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다니다 중퇴했던 친구 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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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홍성아재 223.♡.218.3
작성일 2024.12.2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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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시작으로 30대 초반까지 제일 친했던 친구의 형이 서울대 의대를 중퇴하고 군대 다녀온 이후에 한양대 공대를 4년 장학생으로 다니셨어요. 

친구 아버지가 당시 서울대 나오신 아주 유명한 치과 의사셨는데, 맏아들은 무조건 의대를 가야 한다고 해서 본인 뜻과 무관하게 의대를 가셨다고 해요. 의대 갈 때도 서울대 전체 순위 안에 들 정도로 성적이 좋았던 분입니다. 예과까지는 다니셨는데 적성에도 안맞고 무엇보다 같은 과 친구들과 워낙 마음이 안맞아 중도에 군대를 가시며 중퇴를 하셨어요. 만기전역 하신 후 6개월 만에 다시 대학입학시험을 봤는데 그때도 성적이 매우 좋았음에도 일부러 한양대를 가셨습니다. 거의 매주 주말에는 그 친구 집에 있어서 그런 과정을 다 지켜봤어요. 한양대 졸업 후에 국내 대기업에 취업하셨구요.

제가 고3때 친구형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수학 성적을 단시간 내에 어떻게 끌어올리는지 가르쳐주셨죠. 수학 성적이 안올라 힘들었는데 친구형에게 소위 컨설팅을 받고 나서 두 달만에 성적이 3배 정도 올랐습니다. 저도 놀랄 정도로. 문제를 제대로 풀게 아니면 문제 자체가 아니라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수학은 무조건 답이 나와야 해서 답으로 나올 수치도 한정되어 있고 그를 위해 문제를 변형하는 것도 제한적이라 패턴을 익히면 바로 답이 나온다고 하시더군요. 오지선다식 해법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신 지 꽤 오래 돠었음에도 저희 반 친구들이 풀기 힘들어하는 일본 최상급 수학책도 그냥 쓱쓱 풀어내셨어요. 이게 도대체 왜 어렵다는지 모르겠다고 웃으셨죠. 아, 이런 사람이 천재구나 싶었습니다.

저 가르쳐 줄때 친구 형 하시는 말씀이 서울대 들어간 친구들이 거의 엘리트, 자의식이 강하고 이기적이라며 같이 있기 싫었다고 하시더군요. 형은 공부를 아주 잘하셨지만 운동과 음악을 같이 할 정도로 다른 분야 관심도 많고 붙임성도 아주 좋은 분이었는데 의외로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주변에 서울대 가고 싶다면 말리고 다른 대학 가라고 하겠다고 하셨어요.

저도 고3 시절에 정말 우연치 않게 우열반의 우반에 들어가 서울대 간 일부 친구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봐서 동감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서울대 나와 지금 대학교 교수를 하는 한 친구는 아주 인간적이고 친절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그저 그랬어요. 특히 나중에 부장판사까지 했던 친구가 전 아주 싫었습니다. 당시 저희 반에서 서울대 10명 갔습니다.

요즈음 서울대를 나왔다는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친구 형 말씀이 떠오릅니다.

형이 윤과 거의 같은 학번이어서 더욱 기억이 납니다.

댓글 10 / 1 페이지

명탐정코란님의 댓글

작성자 명탐정코란 (118.♡.252.53)
작성일 어제 20:49
아니.. 수학성적이 34점만 넘어도 3배면 100점이 넘는데.. 도대체 몇 점이었던 검니꽈~~~~

홍성아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홍성아재 (118.♡.216.142)
작성일 어제 20:51
@명탐정코란님에게 답글 문과라 학력고사 수학 총점이 55점 만점이었는데, 고3 초에는 15점 받았습니다. 그러다 학력고사에서 47점 받았습니다.^^

ShadowGallery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ShadowGallery (14.♡.100.144)
작성일 어제 20:53
@명탐정코란님에게 답글 반대로 계산해서 33점도 안되었구나 생각하시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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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헤헥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케헤헥 (50.♡.238.22)
작성일 어제 21:11
@명탐정코란님에게 답글 그게 아니죠. 10등이었는데 세배로 30등이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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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엔님의 댓글

작성자 박스엔 (180.♡.121.8)
작성일 어제 20:54
교육 관련 문화가.. 공부 잘하면 돈 잘 벌고 잘 산다. 라는게 디폴트로 깔려 있어서
공부 잘하면 나의 모든 것이 옳다고 긍정 되는 경험을 오랜 기간 강화 학습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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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아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홍성아재 (118.♡.216.142)
작성일 어제 20:55
@박스엔님에게 답글 맞습니다.

