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나오는 '식물'은 비폭력의 저항, 그리고 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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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diynbetterlife 220.♡.37.28
작성일 2024.10.1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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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우리는 모두 서로를 먹고 살아'


요 며칠 독특한 가사의 노래를 듣다가 문득 '식물'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에 나오는 '식물'과 연관되서 생각이 확장되더라고요.


가사 중 발췌:

"

우린 그저 우연의 산물이란걸 받아들일 줄 몰라.

신보다는 식물에 가까워서

우리가 살아있는 이유를 끊임없이 조합해서 만들어내지.

그리고 수선화와 민들레로 분해되고 벌들은 거기서 꿀을 만들고 우리 손주들이 모닝티에 넣어먹겠지.

그게 삶의 순리야.

"


채식주의자에 나오는 식물과 이 노래에 나오는 식물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주인공 영혜가 자기 존재의 이유를

피를 탐하고 육식을 하는 폭력의 상징인 포식자와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증명하고 비폭력적으로 저항하고 의미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요.

그리고, 현세대와 후대가 그 의미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요.


영혜의 식물화는 수동적이거나 현실도피나 자기부정이나 스스로를 해치는 자살과는 다른 의미의 식물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신랑이 이번 한강의 노벨 수상을 나이든 남자가 아닌 여성이 해서 시기적으로 참 다행이다라고 하더라고요.

폭력에 희생된 무고한 희생자들의 역사를 다룬 점에서, 세상을 여성의 관점에서 다룬 점에서,

권력에 의한 폭력과 차별을 다루고 올바른 가치를 추구한 젊은 세대의 여성 작가가 된 것에 대해서요.


아마도 신랑은 어쩌면 5.18과 제주 4.3사건을 주로 염두에 두고 한 말이겠지만,


클리앙 다모앙을 하면서 드는 제 생각은

성별 갈등에 있어 주로 불타는 소재인 '페미'에 대해서도 얘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워마드가 여성이나 페미를 대표하지 않듯이, 일베가 남성을 대표하지 않잖아요.

근데 페미와 꼴페미를 구별해달라고 하면 진보커뮤에서조차 여성 스스로 자정작용을 못했으니 동조자라고까지 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일베 디씨 펨코도 박멸이 안 됐는데 그럼 남성 스스로 자정작용 못해서 동조자인가요.

이준석 윤석열 김태효 등은 정계로 진출한, 혹은 정권을 장악한 나이든 일베 아닌가요.


워마드나 정의당 신지혜, 당직자 이재정, 박지현 등으로 페미를 싸잡아서 페미가 권력을 장악했다기엔 그 세력 자체가 다릅니다.


펨코가 살코면 더쿠는 살인쿠라는 공격도 마찬가지고요.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772720?c=true#148265046


남성이 벌인 N번방 사건과 여시 커뮤의 남성 성희롱 사건을 동급으로 놓는 기사와 남초커뮤 여론도요.


여시 사건은 분명 잘못이 맞지만 피해자들을 강요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수익을 올린 N번방 조직범죄와는 심각성 자체가 다릅니다.


N번방 사건, 그리고 타임라인

https://brunch.co.kr/@2woowhypi/47

조지호 서울경찰청장 “여성 커뮤니티 성희롱, ‘n번방’과 성격 달라”


조 청장은 “(기존) n번방은 텔레그램 시스템을 이용해 특정 여성의 약점을 잡아서 의무가 없는 일을 하게 해서 성착취물을 만들거나 유포하는 것”이라며 “(이번 건은) 회원 가입을 한 회원을 상대로 한 공개 사이트에서 성관계 경험담이나 (남성의) 개인정보, 또는 사진 등 부적절한 내용을 게시하고 공유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171200001


페미가 권력을 잡았다거나 꼴페미와 페미를 구별하지 않는 공격으로 상처받는 많은 진보층 여성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김활란을 옹호하는 가짜 페미가 있다면, 이에 반박하고 언론/국짐/관변단체를 규탄하는 이화인들도 있습니다. 이 분들이야 말로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면 혹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692040


페미는 정신병이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혹은 그런 반응을 유도하는 글을 꾸준히 게시하는 분들이 커뮤에서 목소리가 크고, 활동도 활발하시죠.


