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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참가 후기의 후기

페이지 정보

작성일 2025.04.16 09:17
분류 잡담
299 조회
15 추천

본문

지난 주 4/6 군산 마라톤 참가했었습니다. 후기도 올렸구요. 

후기엔 언급을 안했는데 아침에 갑자기 다시 생각이 나서 글 남깁니다. 


1. 혹시 양팔이 없는 분이 마라톤 뛰시는 거 보신적 있으세요. 전 이번에 봤습니다. 

제 앞에서 뛰셨거든요. 전 처음에 제가 뭘 잘 못본줄 알았습니다. 

저랑 거의 비슷한 속도로 뛰시거나 오히려 저보다 빠르셨던 거 같습니다. 초반에 그 분 뒤에서 뛰었거든요. 

앞을 못보시는 분이 페이서 줄에 의지해서 뛰시는 걸 티비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건 뭐라고 해야할 지도 모르겠더라구요. 

330팩 뒤를 따라갈 때 뵌거라서 팩에서 같이 뛸 때는 제 시야에 안계셨습니다. 

제가 힘드니 다른 분 생각할 겨를이 없었겠죠

그러다가 30키로 였나 마지막이었나 대회 후반부 급수대에서 그 분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 분이 제 바로 앞에 계셨고 저는 물컵을 잡으려고 하는데...

잡으려고 하는데...

잡으려고 하는데요. 


저 분은 팔이 없잖아요. 


순간 저랑 급수대에서 자봉하는 학생들이랑 얼어버린겁니다. 

내가 도와 드려야하나? 너무 갑자기라 저도 생각이 멈춰버리고. 

자봉하는 학생 중 한명이 어어하면서 어색하게 물컵을 들어 올려서 드리려고 하고,

저도 어떻게 할지 몰라서 급수대를 앞에 두고 속도를 줄이는데 

제 앞에서 갑자기 멈추시더니 

허리를 90도로 인사하듯이 숙여서 입으로 컵을 들어올려서 물을 드시더군요. 

전 바로 지나쳤던 것 같고 그 이후엔 기억에 없습니다. 

잘 완주 하셨겠죠?

나중에 돌아오면서 생각이 다시 나더라구요. 

그럼 그 분은 급수대 마다 멈춰서 입으로 컵을 들어서 드시면서 오신 건데 나보다 빠르셨던 건가

중간에 보급은 어떻게 하시는 거며 옷은 어떻게 갈아 입으시고 훈련은 어디서 어떻게 하시고 

신발은 어떻게 갈아신고 ㅅㅂ 난 춥다고 우의 입고있다가 벗었는데 저 분은 출발전에 뭘 입고 계셨던거며 

그 분 생각하면 제가 너무 한심해져서 일부러 뇌가 과부하 걸리지 말라고 그 기억을 지웠었나 봅니다. 

오늘에야 그 생각이 다시 났습니다. 

아마 아래 장면이 먼저 생각난 다음에 팔 없는 러너 생각으로 이어진듯 하구요.


2. 대회 초반에 뵌 분이었고, 제 바로 앞에서 뛰시는 분이었는데 그 분 상의 뒤에 뭐라고 써있어서 읽어봤는데 기억력 안좋은 제가 기억을 다시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딸(이름) 을 잃은 아빠입니다. 

남겨진 두 딸 (이름, 이름) 병원에서 투병중이지만 

잃은 딸을 잊지않고 남겨진 아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달립니다. 

화이팅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이 걸 다시 제 손으로 쓰는데 

달릴 때는 몰랐는데 

미쳤나...왜 제 가 쓴글 보고 눈물이 나는 거죠 

마무리를 못하겠습니다. 줄입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15추천인 목록보기
댓글 20

끼융끼융님의 댓글

작성자 끼융끼융
작성일 04.16 09:20
후기를 읽기만 해도 맘이 찡합니다. ㅜㅜ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다이마스터
작성일 04.16 11:51
@끼융끼융님에게 답글 뛸때는 정신이 없었는데 나중에 생각할수록 ㅜㅜ

해바라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바라기
작성일 04.16 09:51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말씀하신 양팔없는 러너분은 작년 대구마라톤 대구본가 앞에서 응원할 때 저도 봤습니다.
동일한 분이시겠죠~ 32km 지점 정도 되는 곳이 었는데 저도 박수치면서 응원하던 중에 순간 말문이 턱 막히더라구요.
캐릭터 복장 아이언맨 정장입고 달리시는 분 등
특색있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 힘든 것을 저렇게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존경심이 들었네요.
저도 급하게 마무리합니다~ㅎ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다이마스터
작성일 04.16 11:52
@해바라기님에게 답글 대회에 많이 참석하시겠군요 다른 분들도 아시겠네요 존경심 맞습니다ㅜ

바날동크님의 댓글

작성자 바날동크
작성일 04.16 10:23
대회 운영이나 달리기 소감에 대한 후기글만 보다가,
이런 다른 측면의 경험기가 참 색다르게... 좋은 읽거리로 다가오네요.

