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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 애아빠가 경험한 12.3 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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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게으른고양이 203.♡.235.186
작성일 2024.12.11 14:26
1,20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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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80년 11월 생입니다..

대학 때 과 친구와 가끔 주고받던 농담 중에는 이런 게 있었죠..


A : 야! 니가 계엄령을 겪어봤어? 니가 5월의 광주를 알기나 해!!(이 녀석은 80년 3월 생 쯤 됩니다...;;;;)

B : 마! 나는 그때 시대의 태동을 느꼈어.. 엄마 뱃속에서 이러면 안된다고 발길질하고 있었다고!!.. (이게 접니다...;;;;)


이런 농담이야 각 세대들마다 출생한 해의 역사적 이벤트를 두고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농담이지만..

1980년 생들이 태어난 그 해 시대의 이벤트는 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와 그에 맞선 5월 광주의 저항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농담의 속내에는 그 어려운 시대를 우리는 직접 겪지는 않았다는 안도감이 숨어 있죠.

역사를 배우며 많은 순간순간.. 그 시대에 제가 살아있지 않았음에 안도했었습니다..

그 시대에 맞서 저항한 누군가를 칭송하면서 당연히 그리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시대상황에 제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았음에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렸죠..


대학 때.. 2000년대 이후 사라졌던 화염병이 처음 다시 등장했다는 그 시위 현장에도 있어봤고..

친한 선배 따라 전철연 시위에 따라나섰다가 몰이 당해서 백골단의 무서움도 보고..

이화여대에서 대학 연합시위 있다고 나섰다가 얼떨결에 서울시청 점거농성에도 동참했다가

채증 사진 찍혀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앞선 시대의 누군가들처럼 목숨 걸고 나섰다는 생각을 해 봤거나

이 정도 한다고 내 목숨이나 미래가 위협받을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와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용산 철거민들.. 백남기 농민.. 그 밖에도

생명을 다하신 분들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는 안전한 곳에 있었습니다...


제 인생에 계엄은 지나간 시대의 아픔이었고, 살아보지 못한 시대의 경험이었죠..

그런데.. 이 미친놈이 한 순간에 부모 세대와 저.. 그리고 한참 어린 제 아이들까지 한 순간에

태어나 계엄을 겪어본 세대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절대 이 놈들을 용서할 수 없어요..


40대의 우리 또래 들은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을 겪으며 어찌보면 과한 자신감에 차 있었죠..

이제 대한민국은 좌우 누가 정권을 잡든 누구도 민주주의의 큰 방향을 해할 수 없을 거라는 과한 자신감..

그 방심이 이명박근혜라는 괴물을 만들었고.. 노무현 대통령을 돌아가시게 했죠..

거기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 소위 대가리가 깨져도 민주당과 조국신당, 문재인, 이재명, 조국을 지지한다는

극렬 지지로 이어져 왔습니다.

그게 우리 40대의 모멘텀인거죠...


이번의 탄핵사태를 겪으며.. 배금주의 능력주의에 장악당한거 아닌가 하며

조금은 걱정스레 바라보던 20대들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20대들은 누가 가르쳐 줘서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 모멘텀을 만들어냈습니다..

응원봉을 들고 탄핵 집회에 참석한 젊음들.. 그게 우리나라의 희망입니다...

댓글 2 / 1 페이지

0sRacco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0sRacco (164.♡.222.147)
작성일 어제 14:39
공감합니다. 20대, 30대만의 표출 방법을 보았고, '아, 나는 참 구식이구나'라며 반성도 했습니다. 2030한테 안 좋은 말 했던 것 반성합니다.
93 랜덤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게으른고양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게으른고양이 (203.♡.235.186)
작성일 어제 14:43
@0sRacco님에게 답글 장강의 옛물결은 새물결에 밀려나는게 맞죠.. 한편으로는 많이 안심이 됩니다.. 젊은 친구들의 우경화 보수화 이런 걸 걱정했는데.. 기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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