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낙원 - 소년이 꿈꾸던 낙원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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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레드엔젤 118.♡.112.3
작성일 2024.07.3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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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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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자크 구르나 선생님 책중 두 번째로 읽게 되는 소설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노예로 팔려 온 한 소년의 성장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안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설정이나 메타포는 많은 의미와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읽는 내내 개인적으로 놀란 건 저 스스로가 아프리카라는 곳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너무 많은 것들을 모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프라카(동아프리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검은 피부의 아프리칸만 사는 곳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아랍인과 인도인, 그 밖에 아시안들이 교역을 통해 나름대로 정착을 해 온 곳입니다. 그렇기에 문명화된 종교(이슬람) 역시 존재하며, 이에 따른 사회 교범들 역시 오랜 전통과 공고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 소년 유수프의 설정은 꽤 독특한데요. 어디서 많이 들었나 싶었더니 역시나! 성경 이야기 속의 그 꿈 속 예전자인 요셉과 동일한 인물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사실, 이슬람교와 기독교는 믿는 신 자체를 동일한데, 교리와 지역적 차이에 의해 서로 배척하게 된 경우이지요. 그 때문에 두 종교에 등장하는 여러 성인들이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요셉이라는 이름에서 따 왔듯이 유수프는 자신의 아버지의 빚 담보로, 상인인 아지즈에게 팔려온 소년입니다. 그러나, 성경속 요셉처럼 신의 가호를 지속적으로 받는 건지, 빼어난 용모를 지녔기에(설장 그렇습니다.^^) 여러 위험 속에서도 무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더러는 그의 모습에 매료되어 감히 헤꼬지 하려는 마음을 접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그를 아끼는 형같은 카릴은 그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기도 하는 역할을 합니다. 심지어 그를 빚 담보로 노예로써 산 상인 아지즈 역시 이 소년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 소년이 성장을 하기까지 어떠한 안전적인 상황과 배려들이 필요한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품 중간의 중심 스토리는 상인 아지즈가 대상단을 꾸리고, 아프리카 내륙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소년은 여러 난관을 겪고 한층 성숙해서 돌아오는데,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성경속 요셉의 예언에 따른 이집트의 기근과 그에 따른 대응이 겹쳐지기도 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집트는 요셉의 꿈속 예언에 따라 무사히 위기를 넘기지만, 이 상단은 여정에서 많은 걸 잃고 목숨만 부지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 밖에 성경속 요셉과 비슷한 궁지에 빠졌지만, 어떡해든 벗어나는 유수프에게는 정말 신의 가호가 있는게 아닐까(아마도 작가분의 가호일듯 합니다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호에도 한계를 보여주는 점은 이 소년에게 낙원으로 대표되는 안락적인 삶은 절대로 주어지지 않는 점입니다.

목숨을 부지하고 안위를 어느 정도 챙기는 것은 신이 허락했지만, 그 이상의 행복과 기쁨에 대해서는 허락받지 못한 삶이라고 할까요?

이는 어쩌면 난민 출신인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 선생님 스스로에 대한 은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국이라는 1세계 국가에서 교육을 받는 수혜를 입었지만, 그의 고향에서는 여러 정치적인 문제로 난민이 되어 버린 처지인 것처럼.

마지막에는 백인들의 침략을 암시하며, 또 다른 고난의 여정을 떠나야 할 것같은 묘사로 마무리 됩니다. 사람의 삶이라는 게 본래 낙원같은 안식처는 없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여전히 안주하지 못한채 떠나야 할 운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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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일단뜯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일단뜯어 (1.♡.135.209)
작성일 08.01 06:18
후기 감사합니다
상 받은 책들은 뭔가 읽기 무섭더라구요
언제고 도전 해 보겠습니다

레드엔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레드엔젤 (118.♡.112.3)
작성일 08.01 09:35
@일단뜯어님에게 답글 저도 예전에 이런 문학상 받은 작품들이 좀 부담스러웠는데요. 마음을 좀 비우고(?) 읽다 보니 조금 덜 부담스럽더라구요. 뭔가 느끼고 건져야 되겠다는 강박과념보다는 '아, 이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구나'정도로 접근해 보시면 어떨까 의견 드립니다.

문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문곰 (61.♡.222.77)
작성일 08.01 13:24
이 책을 읽고 남겨둔 한줄 평이 '짜릿해, 늘 새로워, 잘 생긴게 최고야!' 네요 ㅎㅎㅎ
주인공이 자의든 타의든 세상에 꺾여나가는 모습에
동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도 너무 닳아버린 건 아닌지 씁쓸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첫 번째로 읽으신 구르나의 책이 뭔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낙원, 바닷가에서, 그 후의 삶을 읽었는데 바닷가에서가 가장 좋더라구요.

레드엔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레드엔젤 (118.♡.112.3)
작성일 08.01 15:09
@문곰님에게 답글 저는 첫번째 책으로 말씀하신 '바닷가에서' 읽었습니다.^^b 첫 문장에 언급하신대로 잘생긴게 최고라는 걸 유수프 보고 느낍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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