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앙 커뮤니티 운영 규칙을 확인하세요.
X

희조일사 - 이경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아이셰도우
작성일 2025.03.06 13:22
분류 독후감
114 조회
1 추천

본문


희조일사(熙朝軼事)는 조선 후기 중인 출신의 문인이던 이경민(李慶民, 1814~1883)이 쓴 책입니다.

역관 출신 중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중인들의 문학세계였던 위항문학(委巷文學)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고, 그는 그러한 위항문학계의 여러 글들을 비롯한 많은 문헌들에서 자신과 비슷한 중인 혹은 더 낮은 계층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고, 그것이 이 희조일사입니다.


이경민이 활약하던 19세기를 비롯해서 숙종과 현종, 영정조 시대인 18세기는 양반들이 몰락해 가는 가운데 사회,경제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중인들이 문학을 통해서 양반이 독점하던 상류 문화를 공유하면서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제고하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부터 '골목길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위항인(委巷人))'들의 문학인 위항문학(※주의: 위/항문/학 이 아닙니다. 위항/문학입니다.)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경민이라는 사람이 중인 이하, 심지어 노비들의 이야기까지 모아서 책을 낸 것이 바로 이 희조(위대한 우리나라의)일사(숨겨진 이야기들)입니다.


이 희조일사는 중인, 평민, 심지어 노비들과 과부와 기생 등의 여인들까지, 주로 하층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했음에도 훈민정음이 아닌 한자로 기록되었고, 그 선정 기준도 유교적 관념인 효와 충을 중심으로 하는 남다른 행실과 탁월한 재주와 기예를 가진 자, 절의를 가진 사람들을 수록했습니다. 이는 그 당시의 양반층이 몰락해 가고 중인들을 비롯한 하층민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하기 시작한 시대 변화를 따라, 기존의 사회 질서와 유교적 사회 또한 양반들만이 유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중인들과 하층민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서, 기존의 체제를 뒤엎고 완전히 새로운 변혁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유교적 사회 발전과 체제 유지에 중인들과 하층민들도 얼마든지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었습니다.


희조일서에는 모두 85명의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우리가 많이 들어본 이름은 딱 두명, 안용복과 김홍도입니다. 그 외에는 정말 듣도보도못한 중인들, 혹은 평민들, 심지어 노비들과 기생까지 등장을 하는데(심지어 여인들은 오씨 며느리, 안협의 효부, 김학성의 어머니 식으로 이름도 없습니다), 부모님을 어릴 때부터 남다르게 극진히 모신 효자 효녀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혹은 역적들의 난이 일어났을 때 맞서 싸웠거나 기지를 발휘해서 작은 공을 세운 사람들, 서예와 문장, 그림에 뛰어난 사람들, 의술과 기예에 뛰어났던 사람들, 그리고 효녀와 열녀들의 이야기가 열전식으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길거리의 이야기들을 모은 책, 즉, 야사집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돌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버리는 작은 이야기들이기에 누가 교차검증해 줄 수도 없고,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는 1차 문집들도 상당수가 현재까지 전해오지 않고 소실된 것들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던 밑바닥 사람들, 절대 주류가 되지 못했지만 조선이라는 국가의 바닥을 지탱해 온 이름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놓은 책이 있다는 것, 그것도 현대가 아닌 조선 당대의 사람이 기록을 했다는 것만 해도 충분히 조선시대 하층민들의 생활상과 시대의 변화에 따른 그들의 변화도 작게나마 읽을 수 있고,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사의 마이너리티들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1추천인 목록보기
댓글 0
홈으로 전체메뉴 마이메뉴 새글/새댓글
전체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