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때까지 공부하라는 이야기 한마디도 안하고 아이 키워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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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셀빅으로 PDA를 처음 접했던 구도심의 초기 회원이었던 유령입니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이제 아이가 고1이 되었네요. 쌍둥이 딸입니다.
모두가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너무 심하다.
그러나 힘들지만 다들 시키니 안시킬 수 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곤 하죠.
심지어 선행 안시키면 학교에서 따라갈 수 없다거나
수행평가는 부모가 안해주면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왔구요.
동호회에서 운동도 하고 취미도 즐기면서
공부할때에는 학교에서 열심히 하는 학창 생활이
아이들에게 더 좋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 사교육 선행 돌리고 그 아이들이
더 잘하고 그러다보니 다들 따라서 모두가 힘들어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그걸 깨려면 그렇게 사교육 안시키고도 잘 키운 사례가 나와야겠죠.
그런 사명감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저와 와이프의 일치된 자녀 교육관으로
선행 사교육이나 공부하라는 지도? 강요 한마디 없이 고1까지 키워왔습니다.
이제 막 고1 되어서 담임 선생님 상담하는데 딸들이 아빠와의 친밀도를 최상으로 적었다고 하고,이제 수학이 재미있어진다는 둘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러나 잘하는건 아니라고 강조하는 ㅎㅎ) 아직 진행중이지만 저의 교육기를 공유해보고 싶어 글을 써봅니다.
저희 아이들은 초등학교때에는 태권도 미술 피아노 이외에는 학원이 다니질 않았습니다.
대신 저랑 신나게 캠핑을 다니며 놀았죠.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2박 3일 캠핑을 즐겼는데 1년에 30번 이상 다녀왔어요.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친밀감도 깊어지고
지금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 아이돌, 취미도 잘 알고 친한 친구들이 누구인지도 압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썰도 풀어주죠.
따로 국영수 교육은 안시키고 유일하게 같이 한 건 책읽기였습니다.
슬로리딩 이라고 EBS 프로그램 보고 따라한건데 책 한권을 정해서 각자 한번씩 읽고
시간날때마다 (보통 주1회 정도) 모여서 함께 같이 소리내어서 책을 두세페이지 정도 읽고 그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다 읽을때 까지 합니다.
빠르게 하면 몇달이면 되었겠지만 거의 1년 걸리긴 했네요.
평소에도 게임하고 쇼츠나 영상 생각없이 보는 모습은 안보여주고
집에 TV도 없고 소파에서 저나 와이프나 책을 즐겨 읽습니다.
그러다보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옆에서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이야기하면서 노는게 평소의 일상입니다.
학교 가라고 아침에 깨우지도 않고 공부하라고 시키지도 않고
숙제 했는지 안했는지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알아서 하라구요. 그랬더니 정말로 알아서 다 합니다.
하다가 모르는거 물어보면 봐주는 정도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아이들이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영어랑 수학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네요. 적응이 힘들려나 싶었는데 다행히 잘 따라 가더군요.
숙제도 알아서 시간내서 합니다. 뭐라고 안해도 알아서 숙제하고 놀고, 놀다가도 숙제는 다시 잘 하더군요.
저녁때 게임하느라 못하면 새벽에 일어나서 알아서 숙제하고 학교갑니다.
오히려 너무 일찍 일어나는바람에 다시 자라고 재우는 정도였네요.
언젠가 누군가 (아마도 친척? 친구?) 다른 사람들 만났을 때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야 좋은 대학 가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부모님한테 효도해라 라고 하시길래
나중에 아이들에게 따로 이야기했습니다.
아빠가 생각하기로는 공부는 대학 가기 위해서나 누굴 위해서 하는게 아니라,
우리보다 먼저 오래 살아왔던 사람들이 경험해오고 쌓아온 지혜, 지식을 배우는 건 그 자체로도 재미있고, 오랜 세월 인류가 쌓아온 지식들의 기초에 대해서 교과서를 통해 익혀 나감으로서, 앞으로 삶을 풍요롭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갖추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지금도 새로운 걸 배우는게 정말 즐겁다고
너희들도 새로운 걸 알아가는 거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고 그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이야기해왔죠.
지금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학원을 놀이터라고 부릅니다.
수학학원 다녀온다고 하지 않고 수학놀이터 재미있게 다녀왔냐고..
몇시간 공부하는게 힘들기도 하겠지만 꾸준히 잘 하고 있는걸로 보이고
잘 안해왔지만 하다보니 조금씩 늘고 재미를 느끼다가 스스로 요즘 수학이 재미있어졌어 하는 이야기를 하는 둘째를 보며, 지금 당장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앞으로 흥미 잃지 않고 재미있게 해나가다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가장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공부하라고 시키지 말고 같이 책 읽고
이야기하고 놀아주는 친구같은 부모가 되어주면 좋구요
어차피 하기 싫은거 억지로 시키고 학원보내도 안할거에요.
왜 집에서 안하는 아이들이 학원만 가면 열심히 할거라 생각하고 보내나요.
공부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도와주고 공부 뿐 아니라 취미도 잘 즐기고
무엇보다 바른 생각을 갖도록 지켜봐주는게 부모의 역할인가 싶습니다.
남은 고등학생 기간도 교육관 바뀌지 않고 선행 같은거 전혀 안시키고 해보려 합니다.
사과매니아님의 댓글의 댓글
채리새우님의 댓글

