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전쟁(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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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가시성 투쟁
단행본 출판사들의 오랜 기간 고민 아닌 고민은 책의 발견성이었습니다. 아무리 넓은 도서관이나 서점이라고 해도,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책을 담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출판물이 쏟아지는 시기라면 더욱더 개별 출판사들이 만든 책들의 가시성이 점점 희미해져 갈 것입니다.
초기에 아마존을 비롯해서 인터넷 서점이 등장했을때 일부 출판사들은 이런 물리적인 한계에 따른 가시성 문제가 해결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전자책과 그 밖의 디지털 콘텐츠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출판사들이 이상적으로 그렸던 온라인 서점에서의 가시성은 형체 조차 찾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더불어서 이러한 수 많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오프라인 서점으로부터 유통의 주도권을 빼앗은 온라인 서점들은 책의 발견성에 대한 통제력을 점점 키워 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아마존으로 대표되고 있지만, 한국 역시 이러한 온라인 서점의 지배력에 대한 출판사의 우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 장에서는 그러한 온라인 속에서의 가시성(저는 이후로 책의 발견성이라고 하겠습니다.)을 둘러싼 신경전과 치졸한(?) 싸움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세계에서의 가시성
이 절은 기존에도 있었고 현재까지 진행형인 오프라인 서점의 진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프라인 서점에서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위치. 소위 매대라고 불리우는 곳에 올라가는 책은 그 가치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매대 위에 오른 책들은 영업자들간의 치열한 경쟁(주로 돈)의 결과입니다.
이 경쟁에서 밀린 소위 자금력이 적은 작은 출판사나 인지도 낮은 저자의 책들은 서가라고 불리우는 책등만 보이는 책장에 꽂힌채 하염없이 자신을 찾을 독자들을 기다리는 신세가 됩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더욱 더 한정된 이 목좋은 자리를 차자하기 위한 경쟁이 이제까지 출판사 영업자들의 임무였습니다. 우리는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만, 이러한 돈에 의한 의도적인 발견성은 꽤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도서 판매 데이터를 봐도 서가에 꽂힌 책들보다는 매대에 놓였던 책들이 매출이 월등하니까요.
그러니, 출판사와 그에 속한 영업자들은 매대를 위해 얼마를 집행할지를 두고 오늘도 고민중입니다. 하지만, 온라인 서점이 들어서면서 고민 거리는 들어나면서도 한 층 더 복잡해졌습니다.
매개되는 가시성의 탈바꿈
오늘날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영미권 역시 책의 홍보를 위해 온라인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진행했던 것과 별다른 바 없는 방향성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SNS가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의 떠오르면서 출판사들은 영향력이 있는 소위 ‘인플루언서’에게 돈을 주기 위해 줄을 섭니다. 문제는 이러한 마케팅 집행에 대한 성과 측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저, 영향력 있는 셀럽이 책을 언급함으로써 책이 이전 보다 많이 팔렸을 것이다라고 보는게 (거칠게 말하면) 현재 상당수 출판사들의 온라인 마케팅 관점일 것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책을 소개해 줬던 전통적인 기존 언론 매체들의 침체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이전까지 오프라인 서점의 매대와 더불어 단행본 도서를 소개하는 가장 미디어는 신문과 방송이었습니다. 이러한 미디어를 통해서 신간 소식과 구간 중 다시 재발견할 만한 것들이 대중적인 독자들에게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이러한 매체들은 급격하게 힘을 잃어 갑니다.
대신 유튜브나 트위터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그 자리를 대체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영업자/마케팅 담당자들의 눈길이 SNS로 향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절에서 강조하는 것은 SNS의 일방적인 승리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이러한 인플루언서들이 만들어 낸 소위 입소문의 아키텍처와 그 과정에 대해서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플루언서라도 그 채널 하나 만으로 책의 발견성에 도움을 주거나 향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의 채널이 상호 작용하며 지속적으로 출간된 도서에 대한 언급을 하는게 핵심이라고 이 절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앞서 말씀드린대로 온라인 시대가 된 이 시기에 영업자/마케터들의 고민은 매우 깊고 복잡해 지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의 승리
이 절에서는 승리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과연 이것을 승리라고 불러야 할지 개인적으로는 좀 회의적입니다. 온라인 거래가 시작되면서, 책을 포함해 각각의 상품들은 많은 메타 데이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가격이나 중량, 크기, 성분등의 실체적 기입 자료외에도, 해당 제품을 구입한 독자들의 연령과 성별, 지역, 구매 시간등의 지표까지 붙어 있는게 현재 온라인 상품들입니다.
