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기교주 (122.♡.69.139)
2026년 7월 27일 AM 08:37
저는 아직 이재명 정부를 지지합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오랜 강점은 '실용주의'였습니다. 이념보다 결과, 명분보다 실질을 앞세우는 태도죠. 그런데 최근 검찰개혁 행보를 보면서 정반대의 의문이 듭니다. 지금 이 모습은 실용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반(反)실용주의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실용주의란 무엇인가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는 막연한 구호가 아닙니다.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2024년 7월), "잘사니즘을 새 비전으로 삼겠다"(2025년 2월 국회 연설),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 — 본인이 직접 정의해온 말입니다. 요지는 하나입니다. 이념보다 결과, 진영보다 효용, 원칙보다 문제 해결.
흥미롭게도 이 사고방식은 2천 년 전 묵자와 닮았습니다. 묵자도 명분보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를 기준으로 삼았거든요. 다만 묵자에게는 중요한 전제가 하나 붙어 있었습니다.
뜻이 굳건하지 않은 사람은 지혜가 통달할 수 없고, 말이 미덥지 않은 사람은 행동이 결실을 맺을 수 없다
지불강자지부달, 언불신자행불과 — 志不强者智不达, 言不信者行不果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만 실질이 성립한다는 뜻입니다. 신뢰를 잃은 말은 애초에 아무 결실도 맺지 못합니다.
검찰개혁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착각
"난 검찰이랑 마주칠 일 없는데 상관있나" 싶으신 분들이 있죠, 실제로는 상관이 큽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쥐면 그 조직을 견제할 데가 거의 없어집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겨냥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거죠. 실제로 개혁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 기득권과 싸운 사람이 수사라는 형식으로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경우가 한국 현대사에 적지 않았습니다. 그 압박이 삶을 끝내버린 경우도 드물지 않았고요.
투자자라면 더 직접적으로 와닿을 겁니다. 주가조작 정황이 뚜렷한데도 수사가 늘어지다 시효를 넘겨버리는 경우,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봤습니다. 그때마다 시장 신뢰가 깎이고 그 손해는 결국 투자자 전체가 떠안습니다.
검찰개혁은 사법 제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조건입니다.
전건송치 — 완전한 역행
최근 이 원칙이 흔들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민주당은 검찰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다만 사회적 약자 관련 7대 범죄는 새로 만들어지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예외적으로 보완수사를 맡도록 안전장치를 뒀습니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이 7대 범죄 예외를 훨씬 넘어서는 법안이 나왔습니다. 경찰의 사건 종결권 자체를 없애서,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 — 혐의없음 사건까지 포함 — 을 빠짐없이 검사에게 넘기게 하는 법안입니다. '전건송치'라고 부릅니다. 명분은 부실수사 방지와 피해자 보호입니다.
문제는 실제로 만들어내는 결과가 명분과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검사가 직접 수사는 안 해도 모든 사건을 다 들여다보고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면, 검찰이 사건을 틀어쥐는 힘은 이름만 바뀐 채 그대로 남습니다. 이건 절충안이 아니라 완전한 역행입니다. 발의된 법안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정확한 내용을 알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완전한 결론은 내기가 힘들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내용임은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런 논란을 보면 지지자들이 반반으로 갈린 것처럼 보이는데, 최근 전당대회 예비경선에서 개혁을 일관되게 밀어붙여온 인물들이 무난히 본선에 오른 걸 보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진짜 균열은 지지자들 사이가 아니라, 목소리 큰 소수가 만드는 착시입니다.
