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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영원한 작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일 2025.02.19 23:49
2,732 조회
137 추천

본문

https://damoang.net/free/3126205


대략 1주일 전 쯤에 위와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

외할머니가 낙상으로 인해 부상을 입으셨는데 그 정도가 크지 않아 안도한다는 내용의 글이었지요.

그래서 지난 일요일에 병문안을 예정에 두고 있었습니다.

(앞선 글에 쾌유를 빌어주신 여러 회원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찾아뵈려 했던 그 날 너무도 급작스럽게 할머니는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가족들을 맞이해주실 줄 알았던 할머니는 주무시듯 침상 위에 누워계셨고, 그게 제가 본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먼저 곁을 떠나신 지 10년째 되던 올해 이제 두 분이 다시 해후를 하시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난 며칠간 슬픔을 느낄 겨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요일부터 시작된 장례 절차와 장례에 이어 바로 이어진 지방 출장으로 이제야 마음을 좀 정리하게 됩니다.


할머니는 체구는 작지만 강한 분이었습니다.

그런 강한 생활력으로 늘 가난했던 외갓집의 살림을 건사하실 수 있었지요.

그 시절 어른들이 마찬가지였겠지만 할머니는 늘 넉넉치 않은 환경과 부딪히셔야 했습니다.

황해도 출신의 실향민이면서 한국전 참전용사이셨던 할아버지는 서울에 아무런 연고도 기반도 없으셨지요.

더욱이 할아버지에겐 전장에서 입은 부상의 후유증이 크게 남아있으셨기도 했습니다.

그런 할아버지 곁에서 넉넉치 않은 속에서도 살림과 가게 일을 도맡으셨던 분이 할머니였습니다.

두 분이 진 빚을 다 갚으시고 우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땐 제가 달리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물론 할머니도 당신께서 살아온 시대의 환경과 한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분이셨습니다,

그런 한계로 인해 제 부모이자 당신의 자식에게 모질었던 시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자식에게 다 주지 못하셨던 사랑이 저를 비롯한 손주들에 대한 큰 사랑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앞선 글에 쓴 표현처럼 할머니는 늘 저의 1호 팬과도 같은 분이셨지요.

그런 면에서 저는 앞선 세대에 대해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


제 외가가 있던 동네는 응팔에 나온 쌍문동 같은 서울 어느 구도심의 옛 동네였습니다.

그래서 같이 오랜 세월 한 동네에서 사신 동네 이웃 분들도 할머니의 첫 손자인 저를 많이 이뻐해 주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지물포를 하셨던 덕에 저는 지물포집 손자로 어른들께 알려졌지요.

할머니 장례가 시작된 날 지물포집 손자를 이뻐하셨던 어른들이 할머니 전화로 전화를 계속 걸어오셨습니다.

주인이 떠난 전화를 엄마와 이모가 받아서 부고를 전하시는 모습에 더 큰 슬픔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렸듯 온전히 제 감정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할아버지를 할머니와 함께 모시기 위한 여러 행정절차를 제가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그리고 이천의 호국원에 계시던 할아버지를 할머니와 함께 모실 수 있도록 제가 다시 모셔와야 했습니다.

이북오도민회에서 운영하는 추모공원을 보셨던 할머니가 그곳을 참 마음에 들어 하시기도 하였고,

그 묘원에 할아버지의 형님, 제게는 큰 외조부께서도 계셔서 그곳으로 같이 모시게 되었거든요.

할아버지의 영현을 제 옆자리에 모시고 오는 차 안에서 다시 느끼기 어려운 감정을 비로소 마주하였습니다.


아직까지는 할머니가 제 곁을 떠나셨다는게 완전한 현실로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3일간 이어진 장례절차에 바로 예정된 지방 출장일정을 소화하느라 지친 탓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일찍 마음을 정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렇게 글을 적어 올리게 됩니다.

이제 10년 만에 다시 할아버지와 해후하신 할머니가 적적하지 않고 행복하게 계시기만을 바랄 따름입니다.

제가 태어난 순간부터 언제나 제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셨던 저의 1호팬과 이렇게 이별을 합니다.


ps. 답글을 주시게 될 회원 한분 한분께 인사를 전하는 것이 마땅하오나, 모든 분께 그러지 못하는 점 넓은 마음으로 양해를 해 주십사 합니다.

137추천인 목록보기
댓글 142 / 2 페이지

DUNHILL님의 댓글

작성자 DUNHILL
작성일 02.20 01:1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29
@DUNHILL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Dallbi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Dallbi
작성일 02.20 01:3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29
@Dallbi님에게 답글 감사드립니다.

14mm3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14mm3
작성일 02.20 02:18
위로의 말씀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29
@14mm3님에게 답글 많은 위안을 얻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두박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이두박근
작성일 02.20 03:19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0
@이두박근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반짝반짝빛나는님의 댓글

작성일 02.20 04:4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0
@반짝반짝빛나는님에게 답글 감사드립니다.

LuBu72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LuBu72
작성일 02.20 05:05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0
@LuBu72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귀찮은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귀찮은곰
작성일 02.20 05:3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0
@귀찮은곰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nanadal님의 댓글

작성자 nanadal
작성일 02.20 06:1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0
@nanadal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demon님의 댓글

작성자 demon
작성일 02.20 06:2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0
@demon님에게 답글 감사드립니다. 많은 위로가 됩니다.

MooB님의 댓글

작성자 MooB
작성일 02.20 06:3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1
@MooB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화신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화신
작성일 02.20 06:5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1
@화신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참살이님의 댓글

작성자 참살이
작성일 02.20 07:1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1
@참살이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Typhoon7님의 댓글

작성자 Typhoon7
작성일 02.20 07:3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1
@Typhoon7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magicdice님의 댓글

작성자 magicdice
작성일 02.20 07:5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1
@magicdice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교만하지않기님의 댓글

작성일 02.20 08:0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할머님께서 많은 것을 전해주고 가신 멋진 분이시네요.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2
@교만하지않기님에게 답글 제게 참 큰 사랑을 주셨습니다. 위로 말씀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PearlCadillac님의 댓글

작성자 PearlCadillac
작성일 02.20 08:1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2
@PearlCadillac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HAUSS님의 댓글

작성자 HAUSS
작성일 02.20 08:3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2
@HAUSS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DoIt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DoIt
작성일 02.20 08:5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2
@DoIt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SIM_Lady님의 댓글

작성자 SIM_Lady
작성일 02.20 09:2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셨고 할머님을 많이 사랑하셨음이 글에서 느껴집니다. 할머님과의 행복한 기억을 마음에 남기고 슬픔은 잠시만 곁에 두셨다 보내시길 …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4
@SIM_Lady님에게 답글 세심하면서도 큰 위로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많은 위안과 위로를 받아가게 됩니다.

soyuni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soyuni
작성일 02.20 10:2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4
@soyuni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네질러님의 댓글

작성자 네질러
작성일 02.20 12:42
위로를 드리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방두텁바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방두텁바위
작성일 02.20 16:34
@네질러님에게 답글 덕분에 많은 위로를 얻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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