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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R.U.R - 시대에 따라 재해석되는 고전 명작
레드엔젤

Lv.1 레드엔젤 (118.♡.112.3)

2026년 5월 13일 PM 05:38

조회 272 공감 0

어떤 작품들은 시대 상황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하게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당 작품이 나올 시점의 작가가 보는 시대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거나 변경되면서 이후 시간대의 감상자들이 접하는 세상의 시각으로 치환된다고 할까요?

이 작품이 아마도 그런 경우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로봇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으며, 현재는 그러한 로봇에 의한 봉기 혹은 인간에 대한 위협을 느끼게 만들만한 작품입니다.

본래 집필 당시에 묘사된 로봇은 금속같은 무기물적인 몸체를 두른 현재의 로봇 형태가 아니라, 인간 형상을 한 일종의 레프리컨트 혹은 신체 결함이 있는 인조 인간(생명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0세기 말 터미네이터로 대표된 강력한 금속 신체를 기반으로 한 기계 존재에 대한 두려움에 직접적인 영감과 영향을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희곡인 원작을 텍스트로 읽기에 부담스러운 저같은 사람에게 이런 그래픽 노블 버전은 꽤 큰 도움이 됩니다. 은유가 많을 텍스트의 밀림을 그림이라는 벌목도로 헤치면서 가는 느낌이랄까요. 그래픽 노블, 만화는 이런 면에서 정말 놀라운 텍스트 표현 장르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품에 대한 해석은 고전적으로는 로봇이라고 은유되는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과 권력자들의 착취와 그에 대한 민중 봉기를 중심으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이제 우리의 노동을 대체할 위협적인 존재로서 해석할 수도 있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작품내에서 로봇 사장인 도민은 인간의 노동 해방을 위해 로봇 공장을 지었다고 주장합니다. 지금의 테크 자본가들과 정말 똑같은 말이지요. 그런데, 우리들 상당수는 그 로봇 혹은 AI에 의해 노동권을 빼앗길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원작자인 카렐 차펙 선생님이 지금의 미래를 보신건 아니겠지만, 당시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가들의 시선이 현재와도 그리 다를바 없다는 건 참 놀라우면서도 씁쓸한 모습입니다.

작중 등장하는 인물들은 인간도 로봇도 모두 완벽한 존재는 아닙니다. 로봇도 인간과 같은 존재로 받아 들이고 싶어하는 헬렌은 현실 감각이 둔하게 묘사되거나, 그의 남편인 도민 역시 인간의 노동 해방을 주장하지만, 그 역시 다가올 파국에 대한 예상은 전혀 하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마침내 인간을 몰아낸 로봇들 역시 자신들의 영속성을 위한 새로운 개체(인간으로 치면 출산에 따른 세대 영속) 생산을 바라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간보다 노동에 특화된 우수한 종족이지만, 인간과 같은 번성은 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모습입니다.

마지막에 두 로봇이 인간과 같은 길을 간다는 건 지나치게 낙관적이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처럼 출산을 하게 된다거나 결국 감정을 가진다는 건, 이후 등장하는 인공지능 로봇물에서 나온 진부한 클리셰같은 결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내의 로봇도 생명과 영혼을 가진 존재라고 본다면 새로운 진화적인 면에서 혹은 생명의 경이(알퀴스트가 작품 마지막에 찬가처럼 말한 것처럼)로움이라는 측면에서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인 것 같습니다.

유명 고전중 하나인 R.U.R을 읽고 싶은데 부담감때문에 고민이시라면, 이 그래픽 노블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댓글 (2)

  • 비오는날 Lv.1

    05.13 · 1.♡.229.179

    도서관에서 둘러보다가 화려한 그래픽과 커다란 크기에 끌려서 보게 된 책이군요. 무심결에 다 읽고서 이것저것 찾아봤던 기억이 납니다. 저두 결말이 좀 진부하긴 했지만 원작이 나온 때를 생각하면 참 대단한 거 같아요. 저두 강추합니다.

  • 레드엔젤

    레드엔젤 Lv.1 → 비오는날 작성자

    05.13 · 118.♡.112.3

    원작 시연(연극이니) 시점에서 보면 참 앞서갔던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비오느날'님처럼 앞도적인 크기(?)에 이 책을 사게 되었는데, 같은 이유라서 왠지 동질감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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