무엇이 진짜 동기인가
당이 방향을 최종 확정하려던 바로 그 시점에, 그보다 훨씬 후퇴한 안이 따로 튀어나온 건 가벼운 행보가 아닙니다. 개혁 의지가 확고한 다수의 뜻을 사실상 무시하고, 당내 잡음을 극도로 키우면서까지 밀어붙이는 일입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쪽에서 그만큼 절박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런 시도 뒤에는 두 가지 이유가 겹쳐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첫째, 검찰이라는 조직을 나중에 정치적으로 쓸 여지를 남겨두려는 쪽이 있을 겁니다. 검찰의 힘을 완전히 부수고 싶지 않은 거죠. 둘째, 검찰의 힘과 자기 기득권이 서로 얽혀 있는 쪽도 있을 겁니다. 법조인 출신이라는 이력과 인맥이 정치적 자산인 사람들에게, 검찰의 힘이 줄어드는 건 곧 자기 자산의 가치가 줄어드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이 두 이유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부실수사 방지"라는 그 자체로는 타당한 명분 아래에서, 이 두 이해관계와 결과가 매번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면, 그건 더 이상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게 바로 실용주의와 국가의 발전에 정면으로 맞서는 일입니다. 진짜 실용주의라면, 뭐가 유용한지 판단하는 기준은 국가와 시민 다수의 이익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 기준이 슬쩍 특정 세력의 정치적·직업적 이해관계로 바뀌어버리는 과정입니다.
지지자로서 요구하는 것
지금의 현상은 반실용주의입니다. 원칙 없이 유연한 정도가 아니라, 원칙 자체를 특정 세력 이익에 맞게 다시 만드는 일이라 더 심각합니다. 지금 나타나는 말과 행동의 불일치는 실수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의도된 이익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다른 정책 방향은 여전히 지지합니다. 다만 검찰개혁만큼은 다르게 봐야 합니다. 결국 검찰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이라는 이 정부의 약속이 실제로 지켜지느냐의 문제입니다.
묵자 말대로 뜻이 굳건해야 지혜가 통하고, 말이 미더워야 행동이 결실을 맺습니다. 사실 이 말을 몸으로 증명해온 사람이 있다면 이재명 대통령입니다. 소년공에서 사법시험 합격까지, 성남시 모라토리엄에서 몇 년 만의 채무 완제까지 — 명분과 실리를 따로 두지 않고 함께 쥐는 법을 알던 사람이니까요.
지금 필요한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적당히 타협하는 잔머리가 아니라,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붙잡는 뚝심 — 원래 가장 잘하던 그 방식입니다. 거대한 벽 앞에서도 결국 답을 찾아냈던 사람이라면,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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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eltant79
08:42 · 61.♡.152.133
- 유
유원
08:56 · 182.♡.134.8
묵자의 겸상애와 교상리가 너무도 이상적이었기에 결국 현실에서는 실현될 수가 없었지요.
제가 보기에 이재명 대통령은 교상리를 내세우는 실용이지만, 겸애든 별애든 결국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생략되어 있는 가치관을 지닌 것 같습니다.
따라서 그의 세계관이 지닌 가장 큰 구멍은
모든 실용을 내세우는 이들이 그러하듯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경시입니다.
주워먹고 사는 일을 전부라고 인식하는 순간,
그것이 바로 천박한 세속주의의자 철학의 부재로 연결되는 거죠.
그래서 진정한 실용이란,
결국은 정신적 가치에 대한 충분한 고찰에서 나온 조화로운 현실 추구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그것이 결여되어 있다고 보입니다.
- 도
도롱이
09:10 · 106.♡.66.93
우리나라와 같이 자연 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결국 사람과 시스템이 경쟁력이 됩니다. 그 시스템이 결국 신뢰라는 형태의 자산으로 나타납니다. 사회에서 신뢰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게 해 주죠. 그 신뢰중에 중요한 것 한가지가 사법에 대한 신뢰인데 검찰 개혁은 바로 이 사법 신뢰를 지키기 위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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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neo123
09:53 · 223.♡.94.15
복잡하게 볼 거 없이 이재명은 개인의 사욕을 위해 검찰과 딜을 하는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크다는 거죠. 검찰개혁을 순리대로 했다면 모든게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을 스스로 망치고 있다고 봅니다. 사람은 안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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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묵자의 겸애 조차도 "누구든 차별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명제에 가로막혔죠.
우리가 인간인 이상,
사랑한다는 것은 "다른 것보다"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고,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은 안과 밖을 구별하는 경계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모두의 대통령"이라면서 구조적 다수를 지향하고, 민주진영 지지자들에게 납득할 수 없는 리박언주같은 인사를 강요하는 것이 허망한 짓인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