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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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이 주식인 한국에는 많은 쌀 품종을 재배합니다.
일본이 원산인 고품질 쌀로 추정(아끼바리), 고시히카리가 유명하고 대왕님표 여주쌀로 유명한 '진상' 등이 있죠.
지금은 잊혀진 보릿고개가 있던 1960년대까지 농업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주식인 쌀을 100% 자급하는 것이었죠.
1970년대 초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가 개발되서 전국에 보급되고 1975년에 이르러서야 쌀 자급율 100%를 달성합니다.
계속적인 농업생산성 증대로 1980년대에는 쌀이 남아돌게 되죠. 쌀이 남아돌자 사람들은 맛있는 쌀을 골라 먹기 시작합니다.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의 문제는 밥을 해놓으면 끈기,찰기가 없고 퍼석해서 밥맛이 없다였습니다.
그러니 통일벼 품종쌀은 재고가 남게 됩니다. 그래서 주로 정부가 수매를 해서 '정부비축미'로 사들였고 비축기간 3년이 넘으면 폐기를 해야 하니 3년차에 주로 군대에서 짬처리가 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군대를 간 옛날 어르신들은 군대에서 안그래도 반찬도 맛이 없는데, 정말 욕나올 정도로 맛없는 '통일벼'를 수매해서 3년을 묵힌 '정부미'로 밥을 삼시세끼 먹어야 했습니다.(잠시 이 시기 군인분들께 묵념을)
농업기술의 개발로 품종은 점점 개량되었고, 지역별로 특화된 품종들이 개발되어 보급됩니다. 특히 지역별로 품종을 달리 가져가는 것은 어떤 한 품종만으로 보급될 경우 전염병이 돌면 싹 다 쌀농사를 말아먹게 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죠(바나나가 전세계를 단일 품종화했다가 전세계적인 바나나 전염병이 돌면서 개피를 본 적이 있죠).
그래서 요즘 쌀가게나 마트에 가서 쌀을 보면 강원 '오대쌀', 경기 '참드림', 경남 '영호진미', 전남 '새청무', 전북 '신동진', 등의 지역별 쌀의 고유 브랜드가 있습니다.
쌀가격이 정해지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쌀가격 결정 요인은 단위 면적당 수확량입니다.
추정,고시히카리,여주 진상미, 일부 지역의 오대쌀 등이 비싼 이유는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적기 때문이죠.
반대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것들은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많은 것들입니다.
통일벼에서 보듯이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많으면 반대급부로 쌀의 '맛'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러니 보통 비싼 쌀과 싼 쌀을 사서 밥을 지어먹어보면 비싼 놈이 맛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고시히카리,추정,진상미인 여주쌀 등을 사면 대부분 맛있죠.
지역 대표품종들의 가격을 살펴보면 전북지역의 쌀 대표품종인 '신동진'이라는 브랜드가 가격이 타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쌉니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신동진의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높습니다.
그런데 종자개량 기술과 농업기술이 발달한 것과, 한국의 밥솥(?) 기술 덕분인지 20KG에 거진 2만원 정도의 차이가 나는 고시히카리로 지어먹는 밥과 '신동진'으로 지어먹는 밥의 맛 차이가 별로 나질 않습니다.
특히 햅쌀이 나오는 요즘같은 시기에는 어느 쌀로 밥을 지어먹어도 윤기가 좔좔 흐르면서 다 맛있습니다.
(이건 개인적인 부분도 있어서 입맛이 예민한 분들은 구별될 수도 있긴 합니다. 그리고 쿠쿠,쿠첸 압력밥솥이 아닌 일반 냄비로 밥을 해먹으면 어느 정도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꼭 이게 개인적인 의견뿐만 아니라 이런 기사를 보면 '신동진'이라는 쌀 품종이 꽤 경쟁력이 있구나라는 걸 알 수 있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7831166?sid=102
군산 고품질쌀 '일년내내 신동진' 360톤 몽골 첫 수출길
'신동진'은 1990년대 개발해서 2000년부터 전북지역에 보급되기 시작해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20년 이상
지역에 안착한 품종입니다. 잘자라고 단위면적당 수확량도 많고 밥맛도 좋고 나무랄 게 없는 품종이죠.
그런데 한국은 쌀 자급율이 105% 정도되서 5% 정도의 쌀을 항상 정부가 수매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WTO이후로 해마다 일정량 이상의 쌀을 수입도 해야 합니다.
현재 한해에 1조 정도의 정부예산이 남아도는 쌀 수매 비용으로 들어갑니다. 이 비용은 해마다 조금씩 증가합니다만, 대한민국의 현 경제 여건에서 한해에 1~2조 정도를 식량안보를 지키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수정권때마다 이 돈이 그리 아까운가 봅니다. 그래서 지역 쌀품종 중 유독 수확량이 많은 '신동진'을 작년에 전격적으로 퇴출시키기로 합니다.
아래는 그와 관련된 기사입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5120300085
[경향. 2023.5.12] ‘신동진쌀’이 처한 슬픈 운명?
노천명 시인이 '사슴'을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이라 했는데, '신동진'은 쑥쑥 잘 자라고 밥맛도 좋아 슬픈 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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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어펠님의 댓글
결국은 동네에서 나오는 고시히카리 단일품종으로 된 것만 사게 되네요 ㅠㅠㅠ
국수나냉면님의 댓글
식량안보 외면하는 건 결국 대기업논리같아요.
달걀도른자님의 댓글
이런 비하인드가 있는지 처음 알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