사실 채식주의자에도 극단적 비건주의, 탈코르셋 등 페미와 연관지어 남초커뮤에서 비난받는 요소들이 나오거든요.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면 한강 작가도 페미니스트인거죠. 


한강 작가의 수상과 관련해 덕분에 어제 인상적인 댓글을 다모앙에서 발견했습니다.


전통적인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를 거부하고 동등하고 독립적인 여성성을 추구하는 사상을 페미니즘 이라고 부릅니다.

여성우월주의나 급진적인 페미와는 구분해서 봐야합니다.

사실 최근의 여권신장을 보면 이미 페미니즘이 보편화된 사회가 도래했다고 봐도 무방할겁니다.

근데 문제는, 이 과정 속에서 자기 이익과 권리를 빼앗겼다고 느끼는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다는것이죠


여성의 시각에서 느끼는 최근의 여혐현상에 관해 알 수 있는 더쿠 게시글 링크와 함께요.

https://damoang.net/free/1939747#c_1948530


사실 저도 여성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성의 피해 소식에 더 민감하고 여성 입장에서 생각하는 한계도 있습니다만, 워마드 손가락은 잘못됐다고 따로 게시글을 올리는 등 남성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가운데 손가락 욕해도 괜찮다는 건가요>

https://damoang.net/free/1175701

그래도 이런저런 의견을 보다보면 너무하다 싶은거죠.


한가지 더 예를 들면, 군대 사병을 죽음으로 이르게한 가혹 얼차려까지 페미로 엮어 공격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군대 문화와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37/0000413897?sid=102


르노나 넥슨의 한남소추 사태는 분명 사라져야 할 잘못된 워마드 행위가 맞고요.


성별갈등을 첨예화해서 이득을 보는 곳은 따로 있는데,

이번 한강 작가의 수상이 이런 혐오의 득세속에 얼마나 다행스런 소식인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먼저 생각하고 말해주는 신랑의 시각과 이해도 고맙더라고요 ㅠㅠ.

댓글 15 / 1 페이지

호락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호락 (49.♡.7.200)
작성일 10.15 00:32
극단적인 페미 싫다 일베 싫다 친일 싫다 하면서

고작 한줄 문장으로, 게시글 하나로- 상대를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그 집단으로 낙인찍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죠.
(어느 커뮤건요)

가사라님의 댓글

작성자 가사라 (112.♡.211.243)
작성일 10.15 00:51
페미니즘은 이미 여성우월주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TERF 같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트랜스젠더가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부르는 것을 혐오하고 배척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인식을 지울 수가 없죠.

남성입장에서는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고 성평등주의에 맞는 새로운 개념과 용어를 들고 나오지 않는 이상 서로가 절대로 화해할 수 없을 거라고 단언합니다.

diynbetterlife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diynbetterlife (220.♡.37.28)
작성일 10.15 00:53
@가사라님에게 답글 특정성별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이죠.. 성소수자나 트랜스젠더가 배척되야 할 대상도 아니고요.

나옹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나옹 (124.♡.236.163)
작성일 10.15 02:22
@가사라님에게 답글 저에게 페미니즘은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사상이 아닙니다.  여성도 인간이라는 사상입니다.  30년 전부터 그렇게 저는 페미니스트였습니다.  여성도 인간이기때문에  똑같이 일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오면서요.

이제 페미니즘이 오염되었다고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을 버리라니 . 왜 그래야 하죠.  언제는 페미니즘이 환영받은 적이 있었나요.  손톱만한 꼬투리로도 비난받는게 항상 여자들이었는데요

결혼하지 않고 늦은 나이까지 직장을 다닌다는 이유만으로도 이기적이라고  인생을 그렇게  즐기기만 하지 말라며 저를 비난하던  퇴근길의  택시기사가 생각납니다. 

 저 아십니까.  저희 아버지도 택시기사이시고 제가 번 돈으로 아버지 택시도 사드렸어요.  제가 이기적인가요. 그때  왜 그렇게 얘기를 못했는지 두고 두고 후회가 됩니다.

가사라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가사라 (112.♡.211.243)
작성일 10.15 02:32
@나옹님에게 답글 제 댓글은 읽어보신건가요?
페미니즘이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드렸는데 이해를 못하신거 같네요.

