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저점과 Trailing P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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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바닥이 어디라고 생각한다 뭐 이런 얘기는 아닙니다. (저는 그런 거 공개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매크로 실력이 못 됩니다ㅠ)
아마도 내일부터 코스피 바닥에 대한 예상과 함께 Trailing PBR 얘기를 주구장창 들으실 텐데요. 이 기회에 지표에 대한 공부를 하고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PBR이라 함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해당 주식이 자산가치 대비 얼마나 싼지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코스피의 경우에는 지수 시가총액을 지수편입종목 순자산 합산액으로 나눈 값이 되겠죠.
Trailing이라는 것은 직전 4개 분기를 말하는데, PBR의 분모값인 순자산은 Flow가 아닌 Stock 값이므로 그냥 직전 분기의 순자산 값을 의미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주가 바닥을 예상하는데 Trailing PBR을 사용하는 이유는 경기가 하강하고 기업이익이 감소하는 국면에서 PER 같은 수익 관련 지표의 정확성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통상 코스피 PER 계산은 향후 4개 분기(12개월 Forward) 기업이익 예상치를 근거로 계산이 되는데요. 경기하강 국면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하는 이익 예상치 값이 틀릴 가능성이 높아지겠지요. 반면 트레일링 PBR은 이미 공표된 직전분기의 순자산 값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숫자가 틀릴 리가 없을 겁니다.
코스피 트레일링 PBR 값은 지난 10년 간 0.7~1.2 구간에서 등락한 바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0.7을 하단으로 잡아서 계산을 해 보겠습니다.
(시가총액 / 순자산 = 0.7 => 순자산 * 0.7 = 시가총액)
직전 분기 코스피 순자산 총액이 대략 2,468조원이고, 여기에 0.7을 곱해 보면 1,851조원1,728조원이 나옵니다. 이 수치를 코스피 발행주식 총수(약 8,176억주)로 나눠주면 약 2,113pt가 도출됩니다. 짜잔, 코스피 저점이 구해졌습니다…만, 이렇게 쉽게 바닥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계산 실수를 정정합니다)
이 계산법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해 순자산 값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그간 장부가로 계상했던 보유 부동산에 대해 시가 기준으로 자산 재평가를 실시하면 기업의 실질에 바뀐 게 없더라도 순자산 값이 커지게 되겠지요.
둘째는, 과거에 PBR 0.7이 바닥이었다고 해서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PBR 값이 0.6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거든요. 즉, 구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이 지표는 귀에 걸면 귀고리요 코에 걸면 코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금융 시장에서 트레일링 PBR를 중요하게 보는 건, 지수 급락 구간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이 지표로 바닥을 가늠하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산전수전 다 겪어 보신 시니어 펀드매니저들이 트레일링 PBR을 매우 사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쪼록 앙님들 계좌가 속히 원상복구되길 기원합니다. 편안한 오후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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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알갱이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