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중소기업 면접 온 대기업 임원 글 보고 써보는 대기업 나온 고문님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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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이 218.♡.158.97
작성일 2024.09.05 12:11
2,91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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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첫 회사 사장님이 삼성맨이라는 자부심이 엄청나서 

허구헌날 "내가 삼성 다닐때..", "나때는 30분 먼저 나와 선임들 책상 닦았다.." 등등의 소리를 들어서

대기업 임원인 분들에 대한 편견이 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서 


회사에 50후반 분이 영업관리직으로 들어오셨는데. 

대기업 임원이셨고, 사장님은 대기업 인맥으로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싶으셨는지. 

3개월 뒤 고문으로 직책을 변경했습니다. 


이 분이 관련 업무를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초반에는 말들이 많았는데. 

고문이 되시고 나서 

이 분에 대한 평가가 극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분 특징이

단벌신사 라는 말이 어울리듯 매일 같은 색의 정장을 말끔히 차려 입고 오셨습니다. 

말투가 반존대가 섞여 있는데. 굉장히 나긋나긋하게 말씀을 하십니다. 

항상 "미안한데" 로 말을 시작하셨습니다. 


고문이 되시더니

각 부서 사람들을 한명씩 불러서 티타임을 갖자고 하시더니 

한주, 한달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같이 입에 불만을 담던 직원이 불만을 말하지 않고

밑에 애들 괴롭히던 팀장이 갑자기 회식을 하자고 하더니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지 않나. 

회사 탕비실에 간식들이 넣어지지를 않나

새로운 팀이 생기거나, 인원들 부서 이동이 생기질 않나. 


그런데 모든 변화들이 굉장히 긍정적인 결과만 만들어 냈습니다. 



연말에 사장님이 올해는 종무식을 특별한 곳에서 한다고 호텔 회의장을 잡아서 

부페음식을 깔아 놓고는 이 모든 준비를 고문님이 하셨다고 할때 

모든 직원들의 박수 갈채를 받으셨습니다. 



알고 보니 이 분이 대기업 인사팀에 계셨었고. 

사정상 영업관리를 하다가 회사 내부를 본인이 보더니 이건 문제가 심각하다 판단하셔서

사장님께 이야기 해서 

인사 구조, 사내 문화 등을 전반적으로 고쳐보겠다고 했답니다. 


당시에 이분께 왜 회사가 직원들에게 복지를 제공해야 하는지 

그걸 제공함으로 회사가 얻는 이익과 직원들이 가질 수 있는 소속감은 어떤 것이 있는 지 배웠습니다. 


그분이랑 티타임을 가진 직원들은 하나같이 내 마음을 어루 만져주는 마음의 아버지 같다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간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년 동안 많은 복지와 사내 문화를 확립 하시고 

고문님께서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사를 떠나셨습니다. 

듣기로는 이민을 가시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분이 가신 뒤 

다시 도루묵이 되어 원래의 회사로 돌아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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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 / 1 페이지

아찌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아찌 (211.♡.128.34)
작성일 09.05 12:12
고문을 하셨군요ㄷㄷㄷㄷ 한명씩 불러서...ㄷㄷㄷㄷ

심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심이 (218.♡.158.97)
작성일 09.05 12:14
@아찌님에게 답글 그리고 다들 행복사 했답니다. (살아있습니다!)

nkocuw9sk님의 댓글

작성자 nkocuw9sk (223.♡.214.12)
작성일 09.05 12:12
??? : 원래 높은 곳에서 떨어져야 더 아퍼

심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심이 (218.♡.158.97)
작성일 09.05 12:15
@nkocuw9sk님에게 답글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앙겔군님의 댓글

작성자 앙겔군 (220.♡.24.187)
작성일 09.05 12:14
헬피엔딩이군요 ;ㅂ;

심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심이 (218.♡.158.97)
작성일 09.05 12:16
@앙겔군님에게 답글 인생이 그렇죠 뭐

오렌지스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오렌지스콘 (106.♡.11.111)
작성일 09.05 12:14
아.. 너무 슬픈 이야기네요...ㅜㅜ

은비령님의 댓글

작성자 은비령 (218.♡.202.177)
작성일 09.05 12:14
저렇게 좋은 분과 함께 했던것 만으로도 참 부럽습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죠.

근데...역시 헬피엔딩이었군요. ㅠㅠ

SPQR님의 댓글

작성자 SPQR (223.♡.81.210)
작성일 09.05 12:16
궁금하네요
그 면담이..^^

오호라님의 댓글

작성자 오호라 (175.♡.154.96)
작성일 09.05 12:17
막줄이... ㅋㅋㅋ
헬조선 답네요..

Gesserit님의 댓글

작성자 Gesserit (125.♡.123.52)
작성일 09.05 12:19
규모 아주 작지 않은 중소기업에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 출신이 임원으로 와서 나름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정비해 보겠다고 ERP, 생산관리 뭐 이런 것을 도입했는데 결국 잘 안 되더군요. 대기업에 납품하던 A급 능력의 업체가 아니라 재정 환경에 맞게 흔한 중소기업 SW 업체들이 개발하고 설치했으니, 그 기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요청하다 시일은 늦어지고 그것을 운영해야 하는 직원들의 수준도 대기업과는 달랐으니까요. 특정 기능이 현실과 맞지 않아서 제대로 활용도 못 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한 2년 정도 노력하다가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고 그만두었다는 것을 나중에 들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제법 크죠.

