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행 무궁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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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125.♡.5.183
작성일 2024.11.17 09:37
분류 잡담
635 조회
26 추천

본문

9시05분에 동대구행 무궁화호에 올랐다.

내 자리를 찾아 앉는데 바로 뒷자리의 젊은

청년이 본인자리를 찾아 왔지만 여든은

되었을 법한 노인이 중절모를 쓰고 앉아 있다.

노인은 삼랑진까지 가는 입석표인지라 

지나 가던 승무원이 통로에 입석용 의자에

자리가 있으면 앉으시거나 아니면 서서 가서야

한다고 안내를 했다.

직무에 충실한 안내에 반박을 할 상황은 

없어 보인다.


노인이 우물쭈물 하는 사이 다른 젊은이가

옆의 본인자리에 앉았고 창가자리의 주인인

청년은 본인의 권리를 주장할 법도 한데

노인께 잠시 앉아 계시라고 하더니 통로의

입석자리를 확인하고 오겠다며 갔다.

하지만 이미 열차의 우리칸에만 서서가는

사람들이 십여명이 되어 보이는데 통로자리가

남아 있을리가 없다.


다시 돌아온 청년은 통로에 자리가 없지만

창가 풍경이 너무 좋아서 사진을 좀 찍겠다며

노인에게 삼랑진역까지는 편하게 앉아 가시라고

말하고 나갔다.

아마도 생각을 정리하려고 잠시자리를 피했을

텐데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양보하면서 명분도

만들고 노인에게도 너무 미안한 감정이 들지

않게 대처한 것 같다.

청년도 노인도 얼굴을 똑바로 보지는 못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따뜻한 양보를 해준 행동만으

로도 마음이 따뜻해 지는 열차안이다.


문득 바라본 낙동강변은  황금빛 갈대들의

물결로 절정을 이루고 있다.




댓글 16

레메디스트님의 댓글

작성자 레메디스트 (61.♡.13.234)
작성일 11.17 10:54
친구를 위해 깜짝 방문하는 참 멋진 여행길...
노인분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의 멋진 이야기...
이 세상에 이런 멋진 이야기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잘 다녀오세요 ^^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223.♡.205.172)
작성일 11.17 14:43
@레메디스트님에게 답글 자리 양보했던 청년은 제가 동대구에
내릴 때까지 돌아 오지 않았습니다..
깜짝 방문했더니 많이 놀라더군요.
기념촬영만 하고 먼저 나와서
해장국도 먹고 가창에 카페도 들리고
시내 평화시장에 닭똥집골목으로
이동중입니다~ㅎ

포체리카님의 댓글

작성자 포체리카 (121.♡.23.249)
작성일 11.17 11:32
참 이쁘게 자란 청년이네요~
사위 삼고 싶을 정도로ㅎㅎ
그런 따듯한 광경을 보고 나면
나도 저래야지 자극도 되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던데 해바라기님도
흐뭇하셨겠어요~~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223.♡.205.172)
작성일 11.17 14:47
@포체리카님에게 답글 20대였던 것 같은데 아름다운 방법으로
양보를 하더군요.
수배할까요? 따님과의 오작교를 한 번~!ㅎ

포체리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포체리카 (121.♡.23.249)
작성일 11.17 14:49
@해바라기님에게 답글 좋습니다. 딸래미 잘 키워놓을게요~~~~ ㅎㅎ

해봐라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봐라 (211.♡.200.88)
작성일 11.17 19:51
@포체리카님에게 답글 7월7일로 날을 잡죠

포체리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포체리카 (121.♡.23.249)
작성일 11.17 21:57
@해봐라님에게 답글 ㅎㅎㅎㅎㅎㅎㅎㅎ

단트님의 댓글

작성자 단트 (61.♡.16.84)
작성일 11.17 13:09
와~ 멋진 친구네요~
그 나이에 갖기 힘든 인성입니다~
그간 올곧게 잘 살아 온 테가 납니다 👍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223.♡.205.172)
작성일 11.17 14:50
@단트님에게 답글 잔잔하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면서도
그 누구도 불편한 기분이 들지 않게
대처를 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흐뭇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배우게 되는
그런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휴일 잘 보내시고 새벽러닝 하실때
보온에 신경쓰셔야 겠어요!^^

섬지기님의 댓글

작성자 섬지기 (218.♡.152.62)
작성일 11.17 13:56
와... 소설의 한 대목을 읽는 줄 알았습니다.
청년도 멋지지만 담담한 필체로
상황을 묘사하신 것이 심상치 않은 글솜씨신데요?
제가 글쓴당에 잘못 온거 아니죠??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223.♡.205.172)
작성일 11.17 14:50
@섬지기님에게 답글 여기는 달린당이 맞습니다~ㅎ
잠깐 사이에 있었던 일화를 글로
적어 봤습니다.

diynbetterlife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diynbetterlife (220.♡.37.28)
작성일 11.17 17:54
한편의 짧은 수필로 따듯함을 느낍니다 :)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223.♡.204.73)
작성일 11.17 18:27
@diynbetterlife님에게 답글 근래에 보기가 힘든 따뜻한 배려가 돋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살맛난다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살맛난다 (124.♡.164.104)
작성일 어제 23:33
@해바라기님에게 답글 저도 수필 한 편 읽은 느낌입니다. ㅎㅎ 세상은 여전히 살만한 거 맞네요!

해봐라님의 댓글

작성자 해봐라 (211.♡.200.88)
작성일 11.17 19:50
젊은 시절의 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네요.
아마도 저 구간의 역방향이지 싶은데요.
제 좌석에 가니 나이드신 어르신이 앉아계시길래
저는 조용히 옆에 서서 에스코트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해바라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1.♡.199.237)
작성일 11.17 20:31
@해봐라님에게 답글 음..저는 일행과 떨어지는 분들에게는
좌석을 바꿔 준적은 여러번 있었지만
처음부터 말없이 온전히 자리를 양보해 준
적은 없었네요.
해봐라님도 늦었지만 칭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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