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설의 계엄포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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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은하제국 타도라는 숭고한 목적을 지향하는 거국일치(擧國一治) 체제를 확립한다.
2. 국익에 반하는 정치 활동 및 언론을 질서에 따라 통제한다.
3. 군인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한다.
4. 전국에 무기한의 계엄령을 선포한다. 또한 이에 따라 모든 데모 및 파업을 금지한다.
5. 항성간 수송 및 통신을 전면 국영화한다. 또한 이에 모든 우주항은 군부의 관리하에 둔다.
6. 반전, 반군 사상을 가진 자를 공직에서 추방한다.
7. 의회를 정지한다.
8.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9. 정치가 및 공직자의 비행에 엄벌로 대응한다. 악질적인 경우 사형으로 적용한다.
10. 유해한 오락을 추방하고 건전한 미풍양속을 회복한다.
11. 필요를 넘어선 약자 구제 제도를 폐지해 사회 약체화를 방지한다.
어렸을 때 읽은 은하영웅전설이라는 소설에서 구국군사회의라는 군 사조직이 쿠데타를 저지른 후 발표한 포고령입니다.
배경이 1,200여 년 후의 은하계라는 점, 타국과 200여 년에 걸친 전쟁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여 관련 조항을 제외하면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계엄의 범위와 기간(전국, 무기한)
2. 이에 따른 군당국의 사법권 행사
3. 정치/언론/집회/결사 활동의 제한 및 통제
이런 소설에서조차 계엄의 범위와 기한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어제 대한민국에서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보시겠습니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 뉴스, 여론조작, 허위 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 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에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6. 반국가세력 등 체제 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일단 가장 중요한 계엄의 범위와 기한이 없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식의 계엄을 포고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4번과 5번은 같은 내용입니다. 5번을 굳이 따로 쓸 필요는 없습니다.
위법한 건 물론이고, 그 이전에 조잡하기 짝이 없습니다.
40여 년 전에 20대 일본 작가가 1,200년 후의 미래를 배경을 쓴 소설에 나오는 계엄 포고문만도 못한 걸 발표한 겁니다.
이 정권의 악덕은 참으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모든 게 짜친다는 겁니다.
나름 정치 인생을 건 계엄이라는 도박을 하면서까지 그 짜침은 여지없이 발휘되네요.
휘소님의 댓글
"first pace : x일 0시 0분 발동, 대상, 임무가 다 나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