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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채식주의자》 — 답답함을 폭발시킨 사람에 대한 이야기
T

Lv.1 ThinkLab (211.♡.181.5)

2026년 5월 28일 PM 05:57

조회 257 공감 0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어 독후감을 쓰다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여 독후감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나 바쁘다는 핑계로 읽지 못했던 채식주의자에 대한 독후감입니다.

The Vegetarian 은 총 세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소설입니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 불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 영혜의 시점이 아니라, 그녀 주변 인물들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입니다. 남편, 형부, 언니의 관점을 통해 영혜라는 인물을 바라보게 만듭니다. 마치 영혜는 끝까지 타인에게 “해석당하는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이 소설을 끝까지 읽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특히 두 번째 챕터인 「몽고반점」에서는 읽다 멈추기를 반복했습니다. 읽기가 싫을 정도로 불쾌하고 불편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작가가 굳이 이렇게까지 묘사해야 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첫 번째 챕터를 읽을 때만 해도 주인공의 답답함에 공감하며, “역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답다”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챕터에 들어서자 그 기대감은 어느 순간 고통으로 바뀌었습니다.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바로 그 고통스러운 감정 자체가 작가의 의도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독자를 편안하게 두지 않고 불편함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 그리고 세 번째 챕터를 읽으며 어느 정도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챕터에서 느꼈던 불쾌함과 혼란이 마지막 챕터에서 천천히 가라앉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안도감마저 들었습니다.

이렇게 독자로 하여금 감정의 기복을 직접 경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한강이라는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는 내내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영혜에게 공감하는 걸까?”

정확히 무엇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맞아, 정말 답답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해한 이 소설의 핵심은 단순히 ‘채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회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정상성(normality)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별 시답잖은 이유로 원칙 아닌 원칙을 강요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 다 그런 거야”, “사회생활은 원래 그래”, “남자는 이래야 해”, “여자는 저래야 해” 같은 말들입니다. 문제는 그 기준들이 논리적으로 설명되기보다, 그저 당연하다는 이유만으로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런 순간들에 종종 답답함을 느껴왔습니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려는 사람에게 오히려 “너도 그냥 따라”라고 말하는 분위기 말입니다. 영혜의 답답함에 공감했던 것도 어쩌면 그런 경험들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대학교 시절 있었던 일도 떠올랐습니다. 저는 원래 과식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한 여자 동기가 제게 “남자가 왜 그렇게 입이 짧아?”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도 너무 자연스럽게 “남자는 이래야 한다”라는 말을 내뱉는 모습이 당시에도 놀라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더 놀랍습니다. 심지어 그런 사람이 동시에 여성의 평등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묘한 모순감마저 느껴집니다.

사실 이런 고리타분함은 사회 곳곳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순간 분위기가 불편해지고, 괜히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많은 경우 그냥 참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영혜는 그 답답함을 폭발시킵니다. 그리고 결국 사회로부터 “매장”됩니다.

저 역시 때로는 폭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비논리적인 강요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바탕 쏟아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는 작가에게 묘한 해방감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영혜의 모든 행동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두 번째 챕터는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저 역시 어느 정도는 사회의 규범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고, 적당히 고리타분한 면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제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강렬하게 남는 이유는, 제가 어렴풋이 느껴왔지만 명확히 표현하지 못했던 답답함을 작품이 대신 드러내주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읽은 글 중에 “예술 작품은 감상자에 의해 재창조된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작품은 작가 혼자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아마 소설을 읽으며 강하게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막연히 느껴왔던 감정이나 생각들을 누군가가 언어로 구현해냈을 때, 우리는 거기서 일종의 해방감과 쾌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생각이 존중받고, 단순한 관습과 강요가 당연시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거창한 바람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물론 극단적인 상대주의까지 받아들이자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최소한 “왜?”라는 질문을 던질 자유 정도는 있는 사회였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채식주의자》는 제게 단순히 불편한 소설이 아니라, 오래 묵혀두었던 답답함을 다시 꺼내 생각하게 만든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댓글 (4)

  • 레드엔젤

    레드엔젤 Lv.1

    05.28 · 125.♡.150.4

    독후감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정말 고통스러운 작품이라는데 공감합니다. 자유로운 발산을 할 수 있는 주인공과 그렇지 못한 우리의 처지를 비교하게 되어서 그 고통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T

    ThinkLab Lv.1 → 레드엔젤 작성자

    05.30 · 211.♡.181.5

    독자에게도 고통이라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큰 고통속에서 글을 썼을지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손목이 아팠다라는 말조차 글을 써내려가는데 엄청난 고통의 과정이었다는 것으로 보일정도였습니다.

  • Ganggadin

    Ganggadin Lv.1

    05.29 · 211.♡.203.234

    채식주의자는 아직 안읽었는데 어떤 책인지 알 듯 합니다. 한강 작가 책 2권 읽고 더 이상 잡기가 어렵더군요. 과도한 디테일에 나의 이해력을 넘어가는 이야기 구조속에 헤메이다 끝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좋은 독후감 감사합니다.

  • T

    ThinkLab Lv.1 → Ganggadin 작성자

    05.30 · 211.♡.181.5

    독서라는 행위도 어찌보면 휴식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데 굳이 불편한 감정을 경험하고 싶지 않을수도 있겠다라는 점에서 공감합니다. 한편 달콤한 디저트를 먹다가도 쓴 커피가 당기기도 하는것처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것도 독서의 즐거움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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