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고양이 (14.♡.156.50)
2026년 7월 27일 PM 08:07
어제 오전 11시쯤부터 오후 5시까지 밥 먹는 시간 제외하고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 있었는데요.
상설 전시도 끝까지 다 못 보고(2시간으로 모자라요.), 특별 전시는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져서 다 못 찍어와서;; 교육 프로그램 후기만 올려볼까 합니다.
올리려고 해놓고 밀린 후기가 벌써 10개가 넘어가는군요.;;

이게 교재였는데요.
왜 알록달록한 걸까 궁금했는데 그 이유를 강사님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강사님은 스무살 넘어서 시각장애인이 되신 저시력자라고 하셨는데요. 명암과 약간의 형태만 구분하실 수 있다고 하셨고, 국내 시각장애인의 상당수가 저시력자라고 하셨습니다.(몇퍼센트였는지 까먹었어요.)
어두운 바탕에 밝은 글자, 색 대비가 큰 글자가 저시력자가 읽기 쉽다고 하시면서 이 교재도 저시력자를 위한 교재라고 하셨는데요. 점자도 같이 있었습니다.
점자의 반대말은 묵자라고 해요. 먹 묵(墨)자를 쓰구요.
그래서 위의 교재는 묵자와 점자가 같이 표기된 교재이고, 왼쪽 페이지의 왼쪽 아래에 점자가, 오른쪽 페이지의 오른쪽 아래에 점자가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분들의 삶을 아주 살짝 엿볼 수 있었는데요.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서 몇시 방향과 몇시 방향에 무엇이 있고, 테이블당 몇명이 앉고 이런 걸 보조 강사분께서 강사분께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시는 걸 보았고, 시각장애인분들을 안내할 때 팔꿈치를 잡으실 수 있게 해드리는 것 역시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https://damoang.net/free/6280230
예전에 올린 이 글에서 제가 할아버지의 손을 잡았던 건... 정말 너무 어설픈 거였어요.;;;
혹시 관심 있는 분은 아래 영상에서 안내법을 배워두시면 좋겠습니다.
강사님께서 본인의 소개를 하시고 나서 수강생들도 모두 자기 소개를 하도록 하셨는데요. 시력이 있을 때는 인사라고 하면 얼굴 표정도 볼 수 있고, 가벼운 목례 정도 해도 괜찮았지만 이제 보실 수 없으니 목소리를 들으며 인사를 하는 것이 시각장애인에게는 인사라고 하셨습니다.
어디에서 온 누구(별명도 괜찮았어요.)이고 오늘 기분이 어떤지 등에 대해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하셨고, 내앙인인 저는 또 이런 거 싫어하지만;; 마이크가 넘어와서 뭐 자연스럽게 참여했습니다. ㅎㅎ

상설전시 내용을 짧게 압축한 듯한 문자의 정의와 5종류의 문자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들었습니다.
문자는 세상을 기록하고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인간의 언어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1.쐐기 문자 : 기원전 3500년경 인류최초의 문자, 메소포타미아(티그리스강과 유크라테스 강 사이의 지역)에서 만들어져 회계 분야에서부터 쓰이기 시작해 문학, 행정분야로 이용이 확장되었고 진흙에 갈대로 표기했습니다.
2.이집트 문자 : 기원전 3100년경부터 쓰이고 그림처럼 생겼으며, 뜻, 소리를 함께 담은 문자입니다.
3.페니키아 문자 : 기원전 1200년, 표음 문자이고 자음체계로만 이루어져있으며, 그리스,라틴 문자로 이어져 현대 알파벳의 기초가 됩니다.
4.아랍 문자 : 6세기경부터 쓰이고, 쿠란 필사를 위해 쓰다보니 아름답게 써야했다고 하고, 예술적, 종교적 가치가 높은 문자입니다.
5.한자 : 3,300여년전부터 쓰였고, 표의문자입니다.
400여개의 문자가 있었고 현재 30여개의 문자가 사용되고 있으며 모든 문자의 공통점은 약속, 사회적 합의입니다.
문자가 어디서 어떻게 언제 쓰느냐에 따라 목적과 쓰임이 달라진다고 하구요.
시각장애인을 맹인이라고 부르는데 이 맹(盲) 자가 눈 목(目) 자와 망할 망(亡) 자가 합쳐진 것으로, 맹점 같은 말의 경우 미처 의식하지 못한 허점이나 사각지대를 나타내는 부정적인 의미로는 쓰이기 때문에 맹인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표현이 되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강사님은 시각장애인이 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점자를 읽는 속도가 여전히 느려서 시각을 잃으니 문맹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셨어요.;;


