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탁금관련 명문

Lv.1 권해효 (211.♡.181.24)

2026년 7월 21일 AM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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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라 퍼왔어요. 정이수 변호사님 글입니다. 글을 참 잘쓰시는 분이라 좋아합니다

청년 기탁금을 보면서.

작년 추석 연휴 나는 김주임이 캐나다 여행을 가도록 설득했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어머니 환갑 기념으로 캐나다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김주임은 여러 사정 때문에 빠지기로 했다길래 나는 인생에서 세 모녀가 캐나다를 여행가는 기회는 다시는 없을 가능성이 높으니 다른 걱정은 하지 말고 가라고 했고, 김주임은 내 말을 받아들여서 여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김주임을 설득 한 책임으로 비용을 지원해주었다.

김주임은 여행에서 시차 때문에 고생하기는 했지만 어머니와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왔다. 나까지 행복해진 일이었다. 그런데 다녀와서 김주임은 나에게 돈을 어떻게 갚으면 되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내가 여행 비용을 ‘준 것’이 아니라 ‘빌려준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내가 여행을 가라고 '말로만' 지원해주고 수차례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고 캐나다에서 온 선물들을 받았다는 말인가.

나는 김주임에게 그것은 빌려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갚을 필요가 없다고 분명히 말해주었다. 그러나 김주임은 기어이 월급을 받은 날 나 몰래 내 가방에 봉투를 넣어놓았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고급스러운 봉투 안쪽 면에는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라는 문구도 새겨져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100만 원이 들어있었다. 꼭 받아달라는 메모까지 붙여서.

전화로 물어보니 김주임은 나에게 몇 번에 나눠서 여행비용을 갚으려고 했지만 내가 거절하기에 100만 원이라도 갚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제발 받아달라고 했다.

나는 순간 김주임의 성의를 생각해 돈을 받을까 하다가 그것을 다시 송금 방식으로 돌려주었다. 그리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죽 봉투는 평생 간직하겠다고 했다.

내가 김주임에게 주는 것은 대부분 더 큰 가치로 되돌아온다. 아니, 내가 받는 보살핌과 배려, 김주임의 성실함과 헌신이 먼저였고, 그 다음 나의 보답이 뒤늦게 따랐던 것 같다.

늘 염치와 품위가 있고 진실성을 무기로 가졌기 때문에 나는 그의 말을 늘 주의 깊게 들으려고 하고 그의 행동을 신뢰한다.

2020년 전용기 의원이 비례대표 출마를 준비할 때 두세 번 통화한 적이 있다.

그때 전용기 의원은 20대였고 내 대학 후배였기 때문에 나에게는 어리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전용기 의원은 통화할 때마다 늘 뛰거나 빠르게 걸으면서 숨이 찬 상태로 대화를 하였고, 전라도, 경상도 어느 지역의 기차역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말하기를 전용기는 일정을 짜서 쉬지 않고 전국을 뛰어다니고 있다고 했다. 나는 전용기 의원을 잘 모르지만 그가 직접 사람들을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하였겠는가. 자기의 목표를 설명하고 지지를 부탁하였을 것이 분명한데 그것은 정치를 하려는 사람이 보여주어야 할 기본적인 진지함인 것이다. 그리고 전용기는 당선되었다.

청년이 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안정적인 신뢰를 얻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된다. 나는 지금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신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가난한 청년에게는 기회조차 없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최소한의 진지함과 성실성을 증명하지 않는 이에게 공적인 기회가 쉽게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공적인 자리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자신의 노력과 지지 기반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결국 공적인 자리에 도전한다는 것은 신뢰를 증명하는 과정이다. 기탁금 역시 그 신뢰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자신의 진지함과 지지 기반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다.

