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우위론의 헛점과 자유무역의 기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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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lache 218.♡.103.95
작성일 2024.09.1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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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히켈의 <격차>라는 책을 보는 중인데, 이 책에 보면 장하준을 언급하는 경우가 간혹 나옵니다.


장하준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든가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등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많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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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 중 일부 발췌.



자유주의는 가난한 나라들이 발전하는 데 필요한 것과 상충한다면, 왜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자는 계속해서 자유무역을 주창하는 것일까?


한 가지 이유는 자유무역 이론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는 점일 것이다. 현대 자유무역 이론의 주춧돌을 놓은 사람은 19세기 초의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다. 리카도는 각국의 기술적 조건이 주어져 있을 때 모든 국가가 타국 대비 비교 우위가 있는 영역에 특화하면 글로벌 경제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최고 수준으로 달성된다고 주장했다. 포르투갈이 상대적으로 와인을 잘 생산하고 잉글랜드가 상대적으로 의복을 잘 생산한다면 잉글랜드가 와인 생산에 시간을 낭비하는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의복 생산에 집중하고 와인은 포르투갈에서 수입하는 것이 더 낫다.


이 모델은 너무나 합리적으로 보인다. 아니, 자명하게 옳은 논리로 보인다. 하지만 이 이론은 글로벌 불평등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이 모델은 각 국가가 생산 요소의 특정한 부존량을 자연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우리가 부유한 나라들은 자연적으로 자본이 비교적 풍부하고 가난한 나라들은 자연적으로 싼 노동력이 풍부하다고, 마치 신이 별자리에 새겨놓은 운명처럼 원래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봐야 한다. 애초에 왜 가난한 나라에서는 노동력이 그렇게 싸고 애초에 왜 부유한 나라에서는 자본이 그렇게 풍부한가?


독일의 한 경제학자가 1848년의 유명한 연설에서 자유무역 이론과 유럽의 제국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날카로운 비판을 했다.


'우리는 자유무역이 국제 분업을 발생시키고 그에 따라 각 국가가 자신의 자연적 우위와 가장 잘 조화되는 것을 생산하게 되리라는 설명을 자주 듣습니다. 여러분은 커피와 사탕수수 생산이 서인도제도의 자연적인 운명이라고 믿으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상업에 관심이 없는 자연은 두 세기 전에 사탕수수도, 커피나무도 그곳에 심어놓지 않았습니다.'




칼 마르크스가 여기서 지적한 것은 자본과 노동의 상대적 부존량은 역사적, 정치적 과정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인간이 만든 것이지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부유한 국가에서 노동력이 비싼 이유는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강한 노조와 노동법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부유한 국가에서 자본이 풍부한 이유는 오랫동안 관세로 보호해서 자국 산업을 발달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노동력이 싸고 자본이 부족한 이유는 식민주의 시기 동안의 박탈, 불평등 조약, 그리고 구조조정의 오랜 역사를 지녀왔기 때문이다. 비교 우위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다.



글로벌 남부 국가들은 관세와 보조금을 전략적으로 사용해 국내 산업을 일굼으로써 부존 자본량을 늘릴 수도 있었다. 실제로, 독립을 하고 나서 구조조정이 강요되기 전이던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글로벌 남부 국가들은 바로 그러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산업 전략에는 신중한 계획과 정부 개입이 필요한데, 계획과 개입은 자유무역주의자들이 '자연적인' 질서를 교란한다며 맹렬하게 반대하는 것이다.

댓글 3 / 1 페이지

고약상자님의 댓글

작성자 고약상자 (107.♡.144.11)
작성일 어제 13:02
분명한 것은 돈 많은 자본가들과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WSJ 같은 언론사들은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widesea님의 댓글

작성자 widesea (125.♡.201.76)
작성일 어제 13:04
자유무역을 하든 안하든 어차피 손해는 빈국의 몫이죠.
보호무역 한다고 배겨낼 수 있는게 아니니......

트라팔가야님의 댓글

작성자 트라팔가야 (58.♡.217.6)
작성일 어제 13:05
리카도의 무역 이론은 낡은 1세대 국제무역 이론,
1979년 폴 크루그먼 국제무역 이론 등이 2세대 국제무역 이론이라고 하네요.

독자는 제이슨 히켈의 <격차>라는 책에 대한 비판적 독서가 필요해보이고, 저자는 책의 업데이트가 필요해 보입니다.


국제무역을 통해 다른 나라와 거래를 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국제무역은 '시장확대'(extending the market)를 가져온다. 이제 국내 사람들은 무역을 통해 외국 기업이 생산한 상품도 이용함에 따라 상품다양성이 증가하게된다. 국제무역으로 인해 '상품다양성 증가'(variety gain)를 누릴 수 있게된 것이다.

또한 국제무역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각 기업들은 제한되어 있는 시장크기로 인해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면 시장크기가 커져서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릴 수 있고 평균생산비용은 감소한다. 즉, 국제무역은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증대(scale effect)시킨 역할을 수행했다.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가 증대됨에 따라 국제무역 이후 상품가격은 하락하고 국민들의 실질임금은 증가한다. 국제무역 덕택에 국민들은 '상품가격 하락과 실질임금 상승 효과'를 누리게 된다.

(중략)
국제무역을 하는 이유는 '내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상품다양성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이다. 1세대에서의 국제무역 목적은 내가 가지지 못한 상품을 얻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1세대에서의 무역 상대방은 노동생산성이 다르거나(기술수준이 다르거나) 다른 자원을 가졌었다. 그러나 신무역이론에서의 무역 상대방은 나와 동일한 특징을 지닌 국가여도 괜찮다. 국제무역을 통해 싼 가격에 여러 상품을 소비하는게 중요할 뿐이다. 즉, 비슷한 국가들 사이에서도 국제무역은 발생(similarity)한다.

https://joohyeon.com/m/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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