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기후·에너지 인터뷰③] "세상에 싼 원전은 없다, 그렇게 보일 뿐"
페이지 정보
본문
종종 '원전은 저렴하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정부 통계와 홍보물에서도 원전을 가장 싼 발전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주장은 '어떤 발전소를 더 지을까?'라는 질문에 '원전'을 선택하게 만드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원전이 경제적이라는 주장이 과연 사실일까?
국내외 전력분야에서만 총 36년 간 종사한 김대경 아시아개발은행 컨설턴트는 원전이 경제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에 싼 원전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정부의 지원 때문에 싸게 보이는 겁니다." 덧붙여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줄어든 사업자의 위험 부담은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고 전했다.
보통의 발전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 발전에 따라 비용이 싸지기 마련이다.
2022년 국제 에너지 위기를 지나고도 지난 15년 간 태양광과 풍력의 *LCOE는 각각 83%, 63% 하락했지만, 원전은 오히려 증가했다. 왜 원전은 갈수록 비용이 높아질까? 과연 원전이 한국 정부의 주장처럼 저렴할까? 무엇보다 기후위기 시대에 원전은 적합한 발전원일까? 녹색연합은 이런 의문을 풀어줄 김대경 컨설턴트를 만났다.
*LCOE(균등화발전비용, Levelized Cost of Energy) : 발전소의 전체 수명주기(건설~폐기) 동안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평균화한 단위 비용
- 왜 원전 건설 가격이 계속 오르나요?
"안전 문제 때문입니다. 원전도 한 종류의 원전만 계속 지으면 싸집니다. 예를 들어, 386급 컴퓨터를 만들다가 386급 컴퓨터를 만들면 싸지지만, 486급 컴퓨터를 만들면 비싸지죠. 세계적으로 큰 사고였던 스리마일·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 규제가 강화되면서, 원전의 건설 비용도 비싸졌습니다."
후쿠시마 사고만 보더라도 원전 사고는 방사능 피해뿐 아니라 피난민 지원, 환경오염, 장기적 관리 비용 등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에 세계적으로 안전 규제가 강화되면서 원전 건설과 운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특이하게 원전이 저렴하다는 한국의 경우, 현 원전 비용(LCOE)에 각종 사회적 비용이 제대로 반영된다면 실제 비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산업조직학회는 한국 LCOE 토론회에서 2020년대 중반 태양광 발전 비용이 원전보다 싸질 가능성을 제시하며, 설계 수명이 60년인 원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현재의 요금은 장기적인 고준위핵폐기물 처분 비용을 비롯해 '사고 예상 피해 비용' 등이 제외되거나 일부만 반영되어 있다.
- 한국에서 일본과 같은 원전 사고가 난다면,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총 비용을 203조 원(23조 4천억 엔, 2023년 정부 기준)~최대 826조 원(81조 엔, 2019년 민간 기준)으로 추산합니다. 그런데 11년이 지난 2022년, 이미 100조 원 이상 사용했는데도 핵사고로 방사선에 녹아내린 원자로의 잔해물조차 꺼내지 못한 상태입니다. 최소 30년 이상 바다에 버려지는 핵 오염수 문제도 있고요. 어쩌면 총 사고 비용은 최대 추산치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고, 더 많아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땅이 3배나 넓습니다. 반면 한국처럼 땅이 좁고, 원전과 도심지가 인접한 경우 원전 사고는 곧 전국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고리발전소는 대도시인 부산과 울산에 위치해있기도 하고요. 사고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피해는 매우 광범위할 겁니다."
중요한 것은 중대 사고로 인해 수백 조 원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국가가 떠맡을 수밖에 없다. 원자력손해배상법에 따르면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은 약 1조 6200억원(9억 SDR) 한도까지만 배상 책임을 진다. 그마저도 보험 액수는 약 5400억원(3억 SDR)에 불과하다. 한국은 2018년 한전 보고서에서 후쿠시마와 같은 중대 사고 발생 시 평균 손해배상액을 596조 2천억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사고 발생 시 한수원이 실제로 배상할 수 있는 금액 한도는 극히 일부(약 0.3%)이고, 나머지 피해는 사실상 정부와 국민이 떠안게 되는 구조인 셈. 막대한 책임 비용을 사업자가 온전히 진다면 원전 비용은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경제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체코와 같이 한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원전 수출은 과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 원전 수출이 과연 우리나라 경제에 도움이 될까요?
"우선 원전은 굉장히 제한적인 시장입니다. 원전 산업계의 주장대로 2050년까지 세계 원전 시장의 규모가 1,000조 원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이 중 75%(750조 원)는 우리가 접근할 수 없습니다. 신규 원전의 절반 이상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건설되고, 중국, 러시아,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은 스스로 원전을 건설할 수 있어서 수출할 기회가 없죠. 게다가 인도처럼 다른 나라의 접근을 제한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공급자에게 책임을 묻는 건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원전을 수출할 국가는 없습니다.
