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까르고 (210.♡.157.8)
2025년 7월 22일 AM 11:14 · 수정됨(08. 07. 18:54)
오늘 아침, 한 언론인의 씁쓸한 SNS글을 재차 접했습니다.
저에게 그는 2스트라이크인 상황이 됐는데, 지금껏 1주일에 스트라이크 하나씩 먹어왔으니 다음 주에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지 지켜보겠습니다.
1스트라이크 : "최경영 *** 유튜브 게시글" (07. 14.) 원제에 쓰인 멸칭을 거북해하실 분도 계실 것 같아 처리하였습니다.
2스트라이크 : "이 아조씨는 왜 이러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07. 22.)
번외로 1스트라이크 상황을 보고 제가 썼던 뻘글도 있습니다.
"[단상] 특정 언론인에 대한 갈리는 평가를 보고" (07. 14.)
제가 언론인이 아니어서 취재원과 언론인과의 관계라던가, 취재 윤리라던가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그에 대해 깊이 논하기 보다는 제가 지난 2년 반 작업하면서 느꼈던 점을 토대로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지난 6월말부터 어쩌다 보니 여러 차례 글을 적고 있는데요.
2023년 2월부터 올해 7월 초에 이르기까지 2년 반 정도 기간을 대한제국관보, 조선총독부관보에 실린 의사면허 관련 기록을 정리하는데 썼습니다.
관련하여 "[단상] 결말들" (07. 21.) 제1항에 지금까지 상황을 다룬 글을 다 모아두었으니 필요하시다면 참조하세요.
맨처음에 왜 이걸 하게 됐느냐 하면,
의사들 창씨개명한 이름이 정리되어 있는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선총독부관보를 보다 보니, 면허 관리를 꾸준히 해왔고, 이를 통해 역으로 추적할 수 있겠다 싶었던 거지요.
무슨 말씀이냐면, 지금도 운전면허증 같은 걸 이사하거나 하면 "이서"하잖습니까.
바로 재발급하려면 비용도 들고, 사진도 찍어야 하고, 경찰서 발급의 경우 시간도 걸리니까 이사한 주소를 스티커 같은 형태로 뒷면에 붙이게끔 하지요.
그런 식으로 이 시절 의사면허도 본적이 바뀌거나 개명하거나 하면 '이서'를 하고 관보에 적어두었습니다.

1940년 8월부터 "창씨개명"으로 의사면허 이서기록이 넘쳐나기 시작한데, 이걸 의사면허 번호를 통해 역추적하면 의사들의 창씨개명한 이름을 알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정리하기 시작했던 작업이었습니다.
그게 2년이 넘게 걸릴 줄 알았으면... 시작하지 않았을 겁니다만.
어쨌든 그렇게 정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이상한 게 보여요.
아무리 봐도 "김(金)" 씨가 창씨개명한 이름일 것 같은데, 면허 번호로 추적해 보면 다른 성씨이거나
한국식 이름에 성만 일본식으로 바꾼 (창씨) 경우인데, 추적해 보면 이름이 완전히 다르다거나 합니다.
또, 이미 그 번호로 창씨개명한 이서 기록이 이미 있는데 또 창씨개명 이서기록이 있다거나 하죠.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이게 조선총독부관보의 오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식 기록이기 때문에 조선총독부관보의 신뢰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작업을 했는데, 들여다 보니까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특히 다른 기록(예를 들어 광업권 같이 돈이 오가거나, 관리들의 임용/사망 기록 같은 경우)은 틀렸을 경우 뒤에 정정하기라도 하는데, 의사면허 기록은 이런 정정이 딱 한 건 있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오류가 발생하느냐, 살펴 보니까
1) 오자 (인간의 실수)
당시 인쇄 환경을 생각해 보면, 식자공이 손으로 적힌 원고를 보면서 활자를 가져다가 한 줄씩 조판을 합니다. 이걸 영어권 유튜브에서 보면 lyric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이때 주의할 점은 좌우반전이라야 제대로 찍힙니다. 그러니까 한자들을 좌우반전시켜서 한 줄씩 만들어내고 이것들을 모아서 판으로 만들어 찍는 과정을 거치는데, 인간의 실수가 빚어지기 너무나 좋은 환경이지요. 게다가 손으로 쓴 원고, 뭐 얼마나 정성스럽게 적어서 전달됐겠습니까. 그래서 면허 번호 오류가 너무나 많습니다.
