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그후의 삶 - 그래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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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나 어른들이 들려주었던 옛날 이야기는 늘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해피엔딩을 담은 픽션을 접하게 되는게 줄어드는데요. 아마도 우리네 삶 자체가 그런 동화적인 행복한 결말과는 꽤 거리가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 선생님의 이 번 책은 바로 그런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들을 가장 담담하게 적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1, 2차 세계 대전을 겪은 아프리카 식민지 태생의 인물들의 삶이 건조하지만,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간혹 수기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책내에서는 식민지인으로서의 아프리칸들이 겪는 경험과 그에 따른 모순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작품내 인물들의 삶은 꽤 험난하지만 각자 다른 길로 가는 것 같습니다.
주요 등장 인물들인 함자와 아피야는 각각 식민지 지배자인 서구 열강 세력(독일)과 아프리카내의 전통들의 수혜와 함께 위협을 받은 인물들로 그려집니다. 앞선 기술을 가진 독일인들의 배려를 운좋게 경험하게 된 함자는 그들의 군대에 입대해 전장에 참가할 정도로 열정을 보이지만, 곧 인종을 기반으로 한 착취와 차별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피야 역시 전통적인 교우에 의해 삶을 구원받기는 하지만, 또 그 전통에 의해 여자라는 굴레를 지속적으로 느껴야 하는 위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대로 그들은 그 후에도 삶을 지속시켜 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결합으로 새로운 행복이 시작되는가 싶었지만, 다시 그들의 아들이 겪는 정신적인 고통에 가족은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합니다.
이렇듯 우리가 사는 삶이라는 건 동화속 결말과 달리, 항상 지속되고 씁쓸한 결과들이 도처에 놓인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살아갑니다.
작가인 압둘라자크 구르나 선생님의 처지 역시 망명인과 주변인으로써 외로움 숙명을 가졌더라도,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발표하는 건 아마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