이게 감각 팔레트라는 것으로 이집트의 문자를 가져온 거라고 하는데요.
당시 생활에 맞게 괭이(농기구), 갈대 잎, 멍에 이런 게 들어가있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제의 문자 키워드는 '사랑'이었는데 '사랑'의 의미를 정하고 각자 재료를 가지고 만들고 발표하는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드는 입체적인 문자를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 그게 그리 쉽게 되진 않았습니다. 왜냐면 만들다 까먹었거든요.;;
이 교재에 쓰인 사랑은 '메르'라고 읽는데, 위에 있는 괭이가 '메', 아래에 있는 입이 '르' 라는 소리를 나타내고 사람이 입쪽으로 손을 가져가는 모양이 사랑을 뜻한다고 합니다. 음과 뜻을 같이 표시한다나봐요.


여러가지 점토와 조각도구, 끈과 꾸밈용 재료들을 각각 받았습니다. 미술 수업 맞았어요. ㅋㅋ

그리고 검정색 빈 종이에 짝과 함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논의를 한 후에(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라서요.), 스케치를 한 다음, 점토와 기타 재료로 만드는 것은 각자 했습니다.

위에 있는 것은 생명, 아래에 물결 무늬는 물, 그 옆은 밧줄인데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밧줄을 줘서 생명을 구해주는 것을 사랑이라고 제가 표현했고;;; 사실 뱀이랑 다리 이런 것도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잘 가고 만들 시간이 부족해서 복잡한 걸 할 수는 없었어요.;; 제게 사랑은 '안전'이었나봅니다.
그리고 옆에 스케치한 것은, 바구니 위에 빵을 담아서 손으로 건네는 것인데 짝이신 분께서 자녀분들 밥 차려주시는 게 사랑이라고 하셔서 저렇게 표현했습니다.
이 스케치에 맞춰서 점토를 이용해서 입체적인 문자를 만들었어야했는데 이걸 홀랑 까먹고 아주 이상하게 만들었는데... 완성품을 차마 보여드릴 수는 없겠어요. ㅋㅋㅋㅋㅋ 형편없는 미술 실력 다 드러나요. ㅋㅋㅋㅋ
시각장애인 참여자분께서 만드시다보니 '감각하는 문자'라는 이 프로그램의 의도와는 달리 시각정보에 의존하게 되어서 아쉬우셨다고 하셨는데, '다행히'!!! 옆 테이블에 앉으셨던 분들께서 점자도 지점토로 표현을 하셔서 감동을 받으셨습니다. 점자가 약간 틀리긴 했다고 하셨지만요.^^;
참, 위에 감각 팔레트 다시 보시겠어요?
앙님들께서는 '사랑'을 저 팔레트에 있는 단어들로 만들어보신다면 어떻게 만들어보실 것 같으시려나요.
어떤 분은 옷감과 빵과 집과 남성, 여성으로 표현해서 '사랑'한다고 프로포즈를 하신 분도 계셨다고 하네요.^^
암튼 독특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고, 시각장애인분을 어디선가 마주해서 안내해드려야할 일이 있다면 또박또박 큰소리로 구체적으로 알려드릴 수 있도록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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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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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셀라비
20:13 · 61.♡.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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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기고양이
→ 셀라비 작성자
20:19 · 14.♡.156.50
감사합니다. 못 보고 지나친 글인데 공연 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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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빅머니
20:30 · 175.♡.29.112
앙크 보니 이집트 갔을 때 생각나네요. 벽화 보면 파라오나 신들이 저 앙크 하나씩 들고 다닙니다.

위 사진은 왕가의 계곡 무덤에 들어갔을 때 찍은 건데, 오른쪽 아래 호루스가 앙크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메소포타미아 유적에서는 신들이 핸드백 모양의 신성한 바구니 반두두를 들고 다닙니다. 차이가 있다면 앙크와 달리 반두두는 정말 물(정확히 말하면 성수)을 담는 바구니였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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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기고양이
→ 빅머니 작성자
20:35 · 14.♡.156.50
우와... 그렇군요. 사진 감사합니다.
저도 이집트 가보고 싶네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알찬 후기에 이어, 시각장애인 단원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공연 하나 보러 가시겠습니다 ㅎㅎ(이전 작성글인데, 아기고양이님 글 보고 생각나서 올립니다~)
https://damoang.net/free/6635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