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훈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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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하늘색 222.♡.33.240
작성일 2024.10.0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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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근무중입니다.

안그래도 요 며칠 큰 일은 아닌데 짜증나는 민원들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보통 이런 규정이나 법이있고 이렇습니다. 라고 설명드려도 안통하고 게다가 바로 해결이 되거나 봐드리겠다고 해도 이미 짜증이 난 걸 화내시면서 풀려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몇 가지 일 중 하나인데 며칠 전에는 사이드 브레이크 잠그고 이중주차 되어 있다고 연락을 받고 바로 차주분께 연락드려서 빼는 중인데 다른 분 연락오셔서 같은 차 문제를 말씀하시는데 지금 연락드렸고 빼러 내려가시는  중 입니다. 라고 설명드려도 욕을 하시면서 짜증을 내시더군요. 


뭐 이런 일들이 겹쳐 있어 살짝 예민한데 오늘 전화가 왔습니다. 위층에서 물청소를 해서 구정물이랑 다 떨어져서 실외기랑 창문이 엉망이 되었다면서요.

이분도 연락드리겠다고 해도 아주 심하진 않아도 짜증을 내시다가 끊어셨습니다.


청소하는 집 호수를 확인하고 연락을 드렸는데 내용을 들으시고 정말 죄송하다면서 몰랐다고 하시더라구요. 앞으로 물청소는 하시면 곤란하다고 말씀드리고 끊으려는데 혹시 몇 호인지 찾아가서 죄송하다고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하시길래 


제 생각에는 그러실 필요까진 없으실거 같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으면 될 것 같다고 설명 드렸습니다.


일단 여기서 조금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위층에서 물청소로 창문과 실외기가 더러워진다는 민원도 종종 있는데 대부분 알았다고 심드렁하게 끊으시고는 보통 2~3번 반복되고 그 이후로 연락이 안오거든요.


그럼 청소를 어떻게 하냐고 오히려 화내시는 분들도 많구요. 또 연락이 없을 뿐이지 물청소를 실제로 계속 하시고 아래층에서 참으시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찾아뵐 필요가 없으면 꼭 연락드려서 몰랐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연락해주시면 안되겠냐고 하셔서 제가 다시 민원 세대 연락을 드렸습니다.


처음 전화하신 분은 내용 들으시더니 알았다고 하시고는 이번엔 짜증은 안내시고 한숨 한번 쉬시고는 저거 청소 어떻게 하지... 이렇게 말하시곤 끊으셨습니다.


뭐 상황 종료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한시간 반정도 지나서 방금전에 물청소한 세대에서 다시 연락이 옵니다.


아래층에서도 찾아왔는데 아래층에서 보니 전화할만 하더라. 전 전화하신 분이 바로 아래층인줄 알았는데 전화를 안하셨다길래 더 아래층인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전화드려서 이런 일 없을 거라고 정말 죄송하다고 다시 한번 말해줄 수는 없겠냐 라고 하시더군요.


전 여기서 처음 겪는 일이고 연락드려서 죄송하다고 말은 전했는데 다시 한번 전화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다시 민원 세대에 연락해 내용 전달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최초 민원 세대에서도 목소리가 완전히 풀린 느낌도 받았고 알겠다고 하시더군요.


전화번호 조회하면서 보인 건데 30대 중반으로 저보다 몇 살 아래신데 참 대단하시다고 느꼈습니다.

자신이 실수한 부분에서 명확히 실수라고 인정하고 사과의 말까지 할 수 있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중 하나는 자신이 잘못해놓고 혹은 실수 해놓고 도리어 화를 내시거나 우기시는 경우가 정말 많다는 부분인데 

이번 일은 이 일을 하면서 아주 드믈게 정말 훈훈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래층 분도 최초 전화에는 짜증이 나셨다고 3번째 통화에는 완전히 화가 풀리셨다고 느꼈구요.

정말 모범적으로 해결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모든 민원이 이런 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댓글 1 / 1 페이지

clien11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clien11 (211.♡.127.212)
작성일 10.01 12:55
고생 많으십니다. 훈훈하네요..
요즘에는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 손해를 볼 것 같아, 너무 아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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