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스에 생긴 알림 때문에 강유정 의원님께 메일을 써 보려고 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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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엘든링 확장팩 엔딩을 봤습니당. 엔딩 컷신을 보는데, 화면 중앙 상단에 '한 시간 지났으니 쉬세영'라는 식의 알림이 뜨더군여… 깜놀했슴당. 온라인 게임에서 이런 알림이 뜬다고는 들었는데, 플스에서 엘든링 하다가 이런 알림을 볼 줄은 몰랐거든영. 끄는 법을 찾다가 알게 됐는데, 이게 게임 산업법 때문에 추가된 거라고 하더군여…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강유정 의원님이 최근에 게임산업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소식이랑 의원님 보좌진 중에 게임 산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이 떠올랐습니당. 그래서 강유정 의원님께 메일을 보내려고 글을 적었는뎅, 여러분껜 첨삭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당. 메일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당.
가정용 게임기에 적용되는 게임 과몰입 예방 조치에 의한 알림에 관해
강유정 의원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비디오 게임을 즐겨하는 더불어 민주당 지지자입니다. 의정 활동으로 바쁘신 의원님께서 이번 달 18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후, 의원님과 보좌진 일동이 게임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양식을 가진 시민이 아니라 보조구가 필요한 병적 개체로 취급되는 비디오 게임 사용자에 대한 인식과 게임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부당한 제도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메일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메일을 드리게 직접적인 계기는 제 경험 때문입니다. 저는 최근 소니 사의 가정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5으로 비디오 게임을 하며 컷신(cutscene)이라는 게임 내 줄거리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적으로 연출된 영상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텔레비전 화면 중앙 상단에 '게임 플레이 후 한 시간이 지났으니 휴식을 취하길 바랍니다'라는 식의 문구를 담은 알림과 조우했습니다. 저는 뜻밖의 알림으로 몰입이 깨졌고, 다시는 이런 일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최근 게임기의 운영 체제 업데이트로 추가된 이 알람을 끄기 위해, 게임기의 설정창을 뒤지고 검색 엔진을 통해 이 알람을 끄는 방법을 찾아봤지만 허사였습니다. 이 알림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3 제1항 제5호와 제6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의3 제7항과 제8항에 따른 바로서 게임 사용자가 끌 수 없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5. 과도한 게임물 이용 방지를 위한 주의문구 게시
6. 게임물 이용화면에 이용시간 경과 내역 표시
⑦ 게임물 관련사업자는 법 제12조의3제1항제5호에 따라 “과도한 게임이용은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라는 주의문구를 게임물 이용 1시간마다 3초 이상 게임물 이용화면에 게시하여야 한다.
⑧ 게임물 관련사업자는 법 제12조의3제1항제6호에 따라 게임물 이용에 장애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게임물 이용시간 경과 내역을 게임물 이용 1시간마다 3초 이상 게임물 이용화면에 알아보기 쉽게 표시하여야 한다.
법과 시행령의 의무 조항에 의해 매시간 출력되는 알림을 무력하게 바라보며 전 충격을 받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 플레이스테이션 2라는 게임기로 비디오 게임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이래, 처음으로 법제가 제 게임 생활에 제가 바라지 않는 방식으로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명시적으로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 따위의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나 티비쇼를 몰아본다고 하더라도, 밀리의 서재 따위의 전자책 구독 서비스로 오디오북을 몇 시간 넘게 듣는다도 하더라도, 애플 뮤직 따위의 온라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하루 종일 음악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알림은 출력되지 않습니다. 오로지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이 비디오 게임을 하면 그 게임의 내용이 무엇이든 사용하는 게임기가 뭐든 시간마다 알림이 출력됩니다. 문화 콘텐츠 중 비디오 게임을 하는 일 자체를 게임 과몰입 예방 조치라는 명목으로 법제가 문제시하고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 향유하는 행위를 문제시하는 법제의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남북전쟁 이전 미국 노예 주에서 노예의 탈출과 반란에 대한 공포로 인해 제정되어 유색 인종에 대한 문해 교육과 독서를 금지한 「반-문해 법(anti-literacy law)」, 탈레반 치하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율법 준수를 명목으로 음악과 영화가 금지된 일과 같은 극단적인 사례만을 운위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는 게임 과몰입 예방 조치라는 이유로 법제에 의해 성인이 문화 콘텐츠를 온전히 향유하는 일이 방해 받고 있습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3 제1항 제5호와 제6호 그리고 동법 시행령 제8조의3 제7항과 제8항의 의무 조항에 의한 게임 이용 시간 알림 강제 조치는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성인을 양식이 있는 시민이 아니라, 법제라는 보조구에 의해 행위를 감시하고 제약해서 치료해야 하는 병든 개체로 인식하는 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과몰입 예방 조치와 같은 명분으로 성인의 행위를 제약하는 일은 정신 상태의 불안정을 이유로 성인을 감독하는 경우, 알코올 중독에 의해 자신과 타인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 가능성이 있어 강제 치료하는 경우, 전염병 감염을 이유로 감염자나 겸염 의심자를 격리하는 경우와 같이 상황에서나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비디오 게임을 한다는 이유로 문화적 생활을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비디오 게임을 하는 일이 매시간 알림으로 경고를 받아야 하는 병적인 일로 취급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저는 의원님께서 해당 법률과 동법 시행령의 문제적 조항뿐만아니라, 그 배면의 편벽한 인식에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으로 글을 줄이겠습니다.
앞으로도 의원님의 활약을 고대하겠습니다.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더불어 민주당 지지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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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디님의 댓글의 댓글
게임에만 이런 강제적인 알림을 법으로 강제하는거 자체가 문제입니다.
whodadak님의 댓글의 댓글
유니버디님의 댓글
사실 저런 건강 알림이 옵션으로 성인이 자신이 원하면 on/off 로 끌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지금처럼 반강제적으로 법으로 동원되서~~ 강제로 켜져야 되는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전세계 콘솔 국가중에 게임기에 저런걸 강제해서 넣는 민주주의국가는 거의 없어요. 아닌 국가는 아예 플스가 발매도 안되구요.
저는 글쓴님의 의견과 뭘 말씀하시는지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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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링크님의 댓글
플스도 원래 플3때는 떴다가 플4때는 시스템 미비로 누락된건데
단속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10년간 무시하다가 이제서야 시정조치 받고 고친건가봐요
ruler님의 댓글
1시간 단위라는건 과도한 감도 없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어느정도 시간관념 인식을 위해서도 주기적으로 알림을 주는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