2) 다른 면허와 혼용
조선총독부관보의 <위생> 항목에 들어가는 면허 종류가 정말 많습니다. 의사면허, 한지의업면허, 의생면허, 치과의사면허, 입치영업면허, 약제사 면허, 그리고 1938년경부터는 수의사면허에 이르기까지 많은 면허들이 <위생>이라는, 관보 지면에서 그리 존중받지 못하던 항목에 꾸역꾸역 들어갑니다.
그러다 보니까 다른 면허 기록에 잘못 들어가는 것들이 적잖습니다.
제가 지금껏 찾은 것만해도 많고, 아마 2차 작업을 하면 더 많이 찾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의사면허증 이서 기록인데, 실제 내용은 한지의업면허 이서 기록이 잘못 들어간 경우가 정말 많았습니다.
특히 창씨개명 실시 직후인 1940년 10월의 이서를 다룬 1940년 11월 관보 기록에는 다량 잘못 들어갔습니다.


해당 기사를 옮기고 아래에 달아둔 각주 부분 스크린샷입니다.
이걸 몰랐을 때는 대혼란이었지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 결론입니다. 대체 왜 언론인 문제를 말하다가 뜬금없이 조선총독부관보의 신뢰성 문제로 옮겨갔느냐를 말씀드리고 맺어야지요.
오랜기간, 저는 작업을 하면서 조선총독부관보는 공식 기록이기 때문에 가장 높은 신뢰성과 권위를 가지는 기록일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제 지인은 예전부터, "거기 오자도 많고 오류도 많아서 전적으로 신뢰하기 곤란해" 라고 말했지요.
물론 저는 그 말을 귓등으로 듣고 제 나름의 작업을 계속했던 터입니다.
그러나 조금 깊이, 폭넓게 작업을 하니까 숱한 오류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의사면허에만 관심이 있다고, 그것만 파다 보면 이런 오류들을 찾아낼 수 없습니다.
혹시? 하면서 한지의업면허도, 의생면허도, 심지어는 치과의사면허도 찾아봐야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걸 모르고 "내 눈으로 직접 본 거니까 내가 맞아" 라고 주장했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숱한 언론인들이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나는 내 눈으로 본 것만 믿어" 라는 거죠.
그런데 그 눈으로 얼마나 폭넓게 봤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좁고 깊게 파면 땅속 환경을 아주 단편적으로만 알게 됩니다.
바위만 볼 수도 있고, 하수관만 보게 될 수도 있고, 100년 전 건물의 주춧돌만 보게 될 수도 있죠.
그것만 가지고 "내가 땅속을 잘 알아, 내 말이 맞아" 하면 좀 우습지 않나 싶어요.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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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레비펜
25.07.22 · 220.♡.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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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스까르고
→ 시레비펜 작성자
25.07.22 · 211.♡.65.72
고맙습니다.
제가 매운 건 못 견뎌서... 불닭은 좀 무서워요. -
순순후추
25.07.22 · 211.♡.18.238
잘 읽었습니다
소스는 역시 마요네즈죠
응? -
에에스까르고
→ 순후추 작성자
25.07.22 · 211.♡.65.72
마요네즈, 맛있긴 하지요.
하지만 고지혈증이라서...{emo:DINKIssTyle-3d-ang-008.webp:100} -
JJava
25.07.22 · 116.♡.70.94
깊이 있는 분석 고맙습니다~
{emo:damoang-emo-039.gif:100}
저는 머스타드 소스 좋아합니다. ㅋㅋ -
에에스까르고
→ Java 작성자
25.07.22 · 211.♡.65.72
머스터드, 풍미가 좋지요. -
담담벼락을쳐다보고
25.07.22 · 59.♡.239.132
저도 성급하게 글을 쓸 때 일부만 보는 오류를 종종 범합니다.
그래서 통합적으로 전체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게다가 공작과 날조를 분별하는 직관이 있으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부족한 사람들이 사방팔방에 떠드는 경우가 많은데 웬만하면 결국 뒷방으로 사라지더라구요.
저는 쌈장... -
에에스까르고
→ 담벼락을쳐다보고 작성자
25.07.22 · 211.♡.65.72
경험과 연륜이 있는 언론인이라면 폭과 깊이가 남다른 보도, 발언을 해주십사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쌈장은 클래식이지요. -
취취미생활자
25.07.22 · 222.♡.32.74
잘 읽었습니다
하지만, 최고는 케찹이죠.
응? -
에에스까르고
→ 취미생활자 작성자
25.07.22 · 211.♡.65.72
케찹...은 부정하기 어렵네요.
아마도 우승 후보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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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는 역시 불닭소스죠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