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 갔다가 쓰러진 분 구한 이야기 (부제: 이놈의 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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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일 1박 2일로 가볍게 경주에 다녀왔습니다.
더케이 호텔에서 하루 머물렀는데요,
더케이 호텔의 신관에 큰 사우나가 있대서
몸이나 풀까 하고 갔었어요.
저희집엔 욕조가 없어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싶더라구요.
들어가서 온탕에서 몸을 풀고 있는데 갑자기 한쪽이 수선스러운 거에요.
따땃한 물에 들어간 그상태가 좋아서..
신경 안쓰려고 했는데
육감이.. 쌔하더라구요.
무겁게 몸 일으켜 뭐지 하고 보는데 사람이 쓰러졌더라구요. 0.0
'아 ...이놈의 일복... '이라는 생각을 하며.... T.T
(저는 간호사입니다.)
후다닥 뛰쳐나가는데 의식을 잃고 쓰러진분을 앉혀둔채 + 물을 먹이려 하시더라구요
(여러분도 비슷한 상황 생기시면
의식이 명확치 않을 때
물먹이시고 그러시면 절대 그러심안됨다)
'모두 잠깐 물러나세요' 하는데 아무도 못들으셔서
'모두 물러나세요 간호사입니다 물먹이지마세요' 하고 뗀 뒤 눕혔습니다.
그때 직원이 달려와서 119신고를 요청했고요.
어깨를 강하게 두드리면서 의식을 확인하는데
처음엔 반응이 없 동어서 어깨를 강하게 두드리면서 맥박을 확인했어요.
다행히 맥박은 확인되어 심정지는 아닌걸 확인했고...
동공 움직임 확인하려고 눈을 젖혀보는데
잠시후에 다행히 올라가려던 눈이 다시 정면을 보면서 천천히 눈동자가 돌아오시더군요.
동시에 몸도 움직이고 ' 아..'소리를 내시더라구요.
바로 지남력 (시간, 장소 등 인지가 돌아왔는지 확인하는것)을 확인했는데
처음엔 이삼초 헤메시다 날짜 장소 등 정확히 대답하시고
그시점에 119가 연결되어 전화통화를 하고 발견상황 말씀드리고
반듯하게 눕힌 상태로 맥박 의식 모두 확인되었다 말씀드렸고
좀 더 지켜보다 상태가 변화하면 바로 와주시기로 한 뒤 환자분을 들어
탕 밖 갱의실의 평상에 눕히고 머리와 온몸을 닦아주고
담요를 덮어드렸습니다.
다행히 옆에 동료분이 있었고, 눕히며 이것저것 기왕력 등을 확인해보는데
고혈압등 지병은 없으셨고, 전날 음주를 했었다고 하셔서
술드신 날 다음날 사우나 하시지 마시라고 말씀 드리고
지금은 정신 나셔도 다시 그럴수있으니 한시간은 이자리에서 누워계셔라 하고
직원분에게 맡기고 탕에 돌아왔습니다.
씻다 중간 모니터링 하러갔더니 이미 앉아계시면서 찬 이온음료 드시길래
따뜻한 물을 드시라고 말씀 드리고 제가 씻고 나와서 한번 더 봐드릴테니
다시 누워계시라고 안내를 드리고 씻고 나왔는데
나왔더니 이미 가고 안계시더군요. 직원분에게 물어보니 투숙객이라
신원확인도 했고 본인이 가길 원하셔서 보내드렸다고...
아마도 전날 술을 드셔서 혈관이 확장된 상태에서
탕에 오셔서 일시적 저혈압이 와 실신하셨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조기 처치로 금방 의식도 돌아오셨고 별일 없어서 너무 다행이었네요.
저도 하마터면 누드 상태로 119님들을 만날뻔....0_0
다시 제방에 돌아가니 남편이 사우나갔다 두시간이 돼도 안와서
제가 쓰러진줄 알았다고....(ㅋㅋㅋ)
하여튼 그런일이 있었습니다...아.... 마무리를 못하겠네요 그럼 이만!
롱숏님의 댓글

음주 후 해장 사우나는.... 어휴... 정말 위험하죠.
사우나로 땀빼고 출근하시려는 분들은 언젠가 정말 두려운 순간을 맞이하실겁니다. 절대 안돼요.
SIM_Lady님의 댓글
사실 제가 뭐 한건 없어요. 반듯이 눕혀드리고 상태를
봐드린 것 뿐인데 넘치는 칭찬에 몸둘바 모르겠네요.
어머니께서 간호학과를 가라 하셔서 가기 싫다고 제가 거부하자 ‘배워두면 언제든 일할수 있고 네가 일을 안하면 적어도 네한몸이나 가족을 돌볼수 있지 않겠냐‘는 말씀에 이 길로 들어섰었는데요..
이럴때 가끔 잘했구나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ㅎㅎ
다음에도 귀찮아하지 않고 꼭 챙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