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조한창, 김복형의 보충의견 (전문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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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재판관 김복형, 재판관 조한창의 보충의견
우리는 이 사건 탄핵심판청구가 인용되어야 한다는 법정의견의 결론에 동의한다.
그러나 아래에서 살펴보듯이 탄핵심판의 중대성, 피청구인의 방어권 보장 등을 고려 할 때 헌법재판소가 앞으로는 탄핵심판절차에 있어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가. 탄핵심판에서 전문법칙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태도
(1)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심판절차에 관하여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 등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고(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 1항), 형사소송법의 준용이 탄핵심판의 성질에 반하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의 목적과 본질, 파면이라는 효과의 중대성, 탄핵심판기간 동안 피청구인의 권한행사가 정지된 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헌법재판소가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7. 3. 10. 2016헌나1 결정 이래로 수사기관이 작성한 사 건관련자들의 피의자신문조서나 진술조서에 대하여, 피청구인이 동의하지 않은 경우라도 절차적 적법성이 담보되는 조서, 즉, 진술과정이 영상녹화되었거나, 진술과 정에 변호인이 입회하였고 그 변호인이 진술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확인한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국회 회의록의 경우 형사소송법 제315 조 제3호의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로 보아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증거능력 인정 요건은 헌법재판소가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 을 완화하여 적용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나.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의 엄격한 적용 필요성
(1) 탄핵심판절차에 ‘형사소송법’의 우선 준용 취지
탄핵심판의 경우 형사소송법을 우선 준용하도록 한 취지는 탄핵심판이 공직 파면 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절차인 점, 형사소송절차에 따르는 것이 피청구인의 절차적 기본권 내지 방어권을 충실히 보장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2) 형사재판에서의 공판중심주의 경향과 반대신문 기회의 보장
형사소송법은 공판중심주의를 점차 강화하고, 전문법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방향 으로 발전되어 왔다. 2007. 6. 1.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 한 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요건으로 ‘피고인의 반대신문 기회의 보장’을 추가하였고 (제312조 제4항), 2020. 2. 4.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요건으로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내용 인정’을 규정하 여(제312조 제1항),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정에서 해당 조서의 기재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함을 인정하지 아니하면 해당 조서를 증거로 채택할 수 없게 되었다. 이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에 대해 반대신문 기회를 인정함으로써 형사소송절차에 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현하고(헌재 2013. 10. 24. 2011헌바79 참조), 나아가 법정이 아닌 곳에서 작성된 전문증거에 잠재된 진술의 왜곡 우려 등을 의식한 것으 로 볼 수 있다. 특히 진술증거는 어떠한 사실을 지각하고 이를 기억한 다음 다시 표현 하고 서술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개입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반대신문권의 보장 은 형사소송에서 진술증거의 진실성과 신용성을 담보하는 주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3) 탄핵심판절차의 구도와 운영
탄핵심판절차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피청구인의 법적 책임을 묻고, 피청구인이 이에 대해 방어하는 구도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청구인이 소추사 유에 대한 주장과 입증을 하고, 피청구인이 이를 반박하고 증거를 탄핵하며 상호 대립하는 구조로 진행되는 탄핵심판절차에서는 형사소송절차에서와 같이 절차의 공 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탄핵심판은 서면심리를 원칙으로 하는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심판(헌 법재판소법 제30조 제2항)과 다르게 필요적 변론사건으로(같은 조 제1항), 공개된 심 판정에서 청구인과 피청구인이 말로 사실과 증거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사건을 심리 하게 된다. 변론과정을 통하여 헌법재판관이 심판정에서 직접 증거를 조사하고 피청 구인에게 의견진술 및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의 실현에 기여 할 수 있으며, 나아가 헌법재판의 정당성과 신뢰성도 제고할 수 있다. 따라서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증 형성 및 소추사유의 인정은 가급적 형사소송절차와 같이 공개된 재판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를 기초로 하고, 전문증거에 대해서는 반대신문 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대통령 탄핵심판의 중대성과 절차적 공정성 확보 필요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큰 대의기관이자(헌법 제67조 제1항), 국가원수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며(제66조 제1항), 국군 통 수권을 지니고(제74조 제1항), 5년의 임기가 보장된다(제70조).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절차는 이처럼 헌법상 막중한 지위에 있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의 신임과 권 한을 임기 중 박탈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로, 파면 결정은 그 직무수행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 국론의 분열현상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 등을 초래할 수 있고(헌재 2004. 5. 14. 2004헌나1 참조),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대통 령 탄핵심판의 중대성과 파급력에 비추어 볼 때에도,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절차에 준 하여 명확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 반대신문을 통하여 불리한 증거에 대한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
