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손’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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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이랑 아무상관없는 사람이라 볼까말까 고민하다가 평도 좋은 편이고 이전에 ‘딸에 대하여’ 그렇고 요즘 생갹하는게 혈연 중심의 가족 비판과 해체,, 그리고 그 가족을 대체할 공동체에 대한 거라서 과연 남성중심의 K-가족 공동체를 어떻게 그렸는지 궁금해서 봤습니다
생각보다 관객수가 꽤 있었고, 할버지로 보이는 분들도 눈에 띄어서 ‘장손’이라는 제목이 어르신들에게 임팩트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ㅜ
영화는 제사와 장례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가족이야기인데, 디테일들이 우리 현실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소소한 영화적 재미가 있더라구요.. 부의금 정리하는 모습, 곡하는데 피식 웃는 외손녀 모습,,제사상 준비하는 모습 등등
하지만 겉으로는 할아버지-아버지-손자로 내려오는 전형적인 가부장제 가족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 가족을 지탱하고 유지하는 것은 할머니와 며느리 그리고 딸들의 노동이더라구요ㅠㅠ 이건 대부분 가정의 실제 모습이지요,, 그래서 가족의 중심이던 할머니가 돌아가시니 가족들의 갈등이 드러나게 되구요,,
생각보다 가족주의 비판이 노골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감독은 혈연인자와 아닌자, 함께 사는 자와 떠나서 자는 자들을 골고루 배치하여 다양한 구성원과 그들의 가족내에서 포지션을 보여주는거 같아요,, 한국 가족의 민낯과 작동방식이 보인다고 해야하나???
감독은 영화 끝부분에 가부장에 계급 맨 위에 있는 할아버지에 대해 연민에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데,, 저는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ㅜㅜ 한국전쟁과 근대화를 거친 부모세대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는지 그 시대를 살아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건 맞지만 그것이 남성으로 대변되는 할아버지 - 아버지만의 서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거 같고,,
감독이 GV에서 300년 동안 해야할 삶의 경험들을 30년 만에 살아낸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라고 했는데 이 부분엔 저도 동의가 되긴 하더라구요..
무튼 마지막에 할아버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다음 세대를 살아낼 손자에겐 또 다른 삶이 펼쳐지겠지요..
근데 원래 유전자는 엄마의 유전자가 훨 많이 전해진다는 데 왜 가모장제가 아니라 가부장제인건지;;;;
ellago님의 댓글
그런 궂은일을 도맡아서 책임지던 사람이 없어지면 가족이든 조직이든 와해되는건 너무 당연하겠죠.
평이 워낙 좋아서 저도 봐볼까 고민하는 영화인데, 요즘 멤버십 포인트 달성하고 났더니 극장가기가 귀찮아져서 고민이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