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미르 (61.♡.29.169)
2026년 7월 17일 AM 08:31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를 보았습니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듭니다. '아, 내가 2026년 한국 영화계에서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볼수도 있구나' 이건 영화에 대한 평가라기 보다는 경험에 가깝고 때로는 분석적 접근보다 어떤 영화적 태도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예술에 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왜 <호프>가 칸 영화제 미드나잇 부문이 아니라 본선에 진출하고 데일리 평가에서도 높은 평점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됩니다.
영화의 큰 틀은 세 개의 스테이지로 나뉘는데 마치 감독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활동 동선만으로 죽여주는 액션 영화를 보여줄께. 처음에 동네를 헤짚는 괴물에 맞선 인물이 온 몸으로 마주하는 거야. 두 번째는 산에서 말을 타고 움직이는 활극 동선을 보여줄께. 세 번째는 도로에서 펼쳐지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추격전이야. 네 번째는 우주 스페이스에서 벌어지는... 젠장 제작비와 시간이 안되네. 관객 반응 봐서 고민해볼 께. 일단 <호프>는 끝!"
영화는 마치 무성영화 초기의 액션 활극만으로도 관객을 즐겁게 만들 수 있었던 시기의 도구만 가지고 영화 전체를 채웁니다. 호포라는 같은 동네의 지인이라는 느슨한 관계망 외에는 등장인물들이 가진 관계성이나 깊이, 사연따위가 아예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걸 유추할 수 있는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보통의 헐리우드 장르 영화가 사용하는 인물간의 관계나 전제나 내러티브같은 건 기대도 못하고 감정이 쌓이고 해체되는 과정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채... 그냥 있는 그대로의 상황에 던져진 인간들의 모습만으로 2시간 40분의 액션 영화로 만들어 내겠다는 나홍진의 광기에 관객들은 영화 속 대사 "세상에 말도 안돼"를 거듭 내뱉게 됩니다.
영화의 호불호로 <호프>를 평가하는 건 상업영화의 외피를 두른 실험 영화를 두고 취향을 설파하는 것처럼 어색하고 이상한 지점으로 관객을 위치시킵니다. 그래서 거대예산이 투입된 이 기이한 영화를 극장에서 본다는 것이 불러일으키는 낯설고 생경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한 체험은 거듭 ' 2026년 대한민국의 여름 극장에서, 그것도 한국 상업영화에서 정말?'이란 말을 되뇌이게 합니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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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민고
08:38 · 101.♡.7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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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샤프슈터
08:39 · 116.♡.67.74
재밌어요. 4dx봐야 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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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Cid
08:40 · 118.♡.25.69
크리쳐물이라고 생각해서 갔더니.. 액션이 너무 잘 뽑혔고.. 마지막은 우주 전쟁? 응?
그 와중에 대사는 참….ㅡㅡ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초반 고구마도 좀 있었던 것 같고 (내가 아직은 얘 보여줄 때가 아니야. 보여줄 것 같지? 기다려~), 황정민 등 찌질함도 좀 느껴지고 (진짜 이 영화는 여자들이 더 멋짐.)
영상도 고급진데 너무 현실적이라 그런지 좀 비위가 상한다고 할까요?
그나저나 조인성은 immortal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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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oydivison
08:42 · 119.♡.207.200
영화적 체험이라는 점에서는 그리고 영화가 움직임을 기록하는 매체라는 부분에서는 말씀하신 내용에 동의해요. 하지만 이런 시도는 이미 여러번 있었던거라 새롭지 않은….새로 만들어진 매드맥스가 그랬죠. 이야기도 촘촘하면서
영화가 1초에 24프레임의 정지된 화면을 연결해서 움직임을 만드는데 각각의 프레임 사이를 관객이 잔상으로 채우면서 그걸 움직임으로 받아들이죠.
근데 영화 호프는 공허한 이야기의 공백을 관객들이 채우면서 소비하기 시작하는것 같아서 좀 어이가 없어요.
- 카
카지미르
→ joydivison 작성자
10:39 · 106.♡.66.253 · 수정됨 (4회) · 10:44
저도 상영내내 <호프>가 재밌거나 감동적이거나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은 들진 않았어요. 다만 그건 장르적 관점의 문제이고 <호프>는 그런 장르적 속성과 토대 자체를 어느 지점까지 무화시키고도 ‘영화‘ 그것도 ‘상업‘영화가 가능한지 되묻는 시도로 보았어요. 거대 자본이 투입된 이런 무모한 시도야말로 한국영화역사상 전무후무한 사례를 목도하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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