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기후·에너지 인터뷰②] "원전을 지속하는 것은 불평등한 구조를 유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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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만든 기후위기, 인류가 막을 수 있다
매년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이미 망한 게 아닐까?" 우려된다면 주목하라. 과거 '지구는 지구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던 조천호 박사에게, 만약 그가 지구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물었다. '모든 생명을 멸종시킨다' 혹은 '그래도 인류를 믿어본다'는 선택지에 조 박사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현 인류를 믿죠. 끝나는 그 순간까지는 희망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6500만 년 전, 공룡 입장에서 소행성이 떨어진 건 어쩔 수가 없었죠. 그런데 기후위기는 우리가 일으킨 일입니다. 우리가 바꿔버리면 되는 거예요. 우리에게는 자본도, 기술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희망은 있습니다."
IPCC 6차 보고서는 이미 수 년 전, 우리의 능력으로 충분히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있고, 대응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 박사는 "기후위기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기득권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전환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위기 대응에서 에너지 전환이 시급한 이유를 물었다. 조 박사는 "우리가 살아온 방식대로 열심히 살아가게 된다면 결국 우리가 만들어 온 세상은 무너질 수 밖에 없어요. 즉, 문명의 기반이 된 화석연료로부터 에너지전환을 해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죠"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국과 세계의 에너지전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변화와 행동은 과연 무엇일까. 이어지는 질문과 답변은 다음과 같다.
- 우리나라의 기후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에너지 정책은 있지만 '기후' 단어를 붙이는 건 조금 이상합니다. 기후대응과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거든요. 정부의 대응은 '그냥 원전으로 해결한다'는 것뿐입니다. 지난 8월, 정부는 호남 지역에 향후 7년간 신재생에너지 발전 허가를 제한하고, 용인에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를 새로 건설한다고 발표했어요. 이와 함께 서울 주변 그린벨트를 풀어 자연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 세계는 '재생에너지 3배 확대'를 악속했는데요, 한국의 대응은 어떠한가요?
"작년 전 세계가 모인 COP28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를 현재보다 3배 늘리고, 에너지 효율은 2배 늘린다'고 결론 내렸죠. 그러나 작년 전 세계 평균 재생에너지 비율이 30%를 돌파할 때 대한민국은 10%도 안 되는 상황이에요. 우리는 3배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함께 늘린다?
전세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재생에너지로는 부족하다면서 원전과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거듭 밝히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지연되고, 전력계통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상극이라는 우려를 표한다.
-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상극이라고 말해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재생에너지는 분산적으로 공급되며 태양과 바람 등 자연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변동성'이 특징입니다.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배터리와 같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을 함께 사용하죠. 그런데 원전은 한 번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쉽게 껐다 켜기가 어려운 '경직성'이에요. 그래서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와 함께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전력망은 항상 일정한 주파수로 유지해야 되기에, 특성이 다른 두 전력원을 운영하면 항상 재생에너지를 끄는 문제가 생겨요.
실제로 원전이 확대되면 재생에너지가 오히려 위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의 경우, 2024년 예산 중 원전이 1500% 증가한 반면, 재생에너지는 40% 이상 줄었습니다."
"오늘날 기후위기를 극복한다는 건 에너지와 물질이 순환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지구는 유한하기에, 에너지와 물질이 순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만든 세상은 에너지와 자원을 끊임없이 고갈시키고, 온실가스와 오염먼지, 쓰레기를 계속 쌓아두고 있습니다. 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은 재생되는 에너지가 아니죠. 자연으로 순환되지 않는 인간의 세상은 결국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핵폐기물 : 원전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핵폐기물이 된다. 특히 고준위핵폐기물은 10만 년 이상 생태계와 격리해 안전하게 처분해야 하나, 전세계에 영구처분시설을 운영하는 곳은 없다.
- 재생에너지가 원전에 비해 더 저렴한가요?
"네, 전세계의 어떤 자료에서도요. 가장 최근 자료인 네이처 논문*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발전소 건설 중 풍력과 태양광 건설이 가장 경제적인 상황(LCOE*기준)입니다. 반면 2023년 기준으로 원전이 가장 싼 나라는 대한민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단 세 곳 뿐입니다. 대한민국이 굉장히 특이한 상황이라는 거죠. 하지만 2027년이 되었을 때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태양광이 가장 쌀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LCOE : 발전소 건설부터 폐기까지 발전 설비의 전 수명주기 동안의 비용
- 화석연료도, 원전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 공급이 충분할까요?
"많은 이들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전력 공급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시나리오 K-map*에 의하면 한국은 현재 사용하는 전력의 3배를 태양광으로, 2배를 풍력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독일은 우리보다 위도가 15도 높아 태양광 효율이 낮은데도(태양광은 저위도로 갈수록 효율이 좋다), 이미 전력의 6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독일보다 풍력 자원이 약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World Bank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해상 풍력은 굉장히 좋은 여건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서울과 비슷한 면적의 땅을 골프장으로 쓰고 있거든요. 땅이 없고, 환경이 부족하고, 이것저것 따질 게 아닙니다. 처음부터 부족하다고 말하는 건, 안 하겠다는 거니까요."
-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한다면, 우리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해야 합니다. 그러면 수만 명의 노동자가 직업을 잃게 될 텐데, 만약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면 필요한 노동력은 기존 발전소의 약 2.8배*에 달합니다. 또한 2050년까지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관련해 약 200만 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석탄화력발전이나 원전의 경우 소수의 인력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지만, 재생에너지는 특성상 전국에 골고루 퍼져야 합니다. 이는 오늘날 직면한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요. 기존의 중앙집중식 불평등 구조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지역의 자연을 통해 만들어지기에 그 이익을 반드시 지역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기본소득의 한 형태를 만들 수도 있죠. 그래서 재생에너지로 단순한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협력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서 조 박사는 '원전을 지속하는 것은 불평등한 현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지역에 지어지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전과 같은 중앙집중형 발전 구조는 지역 공동체와 환경을 파괴하고, 생산된 전기는 도심과 산업계에서 주로 소비하는 불평등한 구조를 만든다.
- 세계의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추세는 어떻게 되나요?
"2023년도 한 해 간, 전세계에서 새로 지어진 원전은 약 5.5GW입니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는 약 537GW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풍력 117GW, 태양광 420GW) 신규 건설되는 재생에너지에 비해 원전의 비율은 약 1/100이라는 거죠.
또 IPCC 6차 보고서에서는 2050년까지 기후위기를 막지 않아 3도 이상 기온이 올라가는 경우에도, 태양광은 750%, 풍력은 450%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결국 미래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유 외에도, 발전단가가 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될 것이라고 IPCC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공유하고 협력하는 세상으로의 전환
- 우리 사회에서 에너지전환을 비롯해 기후위기 대응을 가로막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에너지 전환은 제도가 바뀌어야 된다는 의미입니다. 제도는 정치에서 만들죠.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건, 우리 정치가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시민들이 더욱 목소리내며 압박하고, 그래도 안 된다면 시민의 힘으로 정치 자체를 바꾸어 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할 수 없기에 시민단체에 가입해 동료 시민들과 함께 이 일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 박사는 단순한 에너지 전환이 아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전환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 성장을 위해 지구 환경과 공동체를 희생시키며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지구의 환경과, 공동체의 협력의 가치를 지키면서 경제를 꾸려야 합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은 단순히 에너지 전환이라는 트렌드가 아니라, 지금껏 살아온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출처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63784&isPc=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