이러한 데이터들은 처음에는 일시적으로 필요에 따라 붙여졌지만, 이후로 필요에 따라 점점 체계화 되고 거대화 되어 갑니다. 이른바 빅데이터라고 불리우는 메타 데이터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한 마케팅 기법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하고, 이를 자동화 한 이른바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 마케팅이 모든 상품에 진행되고 있는게 현재입니다.
책 시장 역시 이러한 알고리즘에 의해, 특정 책을 구입한 독자는 지속적으로 알람이나 메일, SNS, 추적 광고등으로 비슷한 도서를 추천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편리해 보일지 모릅니다. 이른바 취향의 개인화를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좁혀진 취향에 의한 추천은 독자의 독서 경험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릴러 소설을 주로 산 독자들에게는 다른 장르의 소설이나 카테고리 도서들을 접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과거 오프라인 서점 시절에 독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목적의 책 외에도 전혀 고려하지 못했던 도서들을 만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습니다.(그것이 비록 앞서 언급한 돈을 주고 산 매대에 비치된 여러 도서들이라고 할지라도)
그러나, 알고리즘 추천 시대에서는 더 이상 취향의 다양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원천 봉쇄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출판사 입장에서 주로 쓰기 때문에 이로 인한 출판사들의 수익 감소, 아마존 등의 온라인 서점에 의한 독점 우려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 정말 심각하게 보는 건 알고리즘 추천에 의한 소비자들의 진정한 선택권 박탈입니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추천하지 않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이에 대한 관심이나 호기심, 의문을 제기할 기회마저 잃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알고리즘의 폐해를 이렇게 비유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동글속에서 빛나는 작은 후레쉬 랜턴에 의지해서 전진하고 있다. 빛이 닿지 않는 곳은 독자가 전혀 알 수 없는 영역이다. 더 심각한 건 그 랜턴을 방향을 결정하는 건 독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심지어 그 랜턴의 스위치 조작권 마저 독자에게는 없다.”
독자에게 다가가기
이 책에 따르면 아마존의 종이책 시장 점유율은 40%(전자책은 60~70%)입니다. 과거 오프라인 서점의 전성기 시절 반즈앤 노블이 25%를 차지했던 것에 거의 두 배 가까운 수치입니다. 그만큼 시장 영향력이 크고, 그에 따라 출판사들의 두려움은 이해할만 합니다.
아마존뿐만 아니라 실상 서점들은 출판사들이 가지지 못한 독자들과의 접점을 과거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출판사의 책은 서점이 매입해서 독자에게 판매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출판사는 자신들의 책을 읽는 독자들에 대해서는 거의 알수 없습니다.
중간에 위치한 온오프라인 서점들이 독자인 고객들과의 접점이 더 높다는 게 현재 출판사들이 직면한 총체적인 어려움입니다. 더욱이 아마존처럼 정교하게 다듬어진 수 많은 고객 정보들은 출판사에게 판매를 위한 이런 저런 간섭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파악한 출판사들 역시 대책을 강구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메일링 리스트를 수집한다거나, 출판사에서 독자에게 직접 판매를 한다거나, 출판사 연합적인 도서 소개 페이지를 만든다거나.
아직은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서점에 비해 큰 성과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들 속에서도 작은 성과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역시 독서 진흥을 위해 이러한 출판사들간의 연합적인 성격의 사이트가 필요치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한 리더십을 누가 발휘할지가 문제겠지만 말이지요.
