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pfverstich (61.♡.80.55)
2026년 6월 22일 AM 09:41
오늘은 아내 생각이 불쑥 나서,
주책 없이 여기에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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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 씨, 안녕.
내 아내 안녕.
오랜만이다. 그쵸?
요즘은 피아노를 배우고 있어요..
디즈니 바이엘 2권 22번은 베른의 <3월의 노래>예요.
꽃이 피는 3월이면
너와나 손잡고 소풍가자
봄햇살이 반짝이고
봄바람 향긋한 3월에
이 짧은 음을 제대로 치지 못해 일주일 내내 연습했어요.
당신이 있었으면 금방 배웠을 텐데...
손가락이 도~솔 사이를 오가는 것이 전부인데도 이게 그렇게 힘드네요.
그런데 이렇게나 단순한데
음표와 박자를 통해 음악이 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예요.
두 번째 줄에서 파까지 올라갔던 음은 다시 내려오고
네 번째 줄에서는 솔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요.
이 정도의 반복과 변주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네요.
당신이 피아노를 배우라고 했을 때 진작 배울 걸...
너무 아쉽다요ㅠㅠ
피아노를 배운지 고작 한 주 됐는데, 벌써 이 아름다움이 벅차네요.
이렇게 큰 벅참을 안고 오래도록 지속한다는 건 힘든 일인데
빨리 지칠까봐 벌써 걱정예요.

피아노를 사고 얼마 안 되어 연습하는 아내의 모습을 찍었어요. 아내는 셔트 소리에 놀라 왜 물어도 안 보고 사진을 찍냐며, 항의했지만... 사실 그건 애교 섞인 투정 같은 것이었어요. 그 항의하는 모습조차 아름다워 사진을 남겨두었는데 아내에게는 초상권이 있고, 아내의 허락을 받을 수 없어 공개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예쁜 제 아내를 보여 주고 싶어 이 사진을 올립니다.
이게 특히 내 마음에 와닿는 건 당신 때문이겠죠.
3월이면 소풍 가자는 약속을 한다는 것.
그냥 가면 그만인데 약속까지 해야 한다는 것.
그게 어떤 사연을 담고 있을 것만 같아요.
당신이 어서 일어나기를 바라며 당신과 했었던 약속들.
그런 것들이 생각났어요.
당신 나으면,
봄이랑도 산책도 하고, 같이 국민체조도 하고, 혜화칼국수에서 맛난 국시도 먹고, 나 피아노도 가르쳐 주고...
이런 작은 일들
그런 것들을 함께 할 수 없어서 오늘은 아침부터 아프네요.
이 노래에도 그런 어떤 슬픈 사연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내일은 레슨 날예요.
선생님한테 이 노래를 단조로 편곡해서 연주해 달라고 부탁해 봐야겠어요.
안녕 내 사랑... 또 편지 쓸 게요.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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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떡검
06.22 · 106.♡.22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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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yrandy
06.22 · 59.♡.10.85
ㅠㅠ
저 스스로 다짐도 하고 항상 아이들한테 하는 말 중 하나가
나중에 서로 후회 할 짓 하지 말자 입니다.
아내와 아이들한테 화가 나고 짜증이나도 참고 웃으면서 잘 해야겠어요~!!
힘내시고, 항상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 그
그린파파야123
06.22 · 106.♡.78.10
아내분께서 얼른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글..창밖에 보이는 배롱나무 보듯 잔잔하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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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mdol
06.22 · 115.♡.25.14
글 제목을 보고 미소짓고 들어왔다가 내용을 보며 마음이 많이 무거워집니다.
내 인생의 반쪽이 고통속에 있다는건 겪어본 사람만 아는 아픔인것 같습니다.
혹시나 해서 글쓴분의 지난글을 보니.. 하아...
진심으로 아내분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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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유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