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베스트 여행지] - 목포 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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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여행지…
여기서 베스트를 "베스트 망설임 여행"으로 하니 단연 작년 추석의 목포해남행을 떠올리네요.
당시엔 괴롭기만 했던 망설였던 이유도 부드럽게 해소되고 작년 추석 목포의 날씨는 퐌타스틱 그 자체였거든요.
함께 사는 엄마가 너무 큰 수술을 하신지 그때 2년째였는데 그럭저럭 잘 적응하고 계셔서 그간 코로나+엄마 간호로 엄두내지 못했던 여행을 계획했어요. 추석연휴가 뒤로 길었고 명절때마다 집에 내려가는 대학동기가 언제든지 오라며 마음과 집의 문을 열어두고 있었으니 절호의 기회였어요.
대학 때 한번 가본, 지금은 간척이 되어 뭍으로 연결된 해남의 옛 섬출신인 친구의 집은 바닷가 마을의 야트막하고 다정한 선을 지니고 있어요. 집의 외양도 친구 어머님 성격처럼 정갈했고..당신 딸과는 다르게 아침부터 고리고리한 굴비를 두 마리나 먹어치우고, 밥상의 나물을 소여물처럼 걷어넣고, 주는 대로 양파즙도 넝큼넝큼 잘받아 먹는 튼실한 딸 친구를 유독 예뻐하셔서 그때 이후로 시시때때로 양파며 감자며 양파즙을 내어 상자에 담고 택배상자의 빈공간엔 앞마당 나무에서 따 말린 단내가 풀풀나는 대추를 채워서 택배로 보내주시는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은 맘이 있었고요.
목포에는 손혜원 의원의 조카가 내려가 엣 적산가옥을 매입하여 여관으로 개장한 창성장이 궁금했었거든요.
그래서 내려간 첫날의 숙소는 목포의 창성장 다음 날은 친구의 해남집으로 들어가는 일정인 꽉 짜인 2박 3일에 박지원 의원이 입에 침이 마르게 선전하던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탈 계획 등등.. 아주 야무진 계획들을 세웠어요.
출발 디데이는 추석 다음날, 아침 일찍 기차를 예매했죠. 그런데 추석날 저녁부터 엄마 상태가 안좋기 시작하더니 밤새 토사곽란을 하시는거라..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계속 응급실을 가자 해도 이제 다 토했으니 괜찮을거야.. 다 내보냈으니 이제 더 이상 나올것도 없어.. 하시며 버티시다..
밤새 앓을 만큼 앓으시다 탈진이 올거 같으니 그제사 병원을 가시겠다고 나서니.. 제가 기차를 타야할 시간에서 두시간도 남지 않았네요.
아 환장...
30분 거리에 사는 호적메이트에게 전화를 해 상황을 알리고 병원에서 만나자 약속을 하고 저는 여차하면 엄마가 입원을 하실수도 있으니 입원 가방과 목포로 내려갈 짐도 함께 꾸려 병원으로 갑니다.
다행히 명절의 응급실이 붐비지 않아 바로 진료를 볼 수 있었고..때마침 도착한 오빠는 아주 케주얼하게 그냥 배탈이야 배탈 너 빨리 용산역 가라.. 밀어내 주네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목포로 향했는데
와우..퐌타스틱 목포 일단 날씨가 80%는 다했네요. 노쇠한 제 갤럭시10에도 이 날씨가 느껴지시는지
근대문화전시관은 어찌나 꼼꼼하고 매끄러운 전시를 했던지(톤앤매너가 훌륭한 전시 일관성)
남들 다가는 갓바위도 가주고
가는날이 장날 한달에 한번하는 불꽃놀이에 온 목포사람이 다나온거 같은 열기를 느껴보고요
만취해 들어간 청성장은 입구컷. 다음 날 아침 테라스컷밖에 없고 ㅎㅎ
케이블카를 타면 볼수 있는 시내 조망과 섬에 내려 데크 산책 유달산 산책도 정말 색다른 경험이고요
친구의 해남집 동네의 아기자기함과 처음본 도시 것에게 몸을 맡긴 고양이에 햄뽁
7남매나 되는 자녀들을 챙기시고 그리고도 막둥이 친구라고 직접 농사지은 참깨에 참기름 땅콩호박(엄청 버터리한 느낌의 호박이예요)이라는 신문물을 챙겨주시는 어머님께 감동
기차 타기전 비치호텔앞 까페의 뷰까지 완벽한 여행이었네요.
그 여행의 완벽을 위해서 엄마는 응급실에서 수액 한대를 맞으시며 급속히 기력을 회복해주시고
제가 맘 편히 여행하도록 집으로 가길 고집하지 않으시고 오빠집으로 퇴원해주시고....
하지만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시는 엄마와 꾸려놓은 여행가방을 번갈아 보던 착잡한 마음
기차를 타러가며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
목포로 내려가는 내내 불편했던 그마음
비록 오빠가 함께 있다지만 엄마를 응급실에 두고 왔다고 친구에게 고하는 뻘쭘함..
그때의 그 망설이며 혼란했던 마음이 고스란히 기억되는 여행..
이것도 제 베스트 여행 중 하나라고 해 볼 수 있겠죠? ㅎㅎ
덧] 아!! 첨엔 사진이 안올라가서 3장만 올렸다가 사진 파일을 추가로 업로드했어요..
수정에 버벅대며 순서가 엉망이지만 컴맹에게 이정도도 헉헉..
여름숲1님의 댓글의 댓글
가서 쫄깃한 경험들..(차시간 맞추겠다고 캐리어들고 뛰...)
뭐 그런것들이 더 기억에 남죠ㅎㅎㅎ
MementoMori님의 댓글의 댓글
그곳 가본지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Java님의 댓글
저도 목포가 고향인 지인이 있어서 한번 갔었네요.
"목포 볼거 없어요!"하는 지인 말에 대충 돌고 피씨방에서 지내다 왔던 ㅋㅋ
여름숲1님의 댓글의 댓글
돌아오는 발걸음이 안떨어지고
올라오자마자 다시 또 가고 싶고
친구가 엄마보러 집에 간다면 막 부럽고 그런 동네예요.
Java님의 댓글의 댓글
만나면 혼내줘야겠어요~
벗님님의 댓글
글을 읽고 있으니 저도 다시 여행을 가고 싶어져요. ^^