또한 원전은 처음 건설할 때 비용이 가장 비싸고, 공사 기간도 늘어납니다. 일례로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영국에 짓는 원전도 3.5세대 원전을 처음 짓는거라 공사가 지연되고, 비용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우리나라가 체코에 지으려는 원전은 3.5세대이지만, 한국은 3세대 이후 건설 경험이 없습니다. 이에 우리나라도 같은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그는 제한된 시장에서 기술경쟁력이 뒤처진 경우,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최근 체코 원전과 관련해 정부가 체코에 건설비 지원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바 있다. 수출해도 빌려준 돈을 못 받을 가능성도 드러났다. 9월 발표된 WNISR 2024 보고서는 체코가 재원 조달이 어려워 한국 정부의 지원이 유일한 자금 조달 방법이라면서 '한국이 투자 회수 기간이 30년 이상인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유리할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국내외로 밀어붙이는 핵진흥 정책은 원전 산업계 외에는 누구에게도 이득이 없어 보인다.
원전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까?
한편 한국 정부는 원전이 저렴하고 무탄소 전원이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4%에 불과하다. 작년에 원전을 가동하는 22개국이 2050년까지 원전을 3배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해도 2050년에 원전 비중은 10%에 그친다. 과연 탄소 배출이 적다는 이유로 원전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을까?
- 정부는 원전이 탄소 배출이 적어서 기후위기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정말일까요?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지속가능하려면 환경, 사회, 경제, 거버넌스 측면을 모두 충족해야 해요. 원전은 저탄소 기술인 건 맞지만 '기후변화 적응' 등에는 부적합합니다. 기후변화 적응이란 기후변화에 맞춰 우리가 어떻게 적응하고 대비할지에 대한 정책을 의미해요. 특히 에너지 시스템에서는 분산형 발전이 중요한데 폭염, 폭우, 홍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전과 같은 중앙 집중형 발전은 적합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강타했을 때 대부분의 빌딩이 정전되었지만, 분산형 발전 설비가 있던 곳은 불이 들어왔죠. 분산형 발전은 여러 소규모 발전소가 곳곳에서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에 하나가 고장나더라도 전체 시스템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원전의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SMR(소형 모듈형 원전)은 어떨까? 그는 SMR이 분산형이긴 하지만 냉각방식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현재 상용화에 가까운 SMR은 바닷물로 냉각하는 대형 원전과 마찬가지로, 주변 강이나 호수의 물을 냉각수로 이용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등에 취약해요. 게다가 SMR은 세계적으로 아직 개발 단계이고, 경제성 문제로 상용화도 불투명하죠. 작년에 뉴스케일의 SMR 건설도 중단됐어요."
그는 이어,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한데 원전은 건설에만 최소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에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 원전 르네상스로 달려가는 한국의 기후에너지 정책, 국내외 평가는요?
"매년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을 평가하는 프로젝트(클라이밋 액션 트래커, CAT)가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은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받았어요. 특히 한국의 정책과 행동이 '매우 불충분'하고, 세계 경제 규모 10위 내외인 선진국으로써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도 '불충분'하다고 평가했죠.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국내 첫 기후헌법소원에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어요. 구체적으로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제8조 제1항이 탄소중립 목표를 실질적으로 달성할 방법이 부족하다는 이유입니다. 이런 국내외 평가를 보면, 한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대단히 부족하다고 할 수 있죠."
2023년, CAT는 한국의 정책과 행동이 파리 협정의 1.5℃ 목표와 전혀 일치하지 않아서 모든 국가가 한국처럼 행동한다면 지구 평균 기온이 3~4℃ 오른다고 밝혔다. 특히 작년 초 확정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원전을 늘리고, 화석연료는 유지하며,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연되면서 1.5도 경로로의 전환을 방해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은 매 5년마다 스스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해 제출하기로 함. 한국의 경우 2030년까지 2018년의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최대 40%를 감축하기로 함
기후위기 대응은 재생에너지로
- 태양과 바람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전환의 경제적 이득은 무엇일까요?
"두 가지 이득이 있습니다. 먼저, 가장 경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네이처 논문을 보면, 2020년에는 미국과 남미 등 많은 나라에서 풍력이 가장 저렴하고, 한국과 러시아는 원전이 제일 저렴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왜냐면 정부의 통계자료에서 원전이 싸다고 평가했으니까요. 그런데 2027년에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태양광이 가장 저렴한 발전원이 됩니다.
또한,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2008년 이후 한국의 연평균 총 수입 중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27.3%입니다. 거의 1/4이죠. 2021년 OEDC 평균 에너지 자립도가 0.85인 반면, 한국은 0.18에 불과합니다. 2022년 원유 수입액은 1503억 달러로, 한국이 유가 상승과 같은 외부 충격에 무방비 상태입니다. 그래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통해서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대경 컨설턴트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기후위기 대응은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확신컨데 에너지 전환의 핵심 수단은 재생에너지입니다.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수단도 재생에너지고요. 결론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은 재생에너지로 해야 된다라고 메시지를 던지고 싶습니다."
출처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73633
부서지는파도처럼님의 댓글
다만 모종의 고장으로 원전이 폭발(!)하면, 해당 지역은 수십 년간 사용할 수 없는 땅이 되었죠.
현실에선 사용 후 핵연료라던지, 운영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 등도 고려해야 하니..
장기적으론 배제되어야 하는 발전방식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