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뻘글] 독일의 응급실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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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ugain 79.♡.124.175
작성일 2024.09.0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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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거의 눈팅이지만 가끔 뻘글 하나씩 쓰는 cugain입니다. (see you again이 이런 발음이더라고요)


독일살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상황을 보면 정말이지... 너무도 안타까운데요 ㅠ

몇달전 응급실 방문의 기억이 나서 몇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일단 "응급"의 기준이 한국과 정말 다릅니다.


#1 열

40도가 넘지 않으면 응급이 아닙니다.

아이가 있으신 분들은 늦은밤~이른 새벽에 아이가 열이 펄펄나서 막 눈이 뒤집히고 축축 쳐져서 큰일났다. 하면서 응급실 찾으신적 한번쯤은 있으시거나 혹은 들어보셨거나 할겁니다.

가면 체온부터 잽니다. 40도 안넘으면 좀 기다리라고 해요. 정말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너 아이는 아직 39도니까 좀 기다려.

그게 보통은 아침까지.. 예요. (다른 의사 출근전까지겠죠? )

웃긴게 그동안 애는 또 괜찮아져요;;

그리고 제가 (혹은 보호자가) 안괜찮아지죠. 

아니, 기다리라고 해놓고 함흥차사니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 클레임도 걸어보지만.. 그래봤자 크게 좋아지는게 없습니다. 이놈의 나라는. 거기 상주하는 간호사와 얼굴 붉혀봤자 좋을게 없거든요... 안좋아지면 안좋아졌지. 쩝.

내 두번다시 응급실 오나봐라. 씩씩대면서 7시쯤 아이 데리고 나옵니다.

아이는... 잘 지내요 또.


#2 몸살

이거도 1번하고 좀 비슷한데.. 일단 너무 죽을거 같아서 응급실을 "제발로" 찾아가면 응급이 아닙니다;

정말 몸이 너무너무너무 아파서 이거 뭔가 내 몸안에 이상이 생겼구나. 나 이러다 죽는구나. 해서 아내가 운전해주는 차 타고 응급실 가면, 기다려야 합니다 (퀭)

너 저기로 걸어갈 수 있어? 저기가 기다리는 곳이야. (실제 들은말)

정말 당장 죽을것 같은 힘듦으로 축 쳐져서 병원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구급차로 실려오는 분들 왕왕 볼 수 있고,

아... 난 저들에 비해 응급상황이 아니구나. 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집에가서 침대에 누우면 한결 낫죠 ㄷㄷㄷ


#3 상해

상황따라 다를거 같은데.. 일단 어딘가에서 떨어져서 뭐가 부러졌다거나, 크게 타친경우엔 높은확률로 응급처치 & 치료를 받으실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만, 전 경험해보지 못했네요.

다행이예요;



이들이 이러는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을텐데,

일단 이나라도 의료는 기본적으로 무료 이긴 합니다. 공보험 한정. 대신 약값은 좀 비싸요.

대신 한국처럼 아프면 당장가서 번호표뽑고 기다려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서 저같이 이미 한국의 의료쇼핑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힘들죠. (당장 아픈데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예약이 다음주. 막 이렇습니다.)

여기 의사들도 돈벌고 싶으면 미국간다고 합니다. 훨씬 많이 벌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여긴 금전적인 이유보단.. 삶의 질을 훨씬 중요시 하기때문에 그들기준으로 칼퇴해야 해서 그럴것도 같구요.

(이들의 근무시간은 참... 다른 예로 놀이공원도 오후 6시에 닫습니다 ㅋㅋㅋ 직원들 퇴근해야해서 그렇겠죠? 해가 중천인데 집에 가야한다니... 놀이공원은 야간개장은 기본 아닌가요 ㄷ)

그래서 응급실에서 진료보는 의사수가 기존 한국보다 월등히 적습니다. 

의사 1명당 같은기간동안 진료를 보는 횟수도 한국에 비해 월등히 적고요.

그래서 이들의 의료시스템도 그럭저럭 돌아갔던 것 같습니다. 

(이게 터진건 코로나때 였는데, 그 이후로 의사가 늘었는진 또 모르겠네요.. )




미개(..)한 의료시스템을 가진 나라에서 사는 사람의 한탄정도로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무쪼록 빨리 끌어내려야 정상이 될텐데 말입니다.

