시 운동을 나가려고 아파트를 나서는데 하늘이 구멍이 난 것 같이 쏟아집니다. 제가 비올때 뛰는 것을 아내는 굉장히 싫어해서 감수하고 나갈까 조금 고민하다가 다시 들어왔습니다. 집에와서 calisthenics로 대체하기로 합니다. 한강을 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운동을 하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30분간 맨몸운동을 하기로 합니다. 사이드라테랄레이즈 50, 아령 잡고 팔굽혀 펴기 30, 엉덩이 뒤로 빼는 스쿼트 + 무릎 구부리는 스쿼트(무릎 통증이 오면서 자세를 변경) 300, 맨 바닥 팔굽혀 펴기 30 하였습니다. 안방문을 열면 깰까봐 턱걸이는 못했습니다. 사실 팔굽혀펴기가 맨몸운동 순위 3번째이고 첫번째가 턱걸이인데 아쉽네요. 그래도 내맘대로 안아픈 자세의 스쿼트 300회를 해도 땀도 안나네요. 달리기에 비하면 단위시간당 운동량이 부족한가 봅니다. 아내가 부스스 일어나서 밥줄까? 물어보길래 어제 먹은 과일이 아직 있다고 들여보냈습니다.

유비무환, 비가오면 환자가 없습니다. 백년목 신나게 정리하면서 수검자상담하고 있는데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나시는 60대 할머니가 백일해 예방접종을 맞으러 오셨습니다. 제가 책을 보면서 뭔가 정리를 하고 있으니 그렇게 배워도 공부할게 있냐고 여쭤보셔서 공부하면 할수록 모르는게 많아서 신난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으레 손주보시나봐요라고 여쭤보니 지금 손주를 봐주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를 볼 때 본인도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신다고 하면서 이게 아이에게 도움이 되느냐고 물어보길래 제가 너무나 훌륭한 할머니라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첫손주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백일해 예방접종을 간단히 설명하고 가시는데 갑자기 뒤돌아서 다시 들어오셔서 심각하게 여쭤봅니다.

선생님, 제가 기관지확장증으로 기침이 많아서 걱정입니다. 아무리 진료를 보고 치료를 해도 증상이 지속되어서 말이에요.

기관지 확장증은 아마도 과거 결핵이나 감염 등으로 기관지벽일부가 녹아서 폐 내부에 동공이 생긴 상태입니다. 가래 자주 뱉으시고 운동하셔서 계속 가래가 고이지 않도록 하셔야 하고 이러저러한 예방접종과 정성껏 설명드렸습니다. 집에와서 헐레벌떡 발이올린 레슨을 가서 아이 레슨을 들여보내고 저도 연습방에서 연습을 하려는 문득 제가 실수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해야 했던 말은 이말이었습니다.

할머니의 기침은 백일해 균으로 인한 기침이 아니므로 아이에게 해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예방 접종을 맞으시면 2주후에는 항체가 생기니 아이에게는 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자녀분과 손주에게 죄송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할머니를 존경하는 아이로 자랄 겁니다.

제가 했어야 했던 말

예전에 성형외과 교수님의 일화가 생각합니다. 어마어마한 내공으로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동맥혈관을 꿰매서 잇는 수술의 우리나라 최고 대가입니다. 손가락 10개가 절단 환자의 수술 30시간내내 수술해서 새끼손가락 두개를 제외하고 8개를 성공적으로 붙이신 분입니다. 간호사가 교대로 돌아가면서 수술 어시스트하는데 3바퀴를 돌아서 다시 만난 간호사가 잠깐 밥먹고 온것으로 착각했다고 본인의 체력이 중요하다고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병원에 출근하는데 운동을 하고 중요한 것은 15층 집까지 엘리베이터를 타지않고 뛰어서 올라가는 것이 운동의 종료야!

성형외과 교수님

사실 의대 교수는 수업이 2~3시간 한번 보는 기회밖에 없는데 저에게 각인 된 이야기로 인상에 남았습니다. 20년전 수업시간에 하신 말씀입니다. 이 할머니를 보니 그 성형외과 교수님 말씀이 문득 생각이 납니다.

화상으로 발목이 내전되어 발바닥이 하늘로 들리고 발등이 바닥을 향하고 있는 한 중년의 어머니가 진료실에 들어와서 소원을 말씀하셨습니다.

"40여년간 다리불구로 살았지만 딸 결혼식에 두다리로 멀쩡히 걸어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리를 만들어 드렸고 그 어머니는 6개월간 걷는 연습을 하여서 딸의 결혼식에 당당히 걸어서 들어가셨습니다.

성형외과 교수님 일화

https://blog.naver.com/doctor_runner/223516668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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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1 페이지

GQGQ님의 댓글

작성자 GQGQ (211.♡.14.228)
작성일 07.18 08:08
잘읽었습니다 ^^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175.♡.35.27)
작성일 07.18 09:34
@GQGQ님에게 답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metalkid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metalkid (113.♡.77.27)
작성일 07.18 08:10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175.♡.35.27)
작성일 07.18 09:34
@metalkid님에게 답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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