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면서 느낀 점_84_전통 가족 관계의 붕괴와 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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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kdocok 218.♡.150.78
작성일 2024.08.0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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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doctor_runner/223536759879


오늘 아침은 컨디션이 저조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많은 시간을 보내던 결혼을 하지 않겠다던 아이가 처녀가 되어서 결혼을 한다면서 건실한 청년을 데리고 왔습니다. 우리집의 남자 어른의 대표가 저와 이모부 뿐인데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와인을 마셨습니다. 마셔야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즐겁게 마셔야겠지요.두툼한 광어회와 함께 와인 반병정도를 마셨습니다. 사실 저는 와인맛을 모르지만 굉장히 고급 와인이라고 하는데 저에게는 무용지물이지요. 와인 6병을 가져왔고 어른부터 사촌 초년생 들까지 조금씩 마셨습니다. 대가족이라는 문화가 사라짐에 따라 이런 분위기는 많은 사람들이 드물게 경험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오늘은 속도 썩 편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친척들 얼굴도 보고 좋았습니다.

그레인 브레인 이야기를 하려고 아침에 해당 부분을 다시 읽었는데 일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집중이 자꾸 흐트러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글들을 쓰는 것이 어떤 의무감이나 틀에 구애 받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언제든 글쓰는 것에 대한 의미가 사라지면 그만 두려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있을 뿐입니다.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쓰는 것 뿐입니다. [하버드 글쓰기 가의]의 프리라이팅에 가까운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고 동의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집착하지 않기로 하였지만 스스로 집착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제가 사회현상을 깊게 생각해본적도 없고 배경지식도 얕지만 제 나름 생각을 말해보겠습니다.

한국인은 대가족이라는 문화코드가 사라짐에 따라 자본주의를 견딜 수 있는 방파제와 같은 정신적 버팀목까지 사라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가족문화는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사회적 안전망 중 대가족이라는 문화는 아이를 돌볼 때는 보육안전망, 다양한 삶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멘토의 부족함, 갑작스런 건강문제로 인한 돌봄안전망, 고립감이나 소외감으로 인한 신체예산 중에서 필수관계의 부실화를 초래 합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서 처럼 주인공에게 부모가 모두 없음에도 누군가에게 또다른 희망과 사랑을 불어넣어주는 인간을 만들어 주는 안전망 같은 것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 사치, 자극적 컨텐츠, 소비 지향적 문화, 우월감같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한 감정에 모든 것이 매몰 되어 버리고 자신만의 사유와 철학을 만들 수 있는 텅빈 공간/시간은 없어지니까요.


제가 아침마다 달리고 글을 쓰는 것은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는 시공간을 창출하는 행위가 아닌가 싶습니다. 달리고 난 뒤의 활발한 뇌활동과 영감, 자유로운 주제에 대해서 글쓰기, 어제보다 사유의 깊이를 더 하여 어제와 다른 내가 되어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루틴의 시공간 말이죠.

이제 제 나이가 결혼하는 성인에게 덕담을 해야만 하는 위치라는게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아버지라면 어제 무슨 말씀을 해주셨을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아버지 장례식 장에 조용히 혼자 오셔서 울면서 나온 음식을 정성껏 모두 드시고 술한잔 마시지않고 아버지의 회사 생활에 대해서 말씀하셨던 회사 후배가 저에게 했던 말 중 하나가 기억납니다.

"선생님의 아버지는 저에게 단 한번도 잘못했다라거나 화를 낸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선배님의 자리에 본인이 있으면서 매일 생각이 나요."

어제 저는 그 두 사람에게 특별한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아침은 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네요. 노자와 장자를 사랑했던 아버지.

https://blog.naver.com/doctor_runner/223536759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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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1 페이지

제리아스님의 댓글

작성자 제리아스 (118.♡.66.52)
작성일 08.05 08:45
저도 인생 중년의 입구에 발을 들이고 보니 앞으로 다가올 통과의례들이 두렵습니다.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223.♡.232.80)
작성일 08.05 09:34
@제리아스님에게 답글 가족의 죽음이 아니면 죽음을 체험하기가 쉽지 않은 것같습니다. 나에게 죽음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해준 부모가 있기에 저는 앞으로 나아가는게 아닌가 싶어요.

meteoros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meteoros (118.♡.73.55)
작성일 08.05 10:41
@제리아스님에게 답글 시간 지나고 일들이 쌓이다 보면 마음에 딱지가 계속 앉습니다.
설명한다고 겪는 마음이 덜어지는 건 아닙니다만... 일단 두려워하기 보다는 그 마음을 주변사람들에게 더 잘하는 동력으로 쓰시는 게 후회가 없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waoo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waoo (115.♡.210.201)
작성일 08.05 11:29
좋은 글 감사합니다.~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180.♡.182.76)
작성일 08.05 15:05
@waoo님에게 답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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