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시민의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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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에 책을 사고, 처음 몇 번인가 책을 읽다가 방치해뒀습니다.
책을 펼쳐 들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마음만 있다면 바로 읽었을테지만,
'이런 저런 다른 일들이 치여서 뒤로 밀렸다'라고 핑계를 내밀어봅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이 책을 다 읽었습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며 책을 읽는 건 조금 제약 조건이 많습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붐비는 사람 틈에서 책을 펼칠 공간 자체가 없을 때도 많고,
몇 정거장을 지나는 동안에 책을 꺼내고 펼치고 조금 읽고 다시 접고 넣고,
이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이번에 이 책을 다 읽게 되었던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책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겁니다.
아직 보지 않은 페이지들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스마트폰으로 찍고,
그 찍힌 이미지를 줌을 마음대로 하면서 읽어보는 거죠.
요즘 스마트폰들은 성능이 좋아서 바로 바로 대충 찍어도 잘 찍힙니다.
확대까지 해서 볼 수 있으니 아주 편리하고 좋습니다.
책을 한 손으로 펼쳐 들려면 새끼 손가락이 균형을 잡고 페이지를 넘기는 데에도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하는데, 스마트폰은 이런 단점이 없습니다.
그냥 가로로 펼쳐들고 몇 줄 읽고 스르륵 내리고 스르륵 내리고.. 아주 편합니다.
그래서, 상당히 많이 남아 있던 이 책의 나머지 분량을 이틀 만에 모두 읽었습니다.
이제 책 이야기를 해봅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조금 슬프고 조금 씁쓸했습니다.
유시민이라는 '지식인'이
이렇게 참 '같잖은 이'에 대해 분석적인 글을 쓴다는 게, 썼다는 게,
이런 헛일에 아까운 에너지를 쏟았다는 게 참 씁쓸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참 초라해졌구나 하고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책 속에서 유시민 작가는 '윤석열'이라는 '사건'을 분석합니다.
어쩌다가 저런 인물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에 까지 오르게 된 것인가.
저 인물은 어떤 식으로 사고하고,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어떤 식으로 살 것인가.
이미 일어난 이 '사건'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리고, 대한민국을 살아갈 앞으로의 '국민'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건'입니다.
'윤석열 당선자가 대선에 승리했다는 것' 자체가 '사건'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끌어내리고 싶지만,
온통 도자기를 부수고 있는 저 코끼리를 끌어내리고 싶지만,
이제는 더 이상 부슬 게 없으니
가게 안의 사람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저 코끼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작가 유시민은 앞으로 몇 년 후를 전망합니다.
시간은 흘러갈 것이고, 시작이 있었으니 끝도 있습니다.
결국, 윤석열은 저 자리에서 내려오게 될 겁니다.
난리를 치든, 끌려내려가든, 결국 내려오게 될 겁니다.
작가 유시민도 압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산다'
참 무섭고 겁나는 이야기이지만, 이것이 현실이었고, 언제나 그랬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살아가는 윤석열도 결국 끝이 날테고,
어찌되었든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는 걸 압니다.
작가 유시민도 윤석열 당선자 내외가 합당한 처벌을 받길 원할 겁니다.
그것이 이치이고 사회 정의이고 그의 마음도 이와 같은 것이나,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하고 고민하는 듯 합니다.
저 코끼리를 끝까지 밀어붙이면, 결국 사람들을 짓밟을 수 있으니까요.
차라리 아직 깨어지지 않는 도자기들, 다치지 않은 사람들을 지키며
저 코끼리를 작은 문을 열어 주고 숲으로 돌아가게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신 듯 합니다.
한 편으로는 그의 생각에 동의하고,
한 편으로는 그의 생각에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 유시민은 사람을 봅니다.
대한민국을 살아갈 사람을 봅니다.
실수를 하고, 또 실수를 하고, 또 실수를 하는 사람을 봅니다.
되도록 반복되는 실수를 하지 않으면 좋을테지만,
다음에도 또 그 실수를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조금 더 생각이 깨인 사람들이 늘어나면,
조금 더 정말 세상에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대한민국은 조금 더 살기 좋은 그런 멋진 나라로 될 것이다.
이 작은 씨앗 하나 심어주는 것으로도
자신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생각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걸 기원하며.
// (뻘글) 유시민, 그는 어떠했을까.
https://damoang.net/free/971973
* 이 글은 소모임 '글쓴당, 책읽은당'에 올린 글입니다.
// 소모임 '글쓴당'
// 소모임 '책읽는당'
https://damoang.net/readingbooks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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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
굿모닝빵빵님의 댓글
후다다다닥님의 댓글
유시민이라는 '지식인'이
이렇게 참 '같잖은 이'에 대해 분석적인 글을 쓴다는 게, 썼다는 게,
이런 헛일에 아까운 에너지를 쏟았다는 게 참 씁쓸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참 초라해졌구나 하고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랑 같은,비슷한 생걱을 하셨네요.
저도 이런 지식인이 깜도 안되는 자에 대해 시간을 들여 생각을 하고 책을 써야했다는 사실이 어처구니가 없었거든요. 종이가 아깝기도 했고요…;;:
lache님의 댓글
팡파파팡님의 댓글
그 부분을 저는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도자기 박물관에 코끼리를 넣은 “사람들“은 잘못이 없는가?
이게 작금의 사태에서 가장 핵심을 관통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로운 정권 교체는 이미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죠. 책을 집필 하실 때만 하더라도 가능성이 보였을진 모르겠으나 사실상 저는 탄핵도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이 나라의 법치 자체가 무너졌다는게 보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정치인들도 특검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것이고 저쪽은 임기 말까지 계속 거부할 겁니다
책을 읽고 난 다음 느껴진 것은 사필귀정이란 말도 결과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일이 바르게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써야한다는 것이 결론이 되었습니다
핑크연합님의 댓글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습니다. 공감합니다.
“ 이 책을 읽는 동안 조금 슬프고 조금 씁쓸했습니다.
유시민이라는 '지식인'이
이렇게 참 '같잖은 이'에 대해 분석적인 글을 쓴다는 게, 썼다는 게,
이런 헛일에 아까운 에너지를 쏟았다는 게 참 씁쓸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참 초라해졌구나 하고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diynbetterlife님의 댓글
끝내 전쟁을 도발하든 계엄을 하든 피를 보려하겠죠.
다만, 국민들이 다치지 않도록 출구를 마련해 놓느냐, 아니냐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기본으로 하는 정당을 가르는 구분이 되니까..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별사면권.
(심정적으로는 거부하고 싶은데, 머리로는 그래요.. 굥이 끝내 피를 보겠다고 하고 정권 교체하면, 그때는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처럼 탈옥성공해서 부를 누리며 살게 놔두면 안되죠)
보따람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