문학계의 스위스, 그로브 출판사
스위는 과거 중립국으로서 1, 2차 세계 대전에 휘말리지 않고 꿋꿋히 버텼습니다. 아무리 전쟁중이라도 중립국으로서의 독립성을 보장 받으면서도 대립하는 국가들간의 중간 버퍼로써 역할을 해 왔습니다.
앞서 언급한 도서 소개 페이지중 하나인 리터러리 허브는 바로 이러한 출판사간의 중립적이면서도 연합적인 방안을 구상하는 걸 목표로 출범했습니다.
설립자이자 대표는 그로브 애틀란틱 출판사의 모건 엔트레킨으로, 이 출판사와 그가 문학계의 스위스가 된 이유는 참 절묘합니다. 그의 출판사는 5대 글로벌 출판사 정도의 크기는 아니지만, 작은 출판사들보다는 웹페이지를 운용할 정도의 자금력은 갖춘 중견 규모였습니다. 그렇기에 대형 출판사들간의 불화나 입김, 작은 독립 출판사들의 리더십 부재등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책의 발견성을 위한 사이트를 만든다면, 이를 맡는 출판사 대표 혹은 관련 회사 대표의 역할과 위치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출판계의 발견성 노력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여전히 아마존에 비해 미비한 점은 있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을 가진다면 앞으로 무시못할 규모로 성장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할인을 통한 가시성 확보
책의 발견성을 위해 과거에 많이 사용했던 방법중 하나는 할인입니다. 본래 가격인 정가에 비해 파격적으로 할인된 판매가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입니다.
전자책 업계에서 이러한 할인 정책은 꽤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서도 그랬지만(이전에 언급했던 킨들 판이 매 권 3달라의 손해를 파는 등), 현재까지도 전자책 시장에서 할인은 가장 강력한 발견성 확보 방법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출혈 할인이 수익성이라는 벽에 붙이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전자책 시장의 성장이 둔화된 시점에서는 더욱 더 심각한 문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절에서는 해당 마케팅을 해 온 북버브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성과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이 절의 마지막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할인에 의한 발견성(일시적인 판매량 증가)이 잘 작동되는 전자책 분야는 자가출판 도서, 로맨스 소설 분야였습니다. 그러나, 기존 종이책 기반의 단행본으로 만들어진 전자책이나 그 밖의 아동 도서, 그림이 많은 도서들(아마도 컴퓨터 관련 서적도 포함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그림이 많다라고 적었지만, 그 말은 도서의 복잡한 편집 레이아웃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대부분의 컴퓨터 서적은 복잡한 레이아웃을 동반합니다.)은 이 혜택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양상은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보입니다. BL과 로맨스, 게임 판타지 소설로 대표되는 웹소설 장르들은 가격에 매우 민감한 독자들이 주축입니다. 그렇기에 ‘기다리면 무료’나 회차에 따른 과금 체계가 잘 작동되는 플랫폼 내에서는 문제가 없습니다.
반면에 이러한 플랫폼 상에서 일반 단행본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건 바로 이러한 주 이용 독자들의 성향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상대하는 독자들이 누구인지 제대로 페르소나를 그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가시성
이 장을 통해서 인터넷 시대에 책의 발견성의 주요 채널변화를 알아 봤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출판사들이 통탄할 지점들(이 시대에 중요한 고객 데이터 확보와 알고리즘 개발을 포함한 정보 가공.)에 대해서도 살펴 봤습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 시대인 지금 출판사들은 확실히 몰려 있는 입장입니다. 책에서는 약자라는 평가를 하는데, 저는 그런 우군적인 말보다는 수세적이다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기존 출판사가 구간이라는 시간 축적형 자원을 토대로 사업을 유리하게 벌인 것이 20세기입니다. 이제 다가온 21세기에서는 또 다른 시간 축적형 자원인 고객 데이터가 책을 발견케하고 판매로 이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출판사는 이 자원 축적에 일단 실패했으며, 이를 냉정하고 받아 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진정한 고객인 독자들과의 접점을 만들어 나가는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인 가시성 투쟁에서 출판사들은 1차적인 패배를 맞이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