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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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낮은언덕 115.♡.82.124
작성일 2024.10.0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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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이사를 한다
나도 모르는 이사를 하고
싼 적 없는 이삿짐을 푼다

언제부턴가 그리 되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의 이사
명치께에서 명치 끝으로의 이사
생각에서 생각으로의 이사
이상하게 그때는 항상 가을이었다

그 가을이었다
낯선 곳에다 짐을 내려놓고는
잠깐 자려고 눈을 붙였다가 떴는데
창문 바깥 해바라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어서 놀랐다

벌써 저녁이 넘어가고 있었다
우연히 마주친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해바라기가 잠든 나를 불쌍하다는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거나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찾기 위해 일어나 앉아서는
조금 걸어야 한다고 마음으로만 생각했다

해는 없고 해바라기만 떠 있었다
마음에 파고들어와 아프게 드나드는 그 감정이 하도 쓰르르해서
나는 나를 건드려 발기시켰다


―이병률 시집,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문학동네, 2020)
댓글 4 / 1 페이지

달콤한딸기쨈님의 댓글

작성자 달콤한딸기쨈 (115.♡.195.188)
작성일 10.06 11:38
사진 좋네요. 배경화면으로 쓰겠습니다.

낮은언덕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낮은언덕 (115.♡.82.124)
작성일 10.06 11:54
@달콤한딸기쨈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adfontes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adfontes (203.♡.187.251)
작성일 10.08 07:42
사진이 화보집의 한 장면 같습니다.

MementoMori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MementoMori (220.♡.194.114)
작성일 10.08 08:01
사진 보러 와서 시(poem) 보고 갑니다.
물론 사진도 좋구요.

Feel so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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