(5) 형사재판과 증거기준의 불일치 문제
탄핵심판절차와 민․형사 재판절차는 서로 별개의 절차이므로 서로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독자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한 탄핵 심판, 형사재판에서 각기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법질서의 통일성과 재판에 대한 신 뢰가 저해될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탄핵소추사유가 형사범죄사실과 관 련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은 탄핵심판절차에서도 가급적 엄격히 적용 하여 탄핵심판과 형사재판 사이의 불일치를 가능한 줄일 필요가 있다. 이는 “피청구 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 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형사재판의 결과를 탄핵심판에서 고려할 수 있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제51조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6) 소결
이와 같이 절차의 공정성과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더 확실히 보장하기 위하여 형사 소송법상 전문법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에서 형사소 송법을 우선 준용하도록 한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이하에서는 형사소송법 상 전문법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를 상정하여 이 사건 심판절차에서 문제된 국면 들을 살펴본다.
다. 구체적인 적용
(1) 수사기관 작성의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증거능력
(가) 탄핵심판에서 공범의 상정 여부
피청구인은 피청구인이 형법상 내란죄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공범관계에 있는 자들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등과 관련하여, 2020. 2. 4.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에 따라 피청구인이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헌법재판 소에서 이를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고위공직자인 피청구인이 그 직위에 따라 부여받은 고유한 의 무와 책임을 고려하여, 그의 직무수행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여 그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이고(헌법 제65조 제1항, 제4항), 피청구인이 그 직에 있을 것을 요하므로, 형사재판과 같은 ‘공범’의 개념을 상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형사사건 에서의 공범관계가 탄핵심판의 공범관계로 그대로 인정될 것을 전제로 한 피청구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증거능력 인정요건
피청구인이 아닌 자는 탄핵심판절차의 공범이 될 수 없으므로 그에 대한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등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적용을 받게 된다.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청구인 아닌 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탄핵심판의 증거로 채택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에 따라 수사기관의 조서가 ①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되었을 것, ② 그 조서가 수사기관 앞에서 진술한 내 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 원진술자의 변론준비 또는 변론기일에서의 진술 이나 ㉡ 영상녹화물 또는 ㉢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었을 것, ③ 피청 구인 또는 변호인이 변론준비 또는 변론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을 것, ④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 하여졌음이 증명되었을 것이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입장을 취한다면 피 청구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아니한 일부 조서의 경우에는 증거능력이 부인될 것이다.
(2) 국회 회의록의 증거능력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는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 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법원은 이를 제315조 제1호(가족관계기록사 항에 관한 증명서, 공정증서등본 기타 공무원 또는 외국공무원의 직무상 증명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작성한 문서)와 제2호(상업장부, 항해일지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에 준하여 ‘반대신문의 기회 부여 여부가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고 도의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 있는 문서’로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8도1430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증거로 채택된 국회 회의록은 탄핵심판절차가 아닌 국회에서 행해진 회의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피청구인이 아닌 사건관련자들의 경험이나 들은 내용에 관한 진술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국회의 회의는 형사 법정과 같은 대심적 구조 에서 관련자들의 진술이 당사자에 의하여 탄핵되는 구조가 아니고, 직무상 독립이 보장되는 법관(헌법 제103조)이 주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정치 적 성향과 이해관계에 따라 질의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또한 형사소송 절차에서 증인은 원칙적으로 선서를 하고 증언을 하지만(형사소송법 제156조), 국회 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진술자는 본인이 승낙하지 않는 이상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른 선서를 하지 않고 위증하더라도 처벌이 따르지 않는 상태에서 진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국회의 회의가 절차적 중립성과 객관성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회의 내용을 기록 한 회의록 또한 법원의 공판조서 등과 동등한 수준으로 고도의 신용성의 정황적 보 장이 있는 문서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국회 회의록을 탄핵심판절차에서 증거로 채택함에 있어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를 그대로 적용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밝혀 둔다.
