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상식]코모레비(木漏れ日)(feat. Perfect days)
페이지 정보
본문
일본어에 코모레비(木漏れ日)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를 설명하기 전에 심상으로 느낄 수 있는 이미지는 다음의 예들을 보시면 이런 것이 '코모레비'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단어를 보면 木+漏れ+日 = 나무 + 새다 + 빛 = 나무가지로 새어나오는 빛 이라는 뜻입니다.
일본 웹사전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숲과 나무들이 우거진 공원안을 걷고 있을 때, 나무들 사이로 태양빛이 비쳐 들어오는 것을 보면, 빛과 어둠의 대비가 아름다울 때가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비치는 빛도 있고, 지면에서 반사되는 빛의 무늬들이 어우러진 그런 음영의 대조를 <코모레비>라고 합니다.'
이런 복합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단어를 다른 나라의 말로는 하나의 단어로 번역할 수는 없죠(각 나라의 언어마다 이런 복합적 의미를 함축하는 단어들이 있죠).
빔 벤더스의 영화 <Perfect days>의 기획 단계에서의 제목은 '코모레비'였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코모레비'가 영화에서 주요한 장치로 사용되죠.
주인공 히라야마가 오전의 일을 마치고 항상 점심을 먹는 공원에서 큰 나무를 쳐다보면서 이 '코모레비'를 필카로 찍습니다. 그리고 밤에 주인공이 집에 돌아와서 잠들고 나면 아침에 일어날 때까지 주인공의 '상념(혹은 꿈속)'을 이 '코모레비'로 표현합니다(영화를 보시면 낮과 밤의 코모레비가 영상적으로뿐만 아니라 의미적으로도 대비가 되고 있다는 게 느껴지실 겁니다).
빔 벤더스는 이 영화를 16일간 쉬지 않고 촬영하면서 완성했는데 마지막날 촬영장면의 배경으로 음악감독이 들려준 루 리드(Lou Reed)의 'Perfect day'를 듣고는 아 이 영화의 제목은 '퍼펙트 데이'로 해야겠구나라고 깨달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런 배경을 알고 이 영화를 보면(혹시 다시 보더라도) 더 운치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SuperVillain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