비밀기지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비밀기지 (121.♡.141.109)
작성일 10.15 03:09
@가사라님에게 답글 의견이 틀리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여성운동 뿌리에 근거했던 과거의 사고방식과 사건들이 사라진 것도 아닌것도 맞습니다. 단어를 바꾼다고 오염시킨 사람이나 쉽게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사라질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어떤 시기인지는 지나가봐야 알 것 같네요.

diynbetterlife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diynbetterlife (220.♡.37.28)
작성일 10.15 09:28
@가사라님에게 답글 한강 작가도, 김활란과 국짐/수구어용단체/언론을 규탄하는 이화인도, 저 역시도 어찌보면 페미니스트입니다.

진보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공동체와 연대의식,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 자신은 생활속에서 육식을 하고 화장을 하고 브래지어를 하고 다녀도
비건이나 브래지어에 대한 구속이라는 주장, 데이트폭력이나 보이지 않는 위계에 대한 저항에 일정부분 그럴수도 있겠다... 이해도 하고 관심도 있을 수 밖에요.

어떻게 이런 차별적 구조가 생겼을까, 인천국제공항사태는 왜 을과을의 싸움이 됐을까.. 전장연에 대한 악의적 가짜뉴스는 누가 퍼트리는걸까(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장연이 시위하면서 "강력 스티커를 붙였다"는 등..)

그런 성향에서 자연스럽게 기본소득, 청년층의 고립과 외로움 등에 대한 원인등도 고민하게 되는거고요. 그러니까.. 페미니스트가 꼭 여성 특정한 인권운동으로만 보기엔 어렵다고도 생각하고요.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적 발언은 클리앙 엑소더스 발생 전에 클리앙에서도 본 적 있습니다.
아이유의 신규앨범 <러브 윈즈> 발매 당시에요.

기사는 선동하고, 커뮤는 동요하고요.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540316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540369?c=true#146422336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725955?c=true#147917011


(원래 '일부' 없이 제목 썼다가 다른 회원의 댓글 항의로 나중에 추가)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TERF든 언론이든 남초커뮤든 하면 안되는거죠..

페미니즘의 승리를 바라는게 아니라, 오해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풀어보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달려달려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달려달려 (211.♡.11.30)
작성일 10.15 05:01
글 잘 읽었습니다. 마음속으로 ‘그래 내가 하고싶은 말이 이 말이야!’ 싶었어요.  영상도 정말 독특하고 예쁘네요. 스크랩합니다.

diynbetterlife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diynbetterlife (220.♡.37.28)
작성일 10.15 06:12
@달려달려님에게 답글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월광소나타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월광소나타 (121.♡.30.123)
작성일 10.15 07:23
여권신장 과정에 자기 이익과 권리를 빼앗겼다고 느끼는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신 부분이 제가 항상 생각 하는 내용입니다.

코지73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코지73 (59.♡.181.69)
작성일 10.15 09:26
좋은 글 감사합니다.

diynbetterlife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diynbetterlife (220.♡.37.28)
작성일 10.15 09:37
@코지73님에게 답글 따듯한 댓글 감사합니다.

테세우스의뱃살님의 댓글

작성자 테세우스의뱃살 (106.♡.199.244)
작성일 10.15 13:56
'어찌보면 페미니스트'인 분들은 대부분 문제가 없는데,  어째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은 죄다 워마드에 가까운가요?
대중들의 인식은 여기에서 비롯되지 않을까요?

diynbetterlife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diynbetterlife (220.♡.37.28)
작성일 10.15 14:32
@테세우스의뱃살님에게 답글 목소리가 큰 분들, 언론에서 골라 쓰는 분들이 대표성을 띄고 주류인 듯 보이는 것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돈을 받고 조직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곳과,
개개인이 목소리를 내는건 크기도, 속도도, 응집력도 다르니까요.

다만, 일베나 워마드는 어떤 사상이나 이즘이 아닌 혐오일 뿐이니
진보적 사상의 일종인 페미니즘하고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FactViolence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FactViolence (106.♡.0.234)
작성일 10.15 14:55
@테세우스의뱃살님에게 답글 사실 같은 한몸이라 그렇습니다.
예전에 여성계에서 메갈은 또다른 페미니즘이다라고 적극적으로 옹호한 논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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