라. 결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그 중대성과 파급력의 측면, 피청 구인의 방어권 보장의 측면에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하 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으로는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 지되고, 국정의 공백이 발생하므로 가급적 심판절차를 신속히 진행하여 이러한 국정 공백 상태와 국가적 혼란을 해소할 것이 요청된다. 헌법재판소가 현재 채택하고 있는 완화된 전문법칙을 적용하는 경우보다 전문법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경우 증거조 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임은 충분히 예측되며, 특히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 령의 탄핵심판 기간의 장기화로 발생하는 국가적 손해의 크기는 실로 막대할 것이라 는 점에서, 그동안 대통령 탄핵심판에 있어 공정성의 요청이 신속성의 요청에 의하 여 다소 후퇴되어 왔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결정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중대한 점, 탄핵심판절차에 공판중 심주의를 강화하고 피청구인에게 반대신문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반드시 탄핵심판 의 신속성의 요청에 반하거나, 그보다 덜 중요하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탄핵심판 절차의 구조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는 점, 게다가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절차에서 당 사자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증인을 채택하여 그들에 대한 신문을 통해 증거가 심판정 에 직접 현출되도록 하여 공정한 재판을 실현해가고 있는 점, 탄핵심판절차의 공정 성 강화는 탄핵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 탄핵심판결정으로 인한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점에 비추어, 이제는 탄핵심판절차에 요청되는 신속성과 공정성, 두 가지 충돌되는 가치를 보다 조화시킬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다.
14. 재판관 정형식의 보충의견
나는 이 사건 심판청구가 인용되어야 한다는 법정의견의 결론에 동의하면서, 아래에서 보듯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다른 회기 중에도 다시 발의하는 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입법할 필요가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가. 일사부재의 원칙의 적용과 그 취지
(1) 국회법 제92조는 부결된 안건을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할 수 없도록 하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그 적용 대상이 되는 안건의 종류나 유형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아니하고, 탄핵소추안에 대하여 별도로 정하지도 아니하여 일사부재의 원칙이 탄핵소추안에도 그대로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탄핵소추안도 다른 안건과 마찬가지로 한 번 부결되면 같은 회기에서는 다시 발의될 수 없지만, 다른 회기에서는 다시 발의될 수 있다.
(2) 같은 회기 중에 동일 안건을 다시 부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특정 사안에 대한 국회의 의사가 확정되지 못한 채 표류되는 것을 막기 위함인바, 일사부재의 원칙은 국회의 의사의 단일화, 회의의 능률적인 운영 및 소수파에 의한 의사방해 방지 등에 기여한다(헌재 2009. 10. 29. 2009헌라8등 참조). 다른 한편, 일사부재의 원칙이 회기가 바뀐 후에는 부결된 안건을 다시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국회의원은 안건을 자유롭게 발의할 수 있고, 회기가 바뀐다는 것은 통상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일 것을 전제하므로 그동안 안건을 둘러싼 상황이나 환경에 사정변경이 생기거나 안건에 대한 국회의원의 견해가 바뀌었을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탄핵소추안에 대한 무제한적 반복 발의를 허용할 경우의 문제
(1) 소추사유에 대한 사정변경 가능성이 낮음
탄핵소추안은 소추대상자의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 위배행위가 있는 경우 그 법적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것으로, 사후적으로 새로운 헌법이나 법률 위반사실이 발견되거나 내용이 변경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시간의 경과에 따른 사정변경을 특별히 상정하기 어렵다.
(2) 고위공직자 지위의 불안정과 국가기능의 저하
고위공직자 지위의 불안정성은 국가기능의 저하를 초래한다.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직위에서 국가의 주요기능을 담당하는데, 이들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동일한 사유로 반복적으로 탄핵소추 발의가 가능할 경우 소추대상자의 지위가 불안정해지고, 이는 국정의 혼란과 국가 주요기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소추대상자가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원수인 대통령일 경우 국정운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수밖에 없다.