심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심이 (218.♡.158.97)
작성일 09.05 12:27
@Gesserit님에게 답글 아... 그건 꽤 자주 보이는 실패 사례죠. 저도 개발쪽이라 그 부분은 정말 많이 보는 사례입니다.
지금도 저희 회사에 ERP 돈 들여서 했다가 일만 늘어나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Gesserit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Gesserit (125.♡.123.52)
작성일 09.05 12:34
@심이님에게 답글 처음 입사했을 때 '이건 이렇게 하고 저런 저렇게 하는 겁니다' 라고 하면 설령 잘 납득이 안 가더라도 그냥 배우고 그대로 따르지만, 이미 익숙해진 후에  뭔가를 새로 도입하려고 하면 일단 반발이 생기는 게 기본이기는 합니다. 다시 배우고 익혀야 할뿐 아니라 잘 안 될 때 (새로 도입한 것이라서 모든 직원들이 잘 모르니)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대충 혼자 해결해야 하니까요.

심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심이 (118.♡.3.10)
작성일 09.05 12:38
@Gesserit님에게 답글 그렇죠 게다가 신규 시스템은 현업의견 들어서 기존 시스템에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하는데
대부분 시스템에 맞춰야 하는 수준을 내버리는 비싼돈 주고 맞춰서 하다가
개선한다고 또 돈들이고
그러다가 새 임원이 와서 다시 새 시스템 도입하고.. ㅋㅋㅋㅋㅋ

푸른미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푸른미르 (118.♡.2.184)
작성일 09.05 12:20
조직 문화도 결국 구성원이 만들어가는 거죠 ㄷㄷ

심이님의 댓글

작성자 심이 (218.♡.158.97)
작성일 09.05 12:26
당시 고문님의 업적을 생각 해보니.

- 부서간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경어체 사용.
- 한달에 한번 문화의 날을 지정. 오후 반차 사용 또는 피자, 치킨 선택.
- 파견 인원들을 위한 차량 제공. (짐 나를 때 택시타는 일이 많아 스타렉스급으로 한대 구입)
- 종무식 호텔급에서 진행.
- 명절 선물은 10만원 이상으로 선택지 제공.
- 매달 팀별 회식비 제공.
- 술 안먹고 점심 회식 가능 (1인당 2만원 지원)
- 개인 상담센터 운영 (고문님의 방으로)
- 분기별 사내 복지 건의안을 받아 운영.

지금 생각하면 저게 왜? 라고 보이는 것들이 있었지만.
10년 전 100인 안 되는 중소기업에서 저걸 하자고 해서 1년 안에 다 되게 한게 당시엔 놀라웠습니다.
경천동지라는 말을 이때 쓰는구나 싶었죠.

사찰금지님의 댓글

작성자 사찰금지 (121.♡.188.235)
작성일 09.05 12:27
막줄이...안타깝네요...;;

베가본님의 댓글

작성자 베가본 (112.♡.53.173)
작성일 09.05 12:27
ㅋㅋㅋ 막줄.. 역시나.. ㅎㅎ

wanxi님의 댓글

작성자 wanxi (211.♡.195.239)
작성일 09.05 12:37
아니...기승전결???? 이 이상한 쪽으로...

파키케팔로님의 댓글

작성자 파키케팔로 (218.♡.166.9)
작성일 09.05 12:53
결국 대기업 출신 고문님은 도루묵을 만드셨군요.

브릿매력남님의 댓글

작성자 브릿매력남 (220.♡.97.159)
작성일 09.05 13:25
대한민국 중소기업다운 결말이로군요ㅠㅜ

막가씨님의 댓글

작성자 막가씨 (121.♡.159.1)
작성일 09.05 14:31
마지막 한 줄이 이 글의 신빙성을 증명합니다.

Superstar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Superstar (118.♡.186.134)
작성일 09.05 15:28
여러분 마지막 줄만 보시면 됩니다ㅠㅠ

Stroke님의 댓글

작성자 Stroke (106.♡.11.73)
작성일 09.05 16:08
고문님(물리) 셨나요.. ㅋㅋ

6K2KNI님의 댓글

작성자 6K2KNI (211.♡.202.206)
작성일 09.05 16:14
우리나라의 모든 조직문화는 경영인의 마음가짐에서 옵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어놔도 상급자의 한 마디로 바사삭해버려요.

조직문화가 엉망인 회사는 그 회사의 우두머리가 그렇기 때문입니다.

바른생활맨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바른생활맨 (58.♡.35.221)
작성일 09.05 16:25
묵중의 최고는 도로묵.. 안타깝네요

미피키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미피키티 (122.♡.20.162)
작성일 09.05 17:00
모든 회사의 분위기나 환경은 리더의 자질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리더의 능력이 중요합니다.
(주)대한민국은 망하고 있죠...

아침소리님의 댓글

작성자 아침소리 (121.♡.151.178)
작성일 09.05 18:46
이 분이.가장.잘한건 자기 부하직원을 닥달한게 아니라 자기 윗사람을 바꾼거라고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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