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의 정치학 입문) 독재의 철학, 카를 슈미트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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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의 정치학 입문) 독재도 다 같은 독재가 아니다. > 자유게시판 | 다모앙 | DAMOANG
지난 번에는 카를 슈미트의 독재론을 간단히 요약했다면 이번에는 카를 슈미트의 정치신학을 요약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 소개할 카를 슈미트의 정치신학 (Politische Theologie, 1922)은 그의 정치철학에서 핵심적인 저작 중 하나로, 정치와 법, 주권의 본질을 신학적 개념과 연결하여 탐구한 책입니다.
이 책은 특히 주권과 비상사태를 중심으로 정치적 권력의 본질을 분석하며, 정치철학과 법학에서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저술이라 할 수 있죠.
1. 이 책의 키워드
이 책의 키워드는 4가지로 주권과 비상사태, 법과 예외상태, 정치와 신학의 유사성, 결단주의인데 이를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1) 주권과 비상사태
슈미트는 정치신학에서 "주권자는 비상사태에 대해 결정하는 자이다"라는 유명한 정의를 내립니다. 여기서 그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주권자가 법적 질서의 한계를 넘어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합니다.
비상사태에서는 기존의 법적 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주권자는 새로운 규칙을 정하거나 법적 질서를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초법적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 법과 예외 상태
슈미트는 법의 본질이 예외 상황에서 명확히 드러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법이 단순히 규칙이나 규범의 집합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주권자가 결단을 통해 실현하는 질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관점에서 예외 상태는 법의 경계와 주권의 역할을 시험하는 중요한 순간으로 간주됩니다.
3) 정치와 신학의 유사성
슈미트는 정치학과 신학 사이의 유사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모든 중요한 정치 개념은 세속화된 신학적 개념이다"라고 주장하며, 현대 정치학의 많은 개념(예: 주권, 구원, 비상사태)이 신학적 기원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주권자는 신학적 맥락에서 하느님의 역할과 유사한 위치를 차지하며,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창출하고 절대적 결단을 내리는 존재로 이해됩니다.
4) 결단주의
슈미트는 결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치적 현실은 단순히 법적 규칙의 적용이 아니라, 비상사태에서 결단을 내리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주권자가 단순히 법을 집행하는 존재가 아니라, 법의 경계를 넘어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존재임을 의미합니다.
2. 주요 주장과 의의
그러면 여기서 이러한 카를 슈미트의 정치신학이 주장하는 주요 주장과 의의는 무엇일까요?
바로 법과 정치의 관계 규정, 민주주의와 권력의 역설로 요약이 되는데 이를 중심으로 적어 보겠습니다.
1) 법과 정치의 관계 규정
슈미트는 법이 정치적 현실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법은 항상 정치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며, 비상사태에서는 법적 틀이 무력화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현대 정치철학에서 법과 정치의 상호작용, 특히 비상사태 법제와 주권의 문제를 탐구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2) 민주주의와 권력의 역설
슈미트의 이론은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비상사태에서 주권자의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집니다. 이는 특히 현대 국가에서 비상사태를 명분으로 권력 집중이 정당화되는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3. 한국 사회에서 적용과 시사점
이러한 슈미트의 정치신학은 한국에는 어떻게 적용이 가능하고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요? 비상사태에서의 권력 집중, 법치의 경계,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전 이를 5개 정도로 정리해서 여기 적어봅니다.
1) 비상사태와 권력의 남용 가능성
슈미트는 "비상사태에 대해 결정하는 자가 주권자"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법적 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권력이 집중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은 과거 군사 정권 시절, 비상사태 선포와 긴급조치를 통해 헌법적 권리를 제한하거나 억압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비상사태에서 정부의 권한 강화가 정당화될 수는 있지만,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과 민주적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또한 비상사태는 민주주의의 예외가 아니라 그 본질적 가치를 시험하는 순간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2)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균형
슈미트는 법의 경직성이 위기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고 보았지만, 현대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법치주의가 비상사태를 넘어서는 행동을 제한하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국가 권력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상사태나 공공 위기의 명분으로 권력을 남용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우려 사항입니다.
그러므로 위기 상황에서도 법치주의를 준수하며, 권력 남용과 초법적 조치를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법의 한계"를 명분으로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3) 적-아군 논리의 위험성
슈미트는 정치의 본질을 "적과 아군의 구분"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는 다양한 견해와 갈등을 조율하는 과정을 핵심으로 합니다. 한국의 정치와 사회는 강한 이념적 대립과 적대적 프레임으로 분열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적-아군 논리는 갈등을 심화시키고, 타협과 합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민주주의는 적-아군의 구분이 아닌,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포용하는 체제라는 걸 다시 떠올려야 한다는 겁니다. 특정 이념이나 집단을 "적"으로 몰아 배제하는 정치적 접근법은 민주주의와 법치를 훼손할 위험이 있습니다.
4) 시민의 역할과 책임
슈미트는 주권자의 결단을 강조했지만, 현대 민주주의에서는 시민의 참여와 감시가 주권의 핵심 요소입니다. 시민들은 정치적 결단과 권력 사용이 헌법적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지 감시할 책임이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나타난 촛불집회와 같은 시민 운동은, 권력이 잘못 사용될 경우 시민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비판적 사고를 통해 보호되고 강화됩니다.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이 시민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동시에, 시민들도 책임감 있는 참여로 민주주의의 성숙을 이끌어야 합니다.
5) 정치적 결단과 민주적 절차
슈미트는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는 결단뿐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과 집단적 합의를 중시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중대한 국가적 결정(예를 들어 한일간 외교, 대북 정책 등)에서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종종 제기됩니다.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위기 상황에서도, 국민과의 소통과 공론화 과정을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4. 결론
이렇게 카를 슈미트의 정치신학에 대해 설명해 보았습니다.
책이 상당히 길고 복잡하다보니 저도 책을 여러번 읽고 또 일부는 인터넷의 힘을 빌렸습니다만...
정치신학은 현대 정치철학과 법학에 심오한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권력, 주권, 법의 본질을 새롭게 조명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슈미트의 정치신학은 나치 독일과의 관련성 때문에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는 나치 정권의 법적 정당성을 일부 변호하는 데 그의 사상이 이용되었으며, 이는 그의 이론이 권위주의적 체제의 정당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그의 사상이 비상사태와 주권 문제를 논의하는 현대 법학과 정치철학에서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민주주의와 권력의 관계를 철저히 탐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 이를 4가지 정도로 압축하고 싶습니다.
첫번째, 비상사태에서 법치주의와 권력 남용 방지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두번째, 적-아군 논리를 넘어서 포용적이고 조율적인 정치를 실현해야 합니다.
세번째, 시민 참여와 비판적 감시를 통해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네번째, 위기 상황에서도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지켜야 합니다.
이러한 교훈은 단순히 정치학적 논의를 넘어, 현대 한국 사회와 정치가 직면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정치신학은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 그 가능성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사상적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시간 나시면, 그리고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제 조잡한 펌글 투성이의 요약 말고 원전을 읽어보시길...
동네숲님의 댓글
돌판에 새겨진 십계명에 마음 속 깊이 설득당한 '일부' 기독교인에게 있어
현실의 법 또한 범접해서는 안되는 신성한 것 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나아가 자신이 사회 질서에 순응하는 선한 시민이란 자의식이 강할수록
그 신성한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이교도'가 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근본주의 신앙인에게 이교도는 '같이 살아갈' 대상이 아니라는 게 위험하고도 슬픈 일이구요.
바람처럼1님의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