1번의 경험기... 멋진 분이시네... 장애를 받아드리고 극복하려고 얼마나 노력하셨을까... 건승을 빌게되네요...
2번은... 참 아픈 이야기네요... 제 마음속에도 아프게 남아있기에...
              모쪼록 먼저 가신 따님은 더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빌고, 남겨진 가족분들의 행복을 기원하였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다이마스터
작성일 04.16 11:53
@바날동크님에게 답글 별말씀을요 감사합니다

Hymn님의 댓글

작성자 Hymn
작성일 04.16 10:27
ㅠㅜ......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다이마스터
작성일 04.16 11:53
@Hymn님에게 답글 ㅜㅜㅜㅜ

초록종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초록종이
작성일 04.16 10:33
대회에만 집중하다 보니 주변에 그런 부분을 못봤군요...
양팔이 없으신 주자 분과 세월호로 딸을 잃으시고 다른 딸들이 투병중인 아버님의 달리는 목표의 무게감과 절실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네요.
소중한 경험담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다이마스터
작성일 04.16 11:54
@초록종이님에게 답글 감사는요 ㅜㅜ

말랑말랑님의 댓글

작성자 말랑말랑
작성일 04.16 11:56
대회다녀오면 늘 겸손해지는것 같아요
시각장애인부터 몸이 불편하시지만 뛰시는 분, 뛰실수 있을까 싶지만 저보다 빠르게 지나가시는 분들까지(.... )

모두들 최선을 다해 달리는데 '완주가 목표인 제가 뭐라고...' 라고 생각하며 늘 반성하게 됩니다..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다이마스터
작성일 04.16 13:25
@말랑말랑님에게 답글 겸손하게..맞습니다. 하지민 겸손은 힘들죠

엉덩제리님의 댓글

작성자 엉덩제리
작성일 04.16 12:35
아마 트라이애슬론 선수 김황태님이실 거에요.
(https://m.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m&sm=mtb_etc&mra=bjky&x_csa={"fromUi":"kb"}&pkid=1&os=35106927&qvt=0&query=김황태)
저도 올해 챌린지 레이스에서 하프 반환점 돌고 오시는 거 맞은편에서 봤는데 진짜 잘 뛰십니다.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다이마스터
작성일 04.16 13:27
@엉덩제리님에게 답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사의 사연 읽으니 더 대단하신 분이네요 수영까지 ㅠㅠ

이런이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이런이런
작성일 04.16 12:53
김황태님 10여년 전에 서브3도 이미 하셨어요 엄청난 분이더라구요 ㄷㄷㄷ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다이마스터
작성일 04.16 13:29
@이런이런님에게 답글 예????? 섭3요???? ㄷㄷㄷㄷㄷㄷㄷ

해봐라님의 댓글

작성자 해봐라
작성일 04.16 21:50
전에 마라톤 대회 때 스쳐지나간 듯 한데..,
그때는 별 생각없이
'역시 팔은 거들 뿐, 팔치기. 없이도 잘 뛸 수 있어' 라고
생각만 했었는데 글귀는 생각도 못했네요.
세월호..... 오늘이였군요.
저도 급히 줄입니다.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다이마스터
작성일 04.17 12:23
@해봐라님에게 답글 저도 어제 갑자기 생각이 나서요 ㅠ

아는오빠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아는오빠야
작성일 04.17 09:16


속도 보니 김황태 선수인듯 합니다.
울 아파트 크루에 아는 분이 있어서, 지난 뚝섬대회때 저희 부수에 놀러오셨었어요!!

이분을 보면서 "당신은 무슨 핑계를 대시겠습니까?" 이 말이 떠올라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즐거운 달리기 하세요 ^^

제다이마스터님의 댓글

작성일 04.17 12:25
저도 알려주셔서 검색해 보니 정말 멋지고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뭐라고 표현을 못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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