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118.♡.4.66)
2026년 7월 27일 PM 05:29
나고야 시내 마지막 식사로 오스에 있는 피체리아 브라체리아 체자리(ピッツェリア ブラチェリア チェザリ)에 다녀왔습니다.
외관부터 노란 벽과 흰 몰딩, 아치형 출입구, 작은 발코니를 조합해 남부 이탈리아 식당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내부에는 초록색 타일과 대리석 카운터, 구리색 후드와 오픈 키친이 이어지고, 나폴리의 풀치넬라 인형과 마늘·고추 장식, 이탈리아산 파스타와 올리브오일이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단순히 이탈리아풍 소품을 모아 둔 느낌이 아니라, 나폴리의 음식 문화 전체를 공간에 옮겨 놓으려 한 인상이 강합니다. 다만 현지의 다소 거칠고 생활감 있는 분위기보다는 일본답게 훨씬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습니다.
점심은 전채 모둠과 프리토 미스토, 피자나 파스타, 자가제 빵, 디저트로 이어지는 런치 코스를 주문했습니다.
먼저 바게뜨와 치즈 바게뜨 바구니가 나와 입가심을 하게 합니다. 평범해서 이게 유명힌 가게인가 생각이 들었는데, 그 다음부터 제가 섣불리 판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전채 접시에는 차가운 옥수수 수프, 생햄과 키위, 주키니와 오징어, 절인 채소, 빵 위에 바른 생선 페이스트가 조금씩 담겨 있었습니다. 생햄 아래 키위가 숨어 있는 것이 재미있었고, 생햄의 짠맛과 키위의 산미가 잘 어울렸습니다. 빵 위의 분홍빛 페이스트는 처음에는 간 파테처럼 보였으나, 먹어 보니 생선 특유의 향과 짠맛, 진한 풍미가 분명했습니다. 고등어나 참치처럼 기름지고 향이 강한 생선을 부드럽게 갈아 만든 페이스트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짠맛과 산미, 단맛과 기름진 풍미가 한 접시 안에서 서로 교대로 나타나며 식욕을 열어 주는 구성입니다.
다음 접시에는 가지와 토마토소스, 치즈를 겹쳐 구운 파르미자나, 부드러운 치즈 위에 올린 새우, 동그랗게 튀긴 아란치니가 나왔습니다. 가지 요리는 토마토의 산미와 치즈의 감칠맛이 분명했지만 지나치게 무겁지 않았고, 새우는 거의 날것에 가까울 정도로 부드럽고 단맛이 살아 있었습니다. 아란치니는 겉이 고르게 바삭하면서도 안쪽은 촉촉했습니다. 전채를 단순한 샐러드나 햄 모둠으로 때우지 않고, 조리법과 질감이 다른 작은 요리들을 차례로 배치한 점에서 이 식당의 수준이 드러납니다.
메인으로는 7월 한정 피자인 ‘Pizza di Luglio’를 골랐습니다. 노란 토마토소스에 훈제 황새치, 마늘, 트레비스라고도 부르는 라디키오, 녹색 허브 소스가 올라간 피자입니다. 붉은 토마토 피자와 달리 노란 토마토의 부드러운 단맛과 은은한 산미가 바탕을 이루고, 황새치가 훈연 향과 감칠맛을 더합니다. 여기에 라디키오의 쌉싸름함과 살사 베르데의 풀 향, 마늘의 풍미가 끼어듭니다. 재료 하나하나는 충분히 강한데도 어느 하나가 나머지를 눌러 버리지 않습니다.
도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자리는 큼직하게 부풀었고 표면에는 화덕의 검은 반점이 생겼지만, 딱딱하거나 질기지 않았습니다. 안쪽은 가볍고 부드러웠으며 가운데 부분도 지나치게 축축하거나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훈제 생선이 들어갔는데도 비리지 않았고, 노란 토마토를 사용했는데도 너무 달지 않았습니다. 짜거나 기름지게 밀어붙이는 맛도 아닙니다. 여러 맛과 재료가 제각기 자기 주장을 하는데 불협화음이 아니라, 100명의 연주자와 지휘자가 하나가 된 오케스트라처럼 느껴졌습니다. 좋은 재료를 많이 쓰는 것보다 각각의 양과 배치를 정확히 조절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피자는 조리보다 설계가 뛰어난 음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식사의 마무리는 우유 바닐라 젤라토와 그린키위 셔벗, KIMBO 에스프레소였습니다. 우유 젤라토는 진하지만 지나치게 달지 않았고, 키위 셔벗은 씨와 과육의 느낌이 살아 있어 산뜻했습니다. 둘을 번갈아 먹으면 우유의 부드러움과 키위의 산미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에스프레소는 견과류와 다크초콜릿을 떠올리게 하는 진한 향과 쓴맛이 있어, 피자와 젤라토 뒤에 남은 맛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사진과 실제로 먹은 느낌을 기준으로 보면 음식 구성과 재료, 도우 발효와 화덕 굽기 모두 이탈리아 현지의 좋은 피체리아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수준입니다.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난한 이탈리아풍 식당이 아니라, 나폴리 피자의 전통을 바탕으로 계절 재료와 현대적인 조합을 더한 피체리아에 가깝습니다. 특히 피자는 현지에서도 충분히 잘하는 집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고, 전채와 디저트까지 포함한 전체 구성도 한 방향으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가격이 아주 저렴한 식당은 아니지만, 전채를 여러 종류 준비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하며 피자와 디저트까지 정성스럽게 낸다는 점을 생각하면 납득할 만합니다. 이곳의 장점은 어느 한 메뉴가 압도적으로 화려해서가 아니라, 공간과 식기, 재료, 조리와 접객이 모두 ‘나폴리식 식사 경험’이라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나고야에서 먹은 음식 중 단순히 맛있었다는 차원을 넘어, 하나의 완성된 식사로 기억에 남을 곳이었습니다.
요약: 2015년 이탈리아 남부투어 하며 나폴리, 폼페이, 소렌토에서 먹어본 맛을 그대로 기억이서 되살리는 인생 피자집.
제가 말이 길다는 건 그만큼 맛있다는 겁니다. 나고야 가시면 꼭 가세요.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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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곽공
17:35 · 121.♡.11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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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미
→ 곽공 작성자
17:41 · 118.♡.4.66
저 요리사에게 물어보니 나폴리 분위기와 맛을 살리려고 소품까지 엄선했다고 하더군요.
- 모
모토나리
17:45 · 112.♡.155.243
가격 너무 좋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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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미
→ 모토나리 작성자
17:51 · 118.♡.4.66
사실 한끼 식사론 비싸지만, 미식으로 치면 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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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도 구운피자 같은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