(3) 탄핵제도의 정쟁의 도구화
공직자가 그 직을 유지하는 한 회기만 달리하여 실질적으로 동일한 사유로 반복적으로 탄핵소추 발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자칫 국회의 다수의석을 가진 정당이 이를 정치적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법적 제도로서의 탄핵제도를 정쟁의 도구로 변질시킬 위험이 있고, 그로 인하여 정치적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 특히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경우 국민의 의견 대립과 국론 분열 양상이 극심해질 수 있다.
다. 국회법상 회기 제도와의 결합에 의한 문제
헌법상 비상수단에 해당하는 탄핵제도의 성질(헌재 2021. 10. 28. 2021헌나1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각하의견; 헌재 2025. 1. 23. 2024헌나1 재판관 김형두의 보충의견 참조)에 비추어 탄핵소추 발의는 예외적으로 신중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동일한 탄핵소추안의 반복 발의를 허용하는 것은 국회법상 회기 제도와 맞물려 정쟁의 도구로 더 악용될 소지가 있다.
국회의 정기회는 1년에 1회 집회하고, 그 회기는 100일을 넘을 수 없는데(헌법 제47조 제1항, 제2항, 국회법 제4조 본문, 제5조의2 제2항 제2호 본문), 임시회의 경우 정기회와 달리 국회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를 갖추기만 하면 수시로 소집할 수 있고, 30일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국회의 의결을 통하여 그 회기를 정할 수 있다(헌법 제47조 제1항, 제2항, 국회법 제7조 제1항).
이러한 자유로운 임시회 소집 가능성으로 인하여 국회의 다수의석을 가진 정당은 필요에 따라 회기를 짧게 설정하여 회기를 달리하면서 특정 안건이 가결되거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매우 짧은 간격으로 반복하여 발의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형태의 반복 발의는 회기와 회기 사이에 어느 정도의 간격을 두어 안건에 대한 재고와 숙의를 요청하고자 한 일사부재의 원칙을 편법적으로 우회하고, 그 취지를 몰각시킨다. 탄핵소추안이 부결되었더라도 특정 정당이 탄핵소추안의 관철을 위하여 짧은 주기로 임시회를 반복하여 소집한 후, 실질적으로 동일한 탄핵소추안을 반복 발의하여 심의토록 할 경우 의사진행의 능률을 저하시키고 국회의 의사를 표류시킬 수 있다.
라. 소결
이상의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주요 소추사유에 변동이 없는 탄핵소추안의 재발의는 제한될 필요가 있고, 입법자는 탄핵소추의 성격과 본질, 국회의사의 조기 확정과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고위공직자를 탄핵소추한다는 공익 사이의 형량 등을 고려하여 탄핵소추안의 발의 횟수에 관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요약/정리 (먼저 전문을 읽고 이해한 뒤 GPT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재판관 김복형, 재판관 조한창의 보충의견 (요약)
1. 탄핵심판에서도 형사재판 수준의 증거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탄핵심판에서 비교적 완화된 증거 기준을 적용해 왔음.
-하지만 탄핵심판도 피청구인의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이므로, 형사소송법처럼 엄격한 증거 규칙을 적용해야 함.
2.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의 결론이 다르면 법적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이 다른 결론을 내리면 국민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
-특히, 탄핵사유가 형사범죄와 관련되어 있다면, 형사재판이 끝날 때까지 탄핵심판을 중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함.
3. 반대심문 절차를 도입해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불리한 증거를 반박할 수 있도록 반대심문 기회가 보장됨.
-탄핵심판에서도 피청구인이 불리한 증거를 충분히 검증할 수 있도록 반대심문 절차를 보장해야 함.
4.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는 피청구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증거로 쉽게 인정하면 안 된다.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검사 작성 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음.
-탄핵심판에서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해, 피청구인이 동의하지 않은 수사 조서는 증거 능력을 제한해야 함.
5. 국회 회의록을 탄핵심판의 증거로 신뢰하기 어렵다.
-국회 회의록에 포함된 참고인의 발언은 증인선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 신뢰성이 낮음.
