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에서 스페인의 거장 고야 전시를 보고 왔습니다.
아기고양이

Lv.1 아기고양이 (14.♡.156.50)

2026년 7월 20일 PM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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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보러간당에서는 처음 인사드리는 아기고양이입니다.

어제 예술의 전당에 들러서 고야의 전시를 보고 왔습니다.

야외에 주차를 하고 한가람미술관에서 하겠거니 하고 갔다가 건물 공사중이어서 당황했는데요.^^

아래층 파리크라상 앞에 있는 7관에서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전시를 보고 도록을 사와도 잘 안 봤어서 이번에는 도록을 절대 안 사리라 마음을 먹고 갔지만, 도록을 사온 전시였습니다.

도록에 전시 내용에 더해 추가 정보가 충분히 더 있는 것 같진 않았고, 사진 촬영이 가능해서 전시 내용을 다 찍어왔으니 굳이 사지 않았어도 되지만, 언제든 생각날 때 깨끗하게 정리된 도록을 보는 게 급히 찍은 사진들을 꺼내보는 것보다 더 나을 것 같아서요.

어제 전시는 고야의 생애에 대해 다루긴 했지만, '카프리초스' 판화가 메인인 전시였습니다. 80점이 모두 전시되었다고 하구요.

저는 고야의 그림이라고는 파블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에 영향을 미쳤다는 아래의 그림 밖에 몰랐는데요.

이번 전시를 통해서 고야의 세계에 대해 알게 되고, '카프리초스' 판화를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판화가 고야의 작품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이성이 잠들 때 괴물이 깨어난다.' 는 도록의 제목이기도 한데요.

'카프리초스' 판화집에서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로, 인간의 이성이 무너지는 순간 세계가 얼마나 쉽게 광기와 폭력으로 기울 수 있는 경고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고야 자신, 혹은 이성(reason)을 상징하는 인물이 책상 위에 엎드려있고 그 뒤로 (당시 어리석음의 이미지로 여겨졌던) 마녀, 박쥐, 올빼미, 스라소니 등이 그를 괴롭히고, 책상 앞면에는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라는 문구가 새겨져있습니다. 이 문구는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첫째, 이성이 잠든 상태에서 우리의 꿈꾸는 마음이 괴물과 마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고 둘째, 인간이 이성을 포기하면 다른 판화들에 나타난 끔찍한 행위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단순히 계몽주의적 선언에 머물지 않고, 화면 속 괴물들은 단순한 외부의 악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서 솟아나는 불안과 욕망처럼 보여서 이 판화는 사회 풍자인 동시에 인간 심리에 대한 탐구로도 읽힌다'

고 도록에 있는 내용을 가져옵니다.

80점의 판화가 여러 기둥을 둘러싸고 전시돼있어서 요리 조리 돌아다니면서 볼 수 있었는데요.

한 점 한 점 묵직한 메시지를 줘서 상당히 철학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신 분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도록을 안 사왔으면 한 번 더 보러 갔을 것 같은데요. 200년전에 했던 고야의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고, 생각할 거리를 준다고 생각해서 전시 보시는 거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전시였습니다.

고야의 시대는 끝났지만, 그가 던진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자신을 향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며 침묵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외면한 채 살아가고 있는가?

전쟁과 폭력, 탐욕과 혐오, 무지와 광기는 왜 반복되는가?

인간은 왜 같은 비극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가?

예술은 어디까지 시대의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가?

아름다움은 진실 없이 존재할 수 있는가?

이성이 잠든 자리에 오늘은 무엇이 깨어나는가?

고야가 남긴 괴물들은 단지 과거의 환영인가, 아니면 지금의 얼굴인가?

우리는 오늘, 그 괴물들을 어디에서 다시 마주하고 있는가?

어둠을 끝까지 응시한 뒤에도 인간은 희망을 말할 수 있는가?

도록 맨 마지막에 적혀있던 '고야가 작품들을 통해 던진 질문'을 옮겨적으며 간략한 후기를 마칩니다.

댓글 (2)

  • 벗님

    벗님 Lv.1

    07.20 · 223.♡.86.224

    오.. 멋진 후기 잘 보고 갑니다. ^^

    직접 작품들을 보게 될 때마다, 참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 아기고양이

    아기고양이 Lv.1 → 벗님 작성자

    07.20 · 14.♡.156.50

    얼리버드로 예매를 해두긴 했지만 다른 곳 다녀오다가 네비가 예술의 전당 앞으로 지나가라고 해서 별 기대 없이 들른 거였는데 참 좋았어요.

    요즘처럼 혼란한 시기에 고야가 던진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며 전시를 감상했습니다.

    지금껏 본 미술 전시 중에 가장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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