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백제 하프마라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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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날씨가 예술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시원했으면 좋았겠지만 대회 2일 전까지 폭염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감사한 온도였죠. 뛰기 딱 좋았습니다.
#2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람이 으마으마하게 많았습니다. 풀코스 하프 10K 뿐만 아니라 5K, 32K까지.. 코스도 많고 사람도 많고. 혼자 왔지만 축제 분위기라서 같이 신났습니다.
#3
9시 풀코스 출발이래서 하프코스는 20분정도 뒤에 출발하겠구나... 싶어서 천천히 준비했습니다. 근데 아뿔싸, 바로바로 출발시키드라구요. 어마어마하게 많은 10K 주자분들 사이를 비집고 출발선까지 가니 이미 스타트후 3분을 훌쩍 넘긴 상태였습니다... ㅋㅋㅋㅋ
#4
애초에 목표 페이스는 520이었습니다. '520으로 대충 3키로정도 뛰다가 몸 상태 보고 결정하자~!' 라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대회뽕을 억누르며 달렸습니다. 그런데 워낙 후미에서 출발해서 그런지 520으로도 많은 분들을 제치고 가야됐더라구요. 사람이 워낙 많아 부딪히지 않게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5
달리다보니 살짝 땀도 나고, 페이스는 일정한데 심박은 오히려 살짝 떨어지면서 안정화됩니다. 다리 상태도 이상무. 대충 3k지점이었던거 같은데, 자신있는 약내리막 나오면서부터 페이스를 살짝 올립니다. 스피드를 내니 이때부터 신이 납니다. 오버페이스는 절대 금물이다.. 라고 되뇌면서 다리를 억눌러보지만 최적의 페이스였던지라 마냥 신이 납니다.
#6
코스도 안보고 스타트해서 반환점이 있을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라, 터닝포인트 없이 이상한 시골길로 접어듭니다. 사람이 많았으니까 길을 잃었을 거라는 걱정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길치참가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뛰어야 허튼 길로 들어가는 참사를 피할수 있는 법이죠.
#7
12K 지점이었나.. 그때쯤에 유난히 힘들어하시던 러너 한분이 눈에 띕니다. 50대 후반쯤 되어 보이시던데, 원래 내성적이어서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지만 그때는 왜 그랬는지 다가가서 화이팅을 수차례 해드리고 계속 달렸습니다.
#8
오늘 준비물은 파워젤 2개 뿐이었습니다. 물은 보급소에서 먹고 모자란 에너지는 7km마다 채워주면 될것 같았습니다. 계획대로여서 아주 좋았습니다. 파워젤 먹을때마다 페이스를 살짝 올렸습니다. 원래 먹은만큼 일해야 하는 법이죠.
#9
카보로딩을 평소에 하는 것보다 대충했지만 그래도 훈련을 꾸준히 해서 그런지 500페이스로 달리면서도 딱히 힘들다는것을 못느꼈습니다. 대회에 완전히 녹아든 페이스라고 할까요. 더운 여름에 열적응한 덕을 본 것 같습니다.
#10
마지막 3K를 남긴 시점에서 업힐이 똭! 고가도로 진입구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려집니다. 여기서 역치페이스를 내면서 기록을 줄여보고자 조금 더 발을 빠르게 굴려봅니다. 이 와중에 유튜버(추정)의 멘트를 들었습니다. '이 업힐이 굉장히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고비다.' 이런 말이었던것 같은데, 저는 마지막이란 단어만 골라 들었습니다. 업힐은 이게 마지막이라 이거지? ㅋㅋㅋ
#11
라스트 3K는 진짜 역치 페이스로 달려봅니다. 시계를 보니 평균 501페이스. 생각도 안했던 높은 페이스였지만 여기까지 오니 앞자리를 바꾸고 싶어집니다.
#12
한시간 반을 뛰고나서 역치로 달리는 것은 점점 깊어지는 물에 빠져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나는 분명 땅에서 달리고 있지만, 몸은 계속 산소를 달라고 난리를 치며 호흡을 닥달합니다. 다리도 슬슬 아파옵니다. 그런데 숫자에 눈이 뒤집힌 대뇌는 자기 빼고 나머지 조직에 '닥치고 달려' 라고 강제합니다. 어쩔수 없이 끝까지 달려야죠.