사실 몇년전만 하더라도 국뽕이 하늘을 찔렀더랍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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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1 페이지

같이놀아요님의 댓글

작성자 같이놀아요 (182.♡.109.23)
작성일 09.05 16:22
이 글을 보니 몇 년전 뮌헨 여행 중에 응급실(?)에 간 기억이 나네요.
아이가 넘어져 바위에 이마를 부딪혔는데 오후 3시 경이었습니다.
택시를 불러도 오지도 않고 겨우겨우 대학병원(?) 비슷한 곳으로 갔는데
우리나라 대학병원과는 분위기가 정말 다르더군요.
대기하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여기가 병원인지도 모를정도로 한산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행 중이어서 신용카드로 병원비를 지불했는데
대략 1년정도 후에 병원비를 환불해준다는 이메일이 왔고 실제로 환불이 되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달과바람님의 댓글

작성자 달과바람 (121.♡.237.66)
작성일 09.05 16:25
부모님 병환으로 응급실 방문을 몇 번 했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응급인 것 같은 것과 응급실에서 판단하는 응급의 기준은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등급도 확실하게 나뉘어져 있구요.
지금은 굥 때문에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 하고 있는데, 이전에는 그래도 일단 가면 응급실에서 최소한의 처치를 해 주기는 했었죠.
물론, 정말 응급이 아니면 기다려야 하는 건 당연한데 응급실에서 소리치며 떼 쓰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한쪽에서 갑자기 환자에 문제가 생겨서 온 의료진이 뛰어와 들러 붙는 상황에도 왜 내가 먼저 왔는데 나부터 안 보냐면서 소리치는 사람은 정말 눈쌀 찌푸려지더군요.

아무튼 대한민국이 전체적으로 큰일입니다.

파키케팔로님의 댓글

작성자 파키케팔로 (218.♡.166.9)
작성일 09.05 16:26
제가 손수 차 몰고 응급실 문 열고 들어가서 맹장수술 받았는데요..
독일에선 전 응급환자가 아니군요..
한국이 좋습네다 ㅡ,.ㅡ;;

젤라스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젤라스틴 (86.♡.23.185)
작성일 09.05 16:39
2018년도에 독일 베를린에 거주중이었는데, 한국에서 장인, 장모님이 오시는 바람에 딸아이를 옥죄고 있던 가림막(거실의 일정 영역을 가림막을 두고 아이가 그 안에서만 놀게 했었어요) 을 오픈해 놨더니, 신난다고 침대에 가서 뛰다가 바닥으로 떨어져서 아이의 쇄골이 부러진적이 있습니다.

잘 티가 안나는데 아이가 자꾸 울길래 와이프가 안아줬더니 애가 질색팔색을 하면서 엄마를 밀어내길래 (평상시엔 엄마가 안아주는데 밀어내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뭔가 애가 다쳤구나 싶어서 잘 달래서 여기저기 터치 해보니 쇄골 한쪽이 부러진 느낌이었습니다.

밤 10시 무렵이었는데... 바로 Charité 라는 병원의 응급실로 갔더니 아이가 오니까 빈 주사기도 장난감으로 주고 얼르고 달래면서 진찰도 응급으로 10분만에 해주더니, 종이에다가 어디인가 주소를 써주더니 '아이니까 여기로 가라'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운전을 해서 알려준 주소로 갔더니 거기서는 엑스레이 찍는다고 2시간, 엑스레이 찍은거 진찰해야 한다고 1시간, 진찰후에 '깁스'를 할 수 없는 부위니까 고정하는 일종의 멜빵 같은걸 착용해야 한다며 1시간.... 총 4시간 정도를 응급실에서 있다가 나왔습니다. 아이는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들고...

어디나 밤에 응급실을 가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건 비슷한거 같아요.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와 다른점은... 4시간 동안 의사를 만나서 진료를 받는 과정인가 vs. 4시간 후에 병원에 갈 수 있느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을 만든 모든 책임은... 윤가 놈이 져야겠지요.

oscarpark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oscarpark (163.♡.151.8)
작성일 09.05 17:10
다들 잘 아시겠지만, 국가 불문하고 응급실에 걸어가든 실려가든 자기를 보고 의료진이 흠칫하면 아 나는 진짜 큰일이구나 생각하시면 되고, 그냥 슥보고 가면 죽을 일은 없겠네하고 안도하면 된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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