사과매니아님의 댓글의 댓글
주위에서 아이들 선행 사교육 안시킨다고 하니 얼마나 가나 보자 하던데
와이프랑 일치하고 굳건한 신념이 있고 아이들도 잘 믿음에 부합하다보니 유지중이네요.
다르더라도 채리새우 님께서 아이들에게 힘을 많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myrandy님의 댓글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라면 분명 알아서 잘 할꺼에요.
아니라면 부모 두 분 중 한분께서 잘 이끌어주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곽공님의 댓글

진짜로 고3까지 공부를 아예 안하더라고요.......
아기고양이님의 댓글

지금까지야 쉬웠으니까 별 상관 없었겠지만 이제 슬슬 공부를 시작해야하는데 운동 다니느라 시간이 별로 없고 부모도 사교육을 딱히 원치 않아서 그냥 내버려두고 있던데 얘는 어찌 클 지 궁금합니다.^^
근데 유치원~초등학생때 일부러 운동 위주로(여러 종목) 열심히 시키는 부모님들이 계시더라구요. 체력 뿐만 아니라 인성에 도움이 된다고 그러시는 걸로 보였어요. 공부는 중학교때부터 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구요.
사과매니아님의 댓글의 댓글
태권도 미술 피아노만 했는데 다른 건 중단했어도 태권도는 아직도 다닙니다. 고1 딸인데 4품..
와이프도 저도 운동 좋아하다보니 (잘하는 건 아님)
아기고양이님의 댓글의 댓글
사실 조카에게 운동을 권한 건 저인데요. 저는 어려서부터 몸꽝이라 체육시간도 운동하는 것도 다 싫어했어요.;; 초4때까지 키 크다고 엄청 놀림 받았는데 운동은 진짜 너무 못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근데 조카가 남자앤데 몸꽝으로 보여서 운동 권했다가 재작년부터 시즌 중에는 동호인 대회에도 동행하는데 어려서부터 운동하는 애들 보면 특히 여자애들 보면 넘 멋져요. 저도 다시 태어나면 어려서부터 운동을 취미로 갖고 싶어요.^^
깅굥보미님의 댓글

큰놈은 폴리텍 졸업하고 백수지만 음악관련 프리랜서가 되어 올해 종소세 신고하더군요
작은 놈은 고3인데 킥복식 프로 데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과매니아님의 댓글의 댓글
깜딩이님의 댓글

저도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로 공부 안시키고 키우고 싶어요.
와이프도 비슷한 생각이라 가능할꺼 같습니다.
저도 그 돈으로 여행을 많이 다녀보려고 합니다.
아 지금 첫딸 29개월 그 다음 아들 2개월 입니다. ㅋㅋ
래브라도님의 댓글

부모의 교육관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나 이리 될 아이를 저리 될 수 있게 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지요.
저는 아이 낳기 전, 아니 결혼도 하기 전부터 이런 생각이었고, 이후에 실행에 옮겼습니다.
교육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방목하는 것 처럼 키웠습니다.
하고 싶다는 것, 배우고 싶다는 것 (운동, 음악, 미술, 문화생활, 여행 등등) 은 최대한 다 해주고,
하기 싫다는 것 (국영수 학원, 과외 등)은 즉각 안하게 해 주고요
또 어떤 땐, 자기들이 걱정이 되는 지 과외 해달라고 sos를 치기도 하고요 ㅎㅎㅎ
큰 아이 학교 성적은 아주 열등해서, 결과 대학도 어렵사리 들어갔고,
고 3인 둘째도 성적은 아주 하위권 이지만, 저는 크게 걱정이 되지를 않네요.
100살 까지 살 친구 들이고 이제 겨우 스무살 남짓인걸요.
조금 더 부모 아래서 아직 철 모르고 꺄르르 거려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입니다.
사과매니아님의 댓글의 댓글
그렇다고 아이가 그렇게 되기까지는 또 다른 이야기죠.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꼭 그걸 따라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말씀하신대로 여러 경험을 하게 지원해주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해나갈 때를 기다려주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저 남들 다 하니까 너도 공부해라 는 안하고 싶었거든요..
아리아리션님의 댓글
글쓴님은 그 궁합이 아주 잘 맞는 이상적인 경우네요.
이게 참...뭐랄까 사실 이상적인 훌륭한 교육 방침입니다만,
애 바이 애가 너무 심해요.
이런 교육방침에 되는 애가 있고 안되는 애가 있거든요.
참 자식 교육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