#13
피니쉬 1K 지점. 어느 여자분이 조금 앞에 있습니다. 왠지 그 분 페이스보다 아주 조금만 더 빠르면 좋은 기록이 나올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추월을 합니다. 아니 근데 이분이 다시 재추월을? 여기서 물러나면 한국인 아닙니다. 페이스를 5초 더 올립니다. 나도 힘들지만 이분도 힘들거란 생각에 조금 더 견뎌봅니다. 다행히 병림픽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대충 3분 정도? 3분간 고통받은 이름모를 러너분께 심심한 사과를...
#14
피니쉬는 언제나 기분 좋고, 동시에 약간 아쉽습니다. 메달과 간식을 챙겨서 차로 향합니다. 다른 분들 표정을 보니 다들 행복해 보이십니다. 네, 저도 행복했습니다. 대회 참가하셨던 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라쳇님의 댓글의 댓글
포체리카님의 댓글
생생하고 재미있는 후기 잘 읽었어요~
한시간 전에 갔는데 주차하기 힘들어서 한 십분정도 걸어서 이동했습니다.
날씨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다 좋았어요!!
레메디스트님의 댓글의 댓글
아참 ~ @포체리카님 순천 남승룡 대회 하프 신청하신거 맞죠????
순천에서 논산 논두렁 마라톤 실력 보여주시죠 ~ !!!
포체리카님의 댓글의 댓글
또 하프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가득합니다 ㅎㅎㅎㅎ
아. 괜히 신청한 건가 싶다가도 그냥 걷다오지 싶다가도
이왕 하는거 제대로 해야지 싶습니다 ㅎㅎㅎㅎ
그냥 잡곡받으러 가는걸로 해야겠어요 ㅎㅎ
레메디스트님의 댓글의 댓글
하프 뿐 아니라 PB까지도 넉넉하게 가능하실겁니다 ~ !!!!!
라쳇님의 댓글의 댓글
라쳇님의 댓글의 댓글
말랑말랑님의 댓글
사람이 참많더라구요....
고생하셨습니다! 후회없이 열심히 달리신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봅니다!
라쳇님의 댓글의 댓글
라쳇님의 댓글의 댓글
아드리아님의 댓글
막판에 페이스를 저렇게 올리다니... 진짜 대단합니다.
힘이 남아 도셨나봐요~
마지막 여자주자분이 불쌍합니다 ㅋㅋ
저는 매번 죽을 똥 살똥 결승선에 들어가는데 반성해야겠습니다. ㅎㅎ
라쳇님의 댓글의 댓글
아는오빠야님의 댓글
라쳇님의 댓글의 댓글
라쳇님의 댓글의 댓글
해바라기님의 댓글
생동감있는 현장감과 나의 심리적 변화까지
술술 읽히는 재미난 글에 끝이 나지
않기를 바랬습니다~ㅎ
제게는 꿈같은 기록이지만 수 십년동안
달려 오신 분이라는 것도 알 수 있네요.
생생한 후기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라쳇님의 댓글의 댓글
팬암님의 댓글
라쳇님의 댓글의 댓글
jericho님의 댓글
라쳇님의 댓글의 댓글
춘식이님의 댓글
저도 언제 대회 한번 나가봐야겠습니다.
엄청 재미있을듯 해요 ^^
라쳇님의 댓글의 댓글
베테랑님의 댓글
"아.. 저 업힐 뭐야?! 저길 올라가야 한다고?! "
저는 혹시나 지칠까봐 페이스를 오히려 늦춰서 겨우 갔네요.
라쳇님의 댓글의 댓글
라쳇님의 댓글의 댓글
울버린님의 댓글
글을 읽고 있으니 저도 대회 빨리 나가고 싶어 지네요~ㅋ
시즌은 시즌인가보네요~~ 부럽~!! ㅋ 수고하셨습니다~
후다닥님의 댓글
글을 읽고 있는데 나도 나가서 달리고 싶다고 몸이 근질근질 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느리임보님의 댓글
라쳇님의 댓글의 댓글
단트님의 댓글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지는 소중한 후기입니다~
페이스도 좋으실 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상당히 좋으신 거 같아요 👍👍
멋지십니다 👍👍👍
레메디스트님의 댓글
기록도 어마무시하십니다.
정말 정말 ~ 수고하셨고 큰 박수 드립니다. ~ !!!!!
(달리기도 잘하시지만 글도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