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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트래킹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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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작성일 2025.04.03 11:33
분류 산행후기
233 조회
5 추천

본문

“Spring cannot be cancelled.”

코로나로 전세계가 멈췄을 때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그 시기를 보내던 노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아이패드로 수선화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에 위의 제목을 붙였다고 합니다.

때로는, 아니 아주 자주, 우리가 원하는 그 무엇은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오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원하지 않은 것들이 그냥 밀물처럼 밀려들어오기도 하죠.

그때마다 우리는 불안, 좌절, 분노를 경험합니다.

지난 12월 이후 많은 분들이 그러했듯이 불안과 분노가 저의 무의식속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데이비드 호크니가 말했던 “Spring cannot be cancelled.”를 생각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일은 단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시기에 오지 않을 뿐, 언젠가는 어김없이 오기 마련이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아이패드로 그린 수선화>


오래전에 거문도 여행을 예약해두고 있었습니다.

여수항에서 배를 타고 2시간을 더 가야 하는 남해의 섬.

불법 점령한 영국에 의해 Port Hamilton이라 불리던 곳, 여러 역사적 질곡의 시기의 주인공으로 TV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던 곳이죠.

여러 어수선한 시기에, 광장에 나가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있었지만 일상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변명을 갖고 오랫동안 희망했던 거문도로 나섰습니다.


거문도는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거문도라고 불리기도 하는 고도, 서도 그리고 동도.

지금은 고도와 서도에 다리가 놓여있고 서도와 동도가 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객터미널과 숙박시설, 음식점 등 여행객들의 편의시설은 대부분 고도에 있죠.

그리고 그 옛날 영국해군도 바로 이 고도에 자리잡고 진지를 구축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고도에는 그 당시 거문도에서 사망한 영국군들의 무덤이 있습니다.


서도의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이 이번 여행의 주요 목적이었습니다.

불탄봉 - 신선바위 - 거문도 등대.

약 12KM에 이르는 거리인데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절경들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게다가 한 창 제멋을 보여주는 동백꽃과 동백터널들이 걷는 재미를 더욱 배가시켜줍니다.


그리고 이번 트래킹 길의 백미 신선바위.

바다 옆에 우뚝 서있는 이 바위는 아름다운 풍경의 백미입니다.




다시 등대로 향합니다.

1905년 일본에 의해 남해안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등대라고 합니다.

약 42km까지 빛을 내보냈다고 하는데 지금은 2006년 새로 지어진 늘씬한 새 등대가 그 역할을 대신 하고 있습니다.

<1905년에 지어진 옛등대>


<새로운 등대>


다음날 일출을 보러 일출포인트인 등대로 다시 갑니다.

알고 보니 그 시간 등대는 개방되지 않습니다.

죄송하지만 문이 잠겨있지 않아 살포시 몰래 들어가 일출을 보고나왔습니다.

다음부터는 이러지 않을께요...

<멀리 백도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


그리고 백도 관광을 나섭니다.

거문도에서 약 28km떨어진 섬으로 서도에 위치한 선착장에서 약 1시간 정도 배를 타고 갔습니다.

바다 한가운데 저렇게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참 경이롭습니다.

화산활동도 아닌 듯 하고, 원래 육지였다가 해빙기에 바다가 되면서 쏫아오른 것인가라며 온갖 억측을 해봅니다.

영화 <밀수>의 촬영지였다고 합니다.

혹자는 홍도만큼 멋지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직 홍도를 가보지 않아서 비교를 가늠하지는 못하겠어요.

그래도 파란 바다와 하늘 그리고 바위가 연출하는 장면은 참 일품이었습니다.



<영화 밀수의 촬영지였던 백도>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한껏 취한 날들이었습니다.

갈 때는 다소 무거운 마음이었지만, 돌아오니 헌법재판소 선고 기일이 확정되어 한결 마음이 편하기도 합니다.

봄은 취소되지 않습니다, 다소 늦어질 뿐.

모두들 늦게 온 봄 날을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P.S 제주 4.3 희생자분들을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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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바날동크님의 댓글

작성자 바날동크
작성일 04.07 22:56
와... 멋지네요... 신선 바위도 좋고...
잘 봤습니다.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작성일 04.08 09:15
@바날동크님에게 답글 네, 참 멋진 섬들이었어요.
우리나라 방방곳곳 좋은 곳이 정말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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