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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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전 이야기입니다.
대학다닐 때 조금 방황했었습니다.
다니고 있던 대학 전공도 좋았지만, 원래는 어릴적부터 미술, 조각이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아버지 사업은 휘청거렸고, IMF로 폭삭 망하고나니, 다른 꿈을 꾸기는 어려웠습니다.
대학의 긴 여름방학 문득, 미술에 대한 갈증이 났습니다. 갈증이 날때는 인사동 갤러리에가 혼자 그림이나 작품 등을 보며 시간을 보냈었는데, 그날은 무척 갈증이 심했습니다.
그냥 무작정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목적지는 없고, 그냥 여름 내내 걷다 차를 얻어타고, 지붕이 있는 곳이 있으면 침낭꺼내서 자다, 아침이면 다시 정처 없이 걸어다녔습니다. 밥도 굶기도 하고, 그냥 라면을 먹기도 하고, 때론 누가 재워주고, 밥을 주면 맛있게 먹기도 했습니다.
그날도 그렇게 흘러 흘러 차를 얻어 탔습니다. 원주에서 제천 방향으로 가다 구불 구불한 산길 어딘가에서 내렸습니다. 깊은 산 속 구불구불한 도로를 혼자 걷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차도 없어 아마 1~2시간쯤 산길 도로를 걸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지나가던 은색? 갤로퍼 한 대가 지나가다 차를 세웠습니다. 차를 태워주시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에 대해 물어보셔서 그냥 있는 그대로 방황하고 있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차를 태워주셨던 분이 본인도 동양 화가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길이 무척 힘들다는 것도 해주셨습니다. 저에게 다시 공부해 미술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 전공을 살리는 것도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화가로 사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고...
그리곤 왠 식당 앞에 차를 세우시더니 해맑게“우리 식당이야. 내 아내가 하고 있어. 밥 먹고가.”라고 하시며 식당 안으로 데려가셨습니다.
시골집 같은 식당 안에는 아름다운 동양화들이 걸려있었습니다.
화가분은 제가 묵밥을 다 먹을때까지 기다려 주셨습니다. 그리곤 식당 앞에서 저를 배웅해주셨습니다.
25년이 지나 문득 그 식당을 찾아보니, 그 식당일 것으로 추정되는 식당이 아직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과 식당 안 그림이 걸려있는 것을 보니 그 식당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내일 명절을 앞두고 식사 한 끼 하고 오려고 합니다. 그냥 무엇인가 드리고 싶어 제가 사는 곳 주변에 파는 작은 선물을 사봤습니다. 지역 과자점인데 포장이 너무 화려해 머쓱합니다.
내일 그 화가분을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문득 문득 떠오르는 그곳에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네이버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로 가게에 전화해보니 내일도 식당을 하신다고 합니다. 그때 묵밥을 주셨던 그 사모님일지는 모르겠습니다. 먼길이지만, 그래도 내일 잘 다녀와야겠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그때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려옵니다. 아지트에 잠시 차를 세우고 커피를 마시며 다모앙이나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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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말하우트님의 댓글
오래간만에 사람 사는 냄새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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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lie님의 댓글
후기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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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식당 다녀오고 후기 올리겠습니다 ^^
까치호랑이님의 댓글
님 이야기속에 들어갔다 온 기분입니다. 저도 덩달아 내일이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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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일 갔다가 안계셔서 스스로 실망할까봐 핑계거리 찾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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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맛에 다모앙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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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elfish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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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감사했던 마음이 오래 남아있어 꼭 뵙고 싶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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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전이니 지금쯤 70정도 되셨을 것 같아서 아마 가게에는 안계실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잘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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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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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themax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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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fender님의 댓글
IMF 때 알바 비슷한거 시작했다가 평생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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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걸음님의 댓글
아름다운 사연의 후기 기다립니다.
시간이 너무 무상하게 흘러가버리고, 답답한 세상 소식에 따뜻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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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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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액자속에 있던 그림이었지만, 장소가 무색할만큼 기세가 넘치던 그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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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과현님의 댓글
25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이어가시네요.
다른 분들이 말씀하셨듯 저 역시 후기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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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안계실 가능성도 있지만, 다녀오고 후기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heavyrain3637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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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안계실 수도 있고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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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지님의 댓글
순수미술은 헠 소리 날 정도로 졸업후 진로라는게.. 없어보였어서
아.. 애초에 평생 먹고살 돈을 물려받는게 아니라면
좋아서 선택한 미술때문에 졸업후엔 그림못그리고 살겠다 싶었는데
그 동양화가분이 너무나 솔직한 말씀을 해주신것 같습니다.
근데 내일 후기올라왔나 들락날락 거리게생겼네요
꽂이질때님의 댓글의 댓글
내일 잘 다녀온 후 후기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마안부우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