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키메라의 땅》 독후감 - 인간은 진보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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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19일 PM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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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묘한 기시감이 듭니다. 언젠가 한 번쯤 상상해봤던 것들을 작가가 대신 글로 풀어놓은 듯한 느낌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는 일은 늘 즐겁습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상상을 보여줄까?'라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다만 이번에 읽은 《키메라의 땅》은 이전에 읽었던 《신》에 비해서는 상상력의 힘이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소재 자체는 여전히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소설은 주인공 알리스가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인간과 동물의 혼종인 '키메라'를 만들어내면서 벌어지는 상상의 역사를 그립니다. 얼핏 보면 과학의 발전과 생명윤리의 갈등을 다룬 SF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단순히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소설은 '진보', '발전', '개선'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인간의 끊임없는 시도와,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하나의 실험처럼 느껴졌습니다.

인간은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은 자신의 욕망으로 질서를 무너뜨리고, 그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새로운 희망과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생각해보면 인간의 역사는 이러한 반복의 연속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이 제게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인간은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원적인 욕망에 갇혀 결국 같은 역사를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우리는 진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일까?

인간은 자신의 본성과 욕망으로부터 발생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 사회제도와 규범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깊은 내면에 뿌리내린 욕망은 방심한 순간 언제든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결국 제도는 발전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인간은 과연 진정한 의미의 진보를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분명했습니다.

흥미로운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했음에도 그 소재를 끝까지 깊이 있게 탐구하지는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가 거대한 질문을 던져놓고도 정작 그 질문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한 듯했습니다. 읽는 내내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다가 중간에 멈춘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설이 다루는 주제에 비해 사유의 깊이는 다소 얕게 느껴졌고, 일부 전개는 조금 유치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키메라의 땅》은 인간의 진보와 욕망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소재는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그 흥미로운 문제 제기에 비해 깊이와 마무리가 충분히 따라오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과연 진정한 진보를 이룰 수 있는가'라는 질문만큼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머릿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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