민주당의 당대표 후보는 1억 원, 최고위원 후보는 5,000만 원의 기탁금을 내야 하고 일정 비율 이상 득표하면 일정 금액을 돌려받는다. 그리고 원외 청년 후보에게는 50% 감면을 해준다. (비슷한 원리로, 유기견을 입양할 때 입양자가 양육 비용을 받아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책임비라는 이름으로 돈을 내는 것이 있는데 이는 발빠른 개장수가 유기견을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위와 같이 민주당의 경우 원외 청년이 최고위원에 도전하려면 2,500만 원을 기탁하면 된다. 1만 원씩 2,500명의 지지를 받으면 해결되는 돈이고(다만 정치자금법상 후원금이 아닌, 펀드 등의 다른 방식이어야 함) 민주당 정도의 역사와 영향력이 있는 정당의 최고위원이 되려면 2,500명의 지지는 아무것도 아니어야 한다. 그것을 진입장벽으로 느끼는 후보라면 자신이 대중을 설득할 능력이 되는 사람인지 의심해보아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청년 시절, 사업으로 번 돈을 정치에 바쳤고 가는 곳마다 그를 지지하는 대중이 구름떼처럼 모였지만 국회의원 선거에 총 4번이나 낙마하였고 목숨이 위협받는 시련을 겪었다. 이제는 그런 고난이 있지도, 그런 헌신까지 요구되는 시대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자리의 문턱이 낮아져야 할 이유가 당연히 있는 세상도 아니다.

내가 뱉은 말을 바꿀 때는 처음 그 말을 했을 때보다 더 신중해야 하고 내가 한 약속을 어길 때는 더 많은 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면 다 되는 줄 아는데, 집권당이 기탁금 제도를 바꿀 때는 하루아침에 말을 바꾼다고 될 것이 아니다. 약자를 위한 제도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아랫돌이 빠지면 윗돌은 저절로 무너진다. 아주 빠르게.

댓글 (16)

  • 수레실

    수레실 Lv.1

    09:34 · 116.♡.14.205

    정말 좋은 글입니다. 물론 그분은 읽지 않을 것이며, 읽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지만

  • 박멸x

    박멸x Lv.1 → 수레실

    12:10 · 122.♡.23.252

    읽고 반박하는 유튜브 라이브 하면서 울겠죠....발로 뛰는게 아니라 눈물로 동정이나 얻으려 하는 정치 동냥아치 입니다.

  • 알정찍

    알정찍 Lv.1

    09:38 · 211.♡.200.98

    성실함과 진지함을 문조털래유와 명비어천가로 대신했었죠

    더러운 주둥이로요

  • 랑탕62 Lv.1

    09:39 · 58.♡.228.17

    거 민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 소르베

    소르베 Lv.1

    09:43 · 115.♡.151.169

    정말 좋은 글입니다

  • 2082

    2082 Lv.1

    09:50 · 121.♡.149.247

    정말 좋은 글이네요
    변호사님과 글 속 김주임처럼 신뢰가 쌓이는 사회가 되길 꿈꾸며 투표했는데

    지금은 그 꿈이 부서지는 것을 눈으로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네요

  • n0mas

    n0mas Lv.1

    09:58 · 112.♡.154.169

    성품이 뒷받침 되시니까, 이런 좋은 글이 나오는군요. 울림이 큽니다.

  • ynwa2002

    ynwa2002 Lv.1

    10:04 · 221.♡.230.217

    우리가 오랫동안 쌓아 온 공정과 상식을 우리 손으로 이렇게 무너뜨리는 걸

    보고있다니 울화통이 터집니다! 내란당을 박살 내는 것만큼이나
    이번 참에 내부의 적을 박살내야 합니다. 수박을 다 뿌리 뽑지 못 한 것이

    어쩌면 그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준 것일지 모릅니다.

  • Southstreet

    Southstreet Lv.1

    10:04 · 117.♡.131.220

    좋은 글 고맙습니다.

  • 달콤한딸기쨈

    달콤한딸기쨈 Lv.1

    10:12 · 118.♡.85.38

    링위에 스스로의 힘으로 올라가야지요.

    수능이든 취업이든 자격증이든 모두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취해서 자신을 증명해야 합니다.

    아몰랑 힘들어 엉엉엉.. 거린다고 자격이 주어진다면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을 배신하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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