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더 글로리] 피해자들이 연대해야 하는 이유 (긴 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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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3년 3월 3일에 제 개인 블로그에 게재 된 글입니다.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3월 10일에 공개될 예정인 드라마 [더 글로리] Part 2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받으며 수많은 억측과 결말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Part 2에서는 예고된 바와 같이 본격적으로 동은(송혜교) 이의 복수에 대한 과정과 결말이 그려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가해자들에 대한 복수 결말 보다, 동은(송혜교) 이와 연대하고 조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합니다. 동은(송혜교)이가 오랜 시간 동안 가해자들에 대해서 복수를 꿈꾸고 실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비슷한 폭력의 피해자들의 강력한 지지와 연대 때문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동은(송혜교) 이에게 자신이 망나니가 되어 주겠다고 이야기했던 남자 주인공이자 의사인 여정(이도현)도 폭력의 피해자였고, 동은이를 추종하며 여러 정보들을 수집하여 공유하는 현남(염혜랑)도 가정 폭력의 피해자였고, 심지어 동은이에게 연진이 근처 집을 저렴한 가격으로 내준 노파도 폭력의 피해자라고 이야기하는 뇌피셜도 있습니다. Part 1편에서는 노출되지 않았지만 그 외의 사람들이 아마도 동은(송혜교) 이를 지속적으로 도와주었던 것이 아닐까 예상해 봅니다.
복수는 혼자서 계획할 수 있지만 혼자서 실행할 수는 없습니다. 가해자 연대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지위와 권력은 한 개인이 범접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쩌면 동은(송혜교)이가 Part 1편에서 이야기한 피해자 연대와 가해자 연대의 균열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은 자신을 둘러싼 피해자 연대가 더 견고하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벌어지는 사회적 현상들이 9년 전 세월호 참사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무고한 수백 명의 시민이 희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벌들이 소유한 보수 언론들은 이상하리 만큼 침묵하고 있으며, 일부 대형 교회의 교인들과 극우 유튜버들은 참사 희생자들의 가족들을 향하여 막말을 퍼붓고 있으며, 급기야 경찰을 비롯한 국가 공권력은 추모 공간을 철거하려 하기도 하고, 참사의 원인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피해자들을 보호하려고 했던 소방공무원과 경찰 공무원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더 글로리]는 어쩌면 학교폭력을 포함한 현재의 사회적 폭력 가해자들의 단면을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통하여 가감 없이 노출함으로써,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를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더 글로리]에서 묘사되는 가해자들의 상징적인 사회적 지위를 우리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진(임지연) 이의 엄마 남자 친구는 경찰 경무관입니다. 자신의 공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고등학교 때 연진(임지연) 이의 학교폭력 사안을 무마하고, 성인이 된 동은(송혜교) 이를 사찰하고, 그 정보들을 연진(임지연) 이와 공유합니다. 연진(임지연) 이를 둘러싸고 있는 배경은 어쩌면 권력의 힘을 지닌 타락한 국가 공권력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재준(박성훈) 이는 재벌 집 아들입니다. 이미 고등학교 때 동은(송혜교) 이의 학교폭력으로 문제가 되었지만, 부모의 영향력으로 무마되고 여전히 자신의 부를 배경으로 갑질을 일삼으며 성장해왔습니다. 무엇이든 돈으로 해결하려 하는 일부 재벌들의 모습입니다.
사라(김히어라)는 대형 교회 목사의 딸입니다. 사라(김히어라)는 유명한 화가이지만, 마약 중독자로서 타락한 교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매주 교회에서 구원받고 있다는 것을 스스럼없이 동은(송혜교) 이에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갖은 불법을 저지르는 어느 타락한 종교인들의 모습입니다.
혜정(차주영) 이는 평범한 세탁소집 딸입니다. 신분 상승의 욕구가 강한 혜정(차주영) 이는 자라온 환경으로 보아 동은(송혜교) 이와 가장 정서적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음에도 자신의 처지를 망각한 채, 가해 학생들과의 연대가 자신의 신분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들에게 동조합니다. 그러나 연진(임지연) 이와 재준(박성훈), 사라(김 지어라)는 알고 있습니다. 혜정(차주영) 이는 절대 자신들과 같은 위치에 올라올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어쩌면 혜정(차주영) 이의 모습은 자신들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망각하고 권력에 편승하여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일부 보수 언론의 기자들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명오(김건우)는 전형적인 양아치입니다. 돈 많고, 권력 있는 자들에게 기생하며 그들의 불법적인 요구를 들어주며 경제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기생충 같은 존재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지내는 친구들이었지만, 연진(임지연), 재준(박성훈), 사라(김히어라),혜정(차주영)는 모두 명오(김건우)를 하대하고 무시합니다. 권력에 편승하고, 그들에게 그 대가를 받고 기생하는 명오(김건우)의 모습은 어쩌면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표현으로 혐오를 조장하는 일부 극우 유튜버들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동은(송혜교) 이의 담임 교사는 오랜 시간 교직에 몸담으며 훈장까지 받은 전형적인 교사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사회적 성공을 위하여 동은(송혜교) 이의 학교폭력을 방관하였고, 또 다른 가해자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 모습은 자신들의 정치적인 출세와 성공을 위하여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고 짓밟는 일부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Part 1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에 하나는, 가해자들이 모두 모여 있는 씬에서 각자가 자신들의 말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연진(임지연), 재준(박성훈), 사라(김히어라)는 상대방에게 각자의 질문을 하는데 모두들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각자 할 이야기들만 하는 장면이 저는 참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그 장면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소위 말하는 가해자 연대들의 특징들이 잘 나타나있습니다. 그 장면은 강력하고 끈끈하게 이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관계가 결국 자신들의 이해관계로 맺어졌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Part 1편에서 동은(송혜교)이가 피해자 연대와 가해자 연대의 대립 과정에서 균열을 이야기한 것은 어쩌면, 겉으로 보기에는 강력하고 거대한 가해자 연대가 한 번의 균열로 거침없이 무너진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학교폭력을 비롯한 사회적 폭력(참사)의 피해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주한 현실을 부정하며
상처와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피해자들에게 화해와 용서를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사회적인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더 글로리] Part 2의 내용이 가해자들에 대한 통쾌한 복수 보다, 폭력 피해자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가 얼마나 견고하고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만, 혐오와 조롱으로 제2의 폭력을 휘두르는 가해자들이 더 이상 이 땅에서 버젓이 활동하지 못할 것입니다.
국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주지 못한다면, 스스로 보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폭력의 피해자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상처를 공유해야 할 것이고, 이슈화 하면서 자연스럽게 결속력이 만들어집니다. 혼자서는 절대 가해자들과 대적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회적 폭력 피해자들의 강력한 연대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세상이 변합니다.
지지브러더스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