이에이스포츠셋더게임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이에이스포츠셋더게임 (61.♡.204.221)
작성일 어제 21:01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든든한 마음이 드네요 스크랩하겠습니다^^

개장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개장수 (211.♡.196.36)
작성일 어제 21:05
공부를 잘해 의대에 가더라도 인체에 대한 호기심이나,질병에 고통받고있는 이웃들을 위해 헌신해보겠다는 다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늘 아픈 이의 입장에서 환자를 대하겠다는 마음가짐.
 
공부를 잘해 법대에 진학해서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위한 희망이 되겠다는 마음 가짐까지는 아니더라도, '불의에 대해선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마음 가짐.

"넌 왜 의대에 왔니?"
"부모님이 가라고해서..."

"넌 왜 법대에 왔니?"
"울 엄마가 꼭 검사 되어야 한다고 해서..."
100 랜덤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러시아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러시아 (220.♡.186.194)
작성일 어제 21:11
그런데, 인생 아직 모릅니다. 그분이 정말 행복할까? 에 대한 답은 (물론 본인만이 알겠지만) 좋게 봐도 반반.
상위권의 특권의식에 상처를 받아서 밑으로 내려가면 거긴 더 험악할 수도 있어요.
밑(?) 세계에서 자기들과 동등한 동료로 받아줄지도 좀 의문이구요.
회피해서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죠.

한양대 공대가 아니라 한양대 의대 나온 비슷한 나이대의 분을 알고 있어요.
그분은 인품이나 대인관계 이런데 전혀 문제도 없는 매우 정상적인 개념 있으신 분입니다.
비슷한 어려움이 있었으나 의대를 관두지는 않고 야학이나 봉사활동 위주로 하다가
학교 졸업하고 군복무 마친 후에는 탄광에 일하러 가셨답니다.
훌륭하다 평가받기보다는 미친 부르주아, 쁘락치로 내몰려가지고 결국 탈출하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지방의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거기서도 의사라고 무조건 공격당하고 모함 종종 당하시는 모양이더라구요.
아무리 없는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노조 배려해 줘봤자 소용 없더랍니다.
어딜가나 나쁜 애들은 있고, 그런 애들 비율이 어쩌면 서울대가 아닌 다른 세상에 더 많을수도 있겠다는거죠.
당장 우리나라 정치 지형만 봐도,
기득권 특권층 2찍보다도 쥐뿔도 없으면서 2찍 하는 애들이 더 많고 문제도 더 많지 않습니까.
왜 그딴식으로 투표 하는지 이해도 안 되구요.

쓰신 원글 내용 속의 주인공분께는 좀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어딜가도 어려움이 있는데,
근거있는 또는 근거없는 자신감에 쩔어서 안하무인 제멋대로인 사람은 어딜가나 있는데,
지레 서울대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거나,
의대가 적성에 잘 안 맞는다고 착각하신건 아닌가 생각도 드네요.
나쁜 쪽으로 설치고 다니는 애들 말고 좋은 동기들끼리 뭉쳐서 같이 일 해봐도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홍성아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홍성아재 (118.♡.216.142)
작성일 어제 21:18
@러시아님에게 답글 헉. 제가 러시아어 전공인데^^. 서울대 출신을 일반화하는 건 아니에요. 형이 겪었거나 제가 겪기에는 그랬다는 거죠. 형이 갈등을 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말해주셨는데 여기선 적지 않았습니다. 형 인생이 나중에 행복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30대 이후로는 형 소식을 못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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