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 연마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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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부터 비가 소강 상태여서
일찍 러닝 준비를 마치고 슬슬 뛰어서
트랙으로 갔습니다.
트랙에 도착한 시각이 대략 5시 반 쯤 되었을텐데요,
그 시각에 벌서 예전의 그 무술 연마하시는 분이
나오셨더라고요. 거의 저와 동시에 도착을 한 것 같습니다.
저는 도착해서 바로 워밍업 겸 해서 트랙을 도는데 이 분은 벤치에
앉아서 손 전화기를 보고 계시더군요.
속으로 '비가 오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그러나?' 하며 계속 트랙을 돌고.....
어느 순간 보니 이 분이 윗 옷을 갈아입으시더군요. 출근복이 있고, 운동복이
따로 있더라고요. 그렇게 옷을 갈아입으시고 운동을 시작하는데, 일전에 내던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십니다 '쉭~ 쉬익~ 쉭!' (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녀~) .
그렇게 한 30분 흘렀을까요, 이슬비와 가랑비가 같이 내리더군요. 저는 그만하고 집으로갈까
하는 찰라, 이 분이 가방에서 두건을 꺼내더니 머리에 뒤집어 쓰더군요. 머리 부터 뒤집어
쓰는 그 두건, 일본 닌자들이 쓰던 그 모양입니다.
위 그림 같은 두건인데요, 저는 갸우뚱 합니다 '굳이? 왜? 모자가 낫지 않나?'
그렇게 트랙을 한 두어 바퀴 더 돌고 돌아오니, 아니 이 분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찾더니, 비 옷을 꺼내더니 입습니다.
머리에 두건, 몸에 비 옷.
'하아, 비 옷까지…… 대단하다'
그런데, 저 분이 무술 연마하는 가로등 근처를 지날때면 저의 달리는 페이스가
엉망진창이 됩니다. 저 분 지켜볼려고 하다보니 6분 페이스가 어떨때는 7분이
넘게 나옵니다. 안볼 수 도 없고, 어제는 눈이 몇 번 마주쳤습니다. 그럴때면
숨을 더 가쁘게 내쉽니다 헉헉헉……… 그렇게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어제는 저녁 내내 이슬비와 가랑비가 계속 오다 말다 했는데, 이 분도 그에따라
비 옷을 입었다 벗었다, 두건을 썻다가 벗었다가…….
그러던 중 연세가 대략 70중반 쯤 되어보이는 빨간 티셔츠를 입은 할아버지가
역기를 하러 오셨습니다. 두 분이 서로 아는 사이더군요.
서로 인사를 하고 얘기를 하는데, 저는 트랙을 한 바퀴 돌고 다시 가로등 앞으로 오니
일전에 있었던 역기 청년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 그래가지고, 내가 확 죽여버릴려다가 참았어요~ 어쩌고 저쩌고@!%@#!쑈ㄸㄹㄴ'.
거리가 있으니 잘 안들리더군요.
저는 속으로 ' 으응? 큰일 벌어질 뻔 했던거야? 저 가방에 혹시 쌍절곤, 무기 뭐 이런거
넣고 다니는건가? 방검복이라도 입고 다녀야되나? '
무서워서 이번에는 5분 페이스로 지나갔습니다 허허.
한 13k 정도 뛰었을까요? 다시 가로등을 한 10미터 정도 앞에 두고 있는 지점에,
그 분이 가로등을 등지고 서서는 지나가는 우산 쓴 청년에게 큰 소리로 웃으며 말하는더군요
" 하하하, 그래요, 잘가요~"
청년 " 네, 안녕히 계세요~"
그래서, 우산 쓴 청년을 살펴보니,
아니 글쌔, 무술 연마 하시는 이 분과 일전에 시비가 붙었던 바로 그 청년입니다!
'으으응? 뭐지?? 뭐야??
아니,니가 왜 거기서 나와~~?????'
보아하니, 그 청년이 운동장내에 있는 체육관에 왔다가 가는 길에 사과를 한 것 같이 보이더군요.
누가 잘했니 누가 못했니 잘잘못을 떠나, 나이 젊은 친구가 먼저 사과의 말을 건넨 것이 참 대견하고
본 받을 모습이더군요. 저라면 못 본체하고 갔을텐데 말입니다.
우려했던 방검복은 안입어도 될 것 같습니다.
어제도 제가 그 분 보다 먼저 퇴근했습니다.
아마도 그 분은 저를 보고 속으로 그랬을 것 같습니다.
'아니, 허구헌날 무슨 운동을 2시간 내내 달리나 그래.....'.
이런이런님의 댓글
너무 잼나는 다큐네요^^
옆에서 기웃하면서 달리시는 해봐라님 모습이 상상되서 너무 코믹하네요
다음에 또 뭔일이 생길지 기대되네요
와중에 2시간이나 트랙에서 달리시고 수고하셨습니다^^
해봐라님의 댓글의 댓글
어제는 그래도 비가 살짝 뿌려줘서 그나마 나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포체리카님의 댓글
훈훈한 결말이네요. 그 청년 이쁘구요 ㅎㅎㅎ
글도 참 잼나게도 쓰시네요 ㅎㅎ
해봐라님의 댓글의 댓글
제가 그 분보다 달리기는 빠를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저만의 무술이 있습니다, 36계.
포체리카님의 댓글의 댓글
해바라기님의 댓글
제가 국민학교때 부터 투철한 신고정신으로
무장되어 있어서 “손 전화기”라는 문구를
읽고 111로 전화를 걸 뻔 했씁니다~ㅋㅋ
”쉭쉭~~~“
[다음화 예고]
러닝하다 눈이 마주쳐서 더이상 피해가기
힘들다 싶었던 해봐라 님이 무술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데…
to be continue~
흐림없는눈™님의 댓글
이제 눈 마주치면 위험하니 그분 옆을 지날 때는 무조건 땅만 보고 뛰세요
아싸라비아님의 댓글
해봐라님의 댓글의 댓글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글 올리도록하죠 ㅋㅋ
단트님의 댓글
러닝하다가 저런 상황이라면 저라도 눈을 떼지 못할 듯 합니다
오늘 러닝도 수고하셨습니다
해봐라님의 댓글의 댓글
점점 훔쳐보는 변태가 되어가......... 으음.....
adria0629님의 댓글
러너들은 위험상황이 되면 달리면 됩니다. 한 30키로 달리면 못쫓아오지 않을까요? ㅋㅋ
해봐라님의 댓글의 댓글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
해봐라님의 댓글의 댓글
저는 좀 더 지켜보는걸로 ...ㅎㅎㅎ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이삼시세끼가~ 내가 칠포라면 칠포야~
내말에 토토~토달지마!”ㅎㅎㅎ
말랑말랑님의 댓글
누군가를 폭행하시는 장면이 나올까봐 긴장하면서 글을 보고 있었어요
앗.. 혹시 자꾸 벗고 쓰셨던게
자꾸 무술을 훔쳐보는 어떤 사람을 쫒아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