-또한,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의원들이 참고인의 진술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어 신뢰할 만한 증거로 보기 어려움.
6. 탄핵심판은 신속해야 하지만, 공정성을 우선해야 한다.
-탄핵심판은 대통령의 직무정지와 국가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신속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음.
-하지만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으면 절차적 정당성을 잃을 수 있으므로,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함.
정형식 재판관의 보충의견 요약/정리 (Feat. GPT)
1. 탄핵소추안의 반복 발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국회법은 같은 회기 중에 부결된 안건을 다시 발의할 수 없도록 하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음.
-하지만 회기가 바뀌면 동일한 탄핵소추안도 다시 발의할 수 있어, 무제한적 반복 발의가 가능함.
2. 탄핵소추안의 반복 발의는 국가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탄핵소추 대상자는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로, 반복적인 탄핵소추안 발의는 직무 안정성을 해치고 국가 기능을 저하시킬 위험이 있음.
-대통령의 경우 국정 운영에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큼.
3. 탄핵제도가 정치적 도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회기만 다르게 설정해 실질적으로 동일한 탄핵소추안을 반복 발의할 수 있음.
-다수당이 이를 정치적 협상 카드로 활용하면, 탄핵제도가 정쟁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음.
4. 회기 조작을 통한 탄핵소추 반복 발의를 방지해야 한다.
-임시회를 짧은 간격으로 반복 소집하면 일사부재의 원칙을 우회할 수 있음.
-특정 정당이 탄핵안이 가결될 때까지 반복 발의하면,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이 왜곡될 우려가 있음.
5. 탄핵소추안 발의 횟수를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주요 소추사유에 변동이 없는 경우 재발의를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함.
-탄핵제도의 본질과 공익을 조화롭게 고려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함.
3명의 보충의견 전문을 읽고 이해하고 GPT에게 요약을 요청했습니다
큰틀에서 공감되는 부분도 일정부분 있긴하네요
정형식 재판관의 보충의견은 탄핵소추라는 제도 자체를 좀 손봐야 한다는 의견 인데 그 근거에는 어느정도 수긍이 가네요
회기만 바꿔서 동일사유로 무제한으로 소추가능 (이번 룬석열 탄핵안은 소추사유가 일부 변경 된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의 권한과 기능을 제한시키고 정쟁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25% 동의시 발의 가능 -> 물론 통과는 절반 의석수 대통령 제외)
주류소님의 댓글

헌재는 탄핵이라는 징계성 절차에 대해서만 신경쓰기 바랍니다. 형사재판에 까지 영향을 미쳐서 숟가락 얹으려고 하지 말고요.
이대길님의 댓글의 댓글
형사재핀이 진행중이니 탄핵 심판은 그거 끝나고 하든가 말든가 하자는 두명의 보충의견에는 동의를 못하겠어요
두 재판의 성질이 전혀 다르다는걸 잘 아는 인간들이 저따위 소리를
하압님의 댓글

그런점에서 정형식의 지적이 의미가 있어지겠네요.
Imsomad님의 댓글

탄핵심판을 형사재판처럼 하자고 한다면 헌법재판소의 필요성이 없어지는것 아닌지...? 생각이드네요
이대길님의 댓글의 댓글
통통한새우님의 댓글

검찰이 재판중이라는 이유로 증거를 내놓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 헌재법 개정으로 증거 제출을 강제하도록 해야죠.
국수나냉면님의 댓글

HTTR님의 댓글

민주당은 국짐한테 탄핵소추 부결해봐라 또 회기 바꿔 다시 발의한다라는 결기로 임했기 때문에 두번째만에 소추 성공한거죠
반복탄핵이 가능하지 않았다면 아마 국짐이 버팅겨서 탄핵이 안 되었을 겁니다.
요플레이오님의 댓글

게다가 다수의 국민의 선택으로 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했다면 협치와 대화로 국정을 운영해가야 하는데 이를 배제하는 식으로 국정운영을 했지요
앞으로 이런 막가파식 국무위원들이 임명되는 정부가 없으리가 할 수 있울까요
자라자라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